요즘 '잘 먹고 잘사는 법'이라는 주제의 원고 청탁을 종종 받는다. 그런데 나는 이 주제가 '나만 잘 먹고 잘사는 법'으로 들린다. 남보다 몸에 좋고 건강한 것을 먹고, 내가 잘살면 그만인 비법이 있는지를 묻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개인적인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것이 잘사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다시 묻고 싶다.
귀농해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은 물론 개인에게 무척 중요하지만, 귀농·귀촌이라는 것이 더불어 살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렵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시골에 내려가야 할까? 개인의 행복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행복은 혼자서 얻는 것이 아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은 더불어 함께할 때 행복하다. 지금 각 지역에서 많은 귀농자가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충남 홍성에서는 귀농자들이 농사일을 하느라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돌볼 수 없었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물이 'ㅋㅋ만화방'이다. 귀농자들이 계획서를 제출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 지원을 받아 손수 꾸몄다. 그 결과 좋은 만화책을 갖춘 아이들의 쉼터가 마을에 마련됐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당번을 서는 부모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오후 시간을 보낸다. 만화책을 읽거나 그들끼리 다른 꿍꿍이를 도모할 회의 장소로도 쓰인다.
전남 영광의 '여민동락'은 일터를 공유하는 공동체다. 귀농자들이 모여서 폐교 직전의 시골 초등학교를 다시 세우고, 노인복지에 대한 새로운 일들을 해나간다. 그동안 '노인복지'라고 하면, 복지시설을 지어 거동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여민동락 공동체는 거동이 가능한 마을의 어르신까지 모두 복지의 대상으로 여긴다. 약국이나 동네 구멍가게도 기대할 수 없는 시골에서 트럭에 생필품들을 싣고 손수 한 가정, 한 가정 할머니들을 찾아가 물건을 살 수 있게 하고, 동네 쉼터를 만들고, 할머니들과 모시떡을 만들어 소득을 나눈다.
위 사례 외에도 귀농자들이 지역에서 하는 일은 아주 다양하다. 귀농 지역에서 어떤 역할에 이바지했을 때 비로소 내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생기고 만족감도 생기는 것이다. 잘 다듬은 잔디밭 위에서 나 혼자 좋은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것은 하루 이틀일 뿐이다.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인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귀농자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친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이다. 흔히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말은 자기 일은 건성으로 하면서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을 때 부정적으로 쓰곤 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르다. 철저히 분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의미를 찾기 힘든 일을 하다 처음으로 공익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한 것이다다. 모두가 동참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 그로 인해 모두가 조금씩 행복해지고 농촌의 공동체가 회복되어가는 것을 보며 귀농자들은 기뻐한다.
그동안 귀농운동본부와 IT전문가들이 함께한 '동구밭' 모임에서 바로 이런 의미 있는 일을 모아 웹 사이트를 제작하고 싶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귀농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개인의 이익과도 그다지 상관도 없지만 시골에서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실천하는 작은 일이 각 지역 귀농자들에게 알려진다면, 지역의 대안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귀농인들에게 보탬이 되지 않을까? 이런 일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귀농자'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개발 스토리
- 2015년 6월, 순창의 이수형 센터장이 다음세대재단에서 비영리단체를 위한 사이트 제작 기금 지원 공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
- 듣는 즉시 하겠다고 했으나 공모 마감 하루 전, 다행스럽게도 4년 전부터 '동구밭 앱'을 개발한 모임에서 2014년 귀농자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기획한 것이 떠오름. 그 기획안을 조금 손봐서 다음세대재단에 제출.(동구밭 앱은 앱스토어에 등록된 작물의 실제 성장주기에 대한 가이드 알림을 주는 앱)
- 일주일 후 60여 단체가 응모, 5개 단체가 선정되었는데, 귀농운동본부가 포함되었다는 연락을 받음. 동구밭 모임의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재능기부자들에게 선 조치 후 보고로 도움을 요청함.
- 10번의 오프라인 기획회의와 SNS를 통한 수많은 개발 회의를 통해 '두런두런 콩밭(http://congdoo.org/)'이 탄생함.
우선적으로 담으려는 콘텐츠
* 씨앗 나눔 :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씨앗을 자가 채종해 이듬해에 심었다. 그러나 농사가 상업화되면서부터 점차 F-1 종자들로 씨앗을 사고파는 시대가 왔다. 매년 씨앗을 사야하고, 종자회사들이 씨앗에 라이센스를 부여했다. 그래서 도시농업 단체와 농민단체 그리고 귀농자들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씨앗을 나누는 일이 점차 활성화됐다. 할머니들이 가지고 있는 토종씨앗을 수집해 사라져가는 토종씨앗을 지키고, 농부들이 직접 자가 채종하는 등 귀농자들과 씨앗을 나누는 것은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다. 각 단체, 혹은 개인이 따로따로 하는 이러한 일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좀 더 확산시켜보고자 한다. 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 씨드림, 전여농 등에서 하는 씨앗 나눔을 한곳으로 모으고, 귀농자 혹은 도시텃밭 개인들까지 씨앗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협동조합 : 지역 귀농자들이 만든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목공, 적정기술, 대체에너지, 자립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생활 기술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협동조합부터 자연재배와 꾸러미 등 소농 농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까지 지역의 다양한 협동조합을 소개하고 이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 대안장터 : 사라져 가는 지역의 전통장터를 되살리는 노력을 귀농자들이 하고 있다. 전남 장흥 용산의 마실장, 해남의 모실장 같은 농촌형 대안장터가 바로 그것이다. 농협이나 생협에 대량 납품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소농 혹은 수공예품을 만드는 예술인들의 대안적인 판로이자 경제적 자구책이고 지역과 귀농인들이 함께하는 문화공간인 것이다. 또 영등포의 달시장, 마르쉐@, 별시장, 환장, 정거장 등 이미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대안장터들의 정보를 한데 모은다.
일단 2016년까지는 위 세 가지 서비스에 주력하여 콘텐츠를 안정화할 계획이며, 하반기에는 귀농에 도움이 되는 각 지역 정보를 입력하고 청년 공동체 혹은 청년 귀농 정착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추가할 계획이다. 2017년 이후에는 일반 귀농자들도 자유롭게 정보를 입력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편해 '귀농자맵'을 실행하고자 하는 원대한(?) 목표도 가지고 있다. 귀농본부 홈페이지의 대대적인 개편과 함께 '두런두런 콩밭'도 조금이나마 지역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가 됐으면 한다.
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6년 3월 현재 76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바로가기 : 전국귀농운동본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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