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찾아왔다. 이 시기 아이들의 노래는 '누가 누가 봄이 오는 소릴 들을까, 겨우내 잠자던 온 세상이 듣지요'이다. 잠에서 깨어나 울어 대는 개구리가 보인다. 아이들은 신 나게 다니며 알을 찾는다. 산속 습지에서 개구리 알과 도롱뇽 알을 발견하고 차이를 비교해 보기도 한다.
햇볕이 따끈 얼음장 풀리고
얼음을 녹이는 봄비가 내릴 즈음 아이들이 방학을 마치고 다시 세움터로 모인다. 깊은 겨울잠에 들어간 산 구석구석, 시간이 멈춘 듯 보이는 겨울의 생명들과 함께 나무숲 세움터 아이들도 소리를 멈추고 한 달 정도 방학을 했다. 그동안 아이들은 친구와 누나, 오빠들과 아웅다웅 놀던 시간이 그리운지 언제 세움터에 가는지 묻는다.
세움터 뒷산 곳곳은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노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였던 산의 모습이 아주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땅은 보드라움을 되찾고 냇물이 풀리면서 온 만물은 겨울을 무사히 넘긴 것을 안도하듯 새로운 숨을 내쉰다. 보이지 않던 벌레들이 꿈틀꿈틀 땅 위로 올라온다. 아 이들은 산놀이를 하다가, 모래 놀이터에서 뛰놀다가 이 벌레들과 마주친다.
아이들은 '햇볕이 따끈 얼음장 풀리고 졸졸졸 시냇물 고기들은 헤엄친다', '새파란 보리싹 싱싱하게 자란다', '아기들은 자꾸만 바깥으로 나간다'라며 백창우 선생님의 노래를 아침마다 흥얼거린다. 이젠 많이 춥지도 않다. 오전 시간 밖에 나가 이제 얼굴을 내민 초록빛 싹들을 뜯어 녹즙이라며 고운 손으로 요리를 한다. 낙엽들이 아직은 땅에 많아 낙엽들로 가루를 내어 고춧가루, 미숫가루 등 온갖 요리의 재료를 만들어 낸다.
또 기다란 장대 나무막대기를 어디선가 가져와 냇가에 앉아 낚시도 한다. 잡아서 매운탕도 끓이고 생선구이도 하며 어부가 되어 본다. 아직은 요리의 재료가 자연에 풍족하지 않은데도 작은 돌멩이를 쪼개며 '소금을 만들고 있다'고, '간장을 만들고 있다'며 연신 재미가 한창이다. 이른 봄은 그렇게 겨울이란 죽음의 고비를 이겨낸 자연 그대로를 몸소 느끼는 때이다. 방학내 집에만 있던 아이들과 이모들의 굳어져 있던 몸과 마음도 자연의 흐름대로 녹고 새로워지길 바라며 부지런히 움직인다.
누가 누가 봄이 오는 소릴 들을까
어린이집 아이들과 봄을 맞이하며 새로운 손 유희를 해봤다. '싹싹 싹싹 뿌리 난쟁이가 싹싹 싹싹 뿌리를 닦고 있어요. 싹싹 싹싹 산에 있는 가느다란 뿌리야. 어두운 땅속에서 자그마한 꽃이 올라왔어요'라며, 아이들과 예쁜 손짓과 함께 뿌리 난쟁이를 만난다. 신이 난다.
그리고 세움터 초등의 또 다른 '절기 놀이' 수업에서는 마른 풀 사이사이로 호미 하나씩 들고 봄나물을 찾아다녔다. '꼭꼭 숨었니? 어디 어디 숨었니?' 열심히 찾아다니는 친구들에게 빼꼼 고개를 내밀어 주는 봄나물. 꽃다지, 망초, 냉이, 이름 모르는 풀들 하나하나 맛보며 봄의 기운을 느낀다. 달콤 씁쓸한 봄나물 샐러드는 참 맛나다.
봄 맞이하며 '새로 고침'
이젠 햇볕이 따가워지고 낮이 길어지는 시기 춘분, 춘분은 '새로 고침' 하는 갱신의 시절이라고도 한다. 갱신하려면 묵힌 것을 깨끗이 치워야 한다. 그래서 세움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몸과 터전'을 새롭게 단장하는 마음으로 '머리 하는 날'을 마련하고 '동네 청소'를 한다.
일명 '머리 하는 날'은 세움터 어린이집과 초등 아이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자르고 다듬는 날이다. 한쪽에서는 고데기로 예쁘게 멋도 부려 보기도 한다. 이모들은 하루 미용사가 되고 아이들은 하루 고객이 된다. 아이들이 종이로 만든 순서표도 있다. 그 종이를 갖고 들어와야 미용을 할 수 있다. 하하 호호, 서로 머리 자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참 웃기도 하며 지루할 틈이 없다. 역시 머리 모양을 바꾸는 것만큼 상쾌함을 주는 건 없다.
3월의 마지막 날이면 어린이집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녀석들은 비닐봉지와 집게를 집어 들고 세움터 계곡을 오른다. 우리가 매일 같이 오르는 산과 물도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생각보다 냇물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가 많아 아이들도 속상하고 이모도 속상하다. 이렇게 아이들과 같이 산과 냇물을 청소해 보는 경험은 참 값지다. 산에서 놀기만 하는 경험뿐 아니라 산의 여기저기를 소중히 여기며 살펴보는 것은 큰 배움이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3월은 참 바삐 지나간다. 방학을 지나며 또 훌쩍 커버린 아이 한 명 한 명과 새롭게 적응해 나아가는 나날들이다. 계속해서 변화와 성장을 해 가는 아이들과 같이 우리의 고유한 마음 또한 퇴보하거나 멈추지 않고 새로움의 꽃을 피워 가기를 간절히 원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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