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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념 대립으로 얼룩지지 않았었나"

[되돌아 본 17대 국회]③ 법안발의 만큼 예산처리도 중요

한나라당은 17대 국회를 어떻게 평가할까? 17대 국회에서 원내부대표와 대변인 등 요직을 거친 유기준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유 의원도 구 여권이 주력했던 '4대 개혁입법', 특히 국가보안법 문제를 '국가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받아들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초선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눈에 띄는 활동을 했던 유 의원이었지만 그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그는 친박무소속연대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를 꺽고 재선에 성공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주름잡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보기드문 해양수산, 상사 전문 변호사인 유 의원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쉬운 대정부질의나 국정감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의회 본연의 임무인 예결산 심의에 더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고 지난 4년을 회고했다.

국회에서 예산 논의라는 것이 '우리 지역구 도로정비 예산 따내기'정도에 그치기 일쑤인 데다 언론도 총액 대비 몇 퍼센트 증감 식의 겉할기 보도를 일삼는 현 상황에서 유 의원의 이같은 지적은 곱씹어 볼만하다. <편집자>


17대 국회는 한국 정치를 이끌어 왔던 3김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강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본 의원도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에는 해양수산 전문변호사로서, 사회운동가로서 나름대로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나서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지역발전과 민생현안 해결,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발전 등 국회의원으로서의 임무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습니다.

민생문제보다는 이념대립으로 얼룩진 17대 국회

▲ 부산 서구 출신의 유기준 의원ⓒ유기준 의원실

많은 기대를 받고 시작한 국회였지만,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보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여야의 극심한 대립과 투쟁 구도로 시작되었고, 특히 이념적인 부분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갈등과 분열이 격화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과반수를 차지한 여당이 소위 4대 입법안(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언론관계법, 사학법)의 관철을 위해 무리하게 국회를 운영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국가와 야당의 정체성과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양보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인식되었고 그 결과 여야간에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반미, 좌파적 경향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여권의 4대 입법안은 국가의 기간을 흔들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국가보안법은 단순한 법안을 넘어 한마디로 정체성의 문제였고, 국가 체제수호와 직결된 사안이었습니다. 즉 자유민주주의와 국가 안위를 수호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곧 국가 안보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우리가 먼저 무장을 해제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의 4대법안의 일방적 강행처리 방침에 대해 한나라당으로서는 그 통과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17대 국회 전반기 정국을 얼어붙게 하였습니다. 여권의 일방적 주장과 그에 기초한 4대법안의 강행추진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유 재산권 보장, 시장경제 원칙 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야권으로서는 강력히 저항할 수밖에 없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들에게 직접 장외에서 호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못된 공천, 무소속 출마와 당선

17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원내부대표를 지냈고, 운영위원회에 소속되어 당과 여러 기관의 사정을 잘 알게 된 것은 17대 국회 전체기간 중의 의정활동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행정자치위원회의 간사를 지내면서 당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강재섭대표 체제가 들어선 2006년 7월 부터 약 10개월 간 당 대변인을 하면서는 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당 대변인을 하면서는 새벽에 출근해서 여론과 언론동향을 파악하고, 최고회의 등 각종 회의에 참석해서 당의 입장을 정리한 후 브리핑과 논평을 하는 등 밤늦게 까지 정말 바쁘게 생활했습니다. 대변인 생활을 통해 정국의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었고, 한나라당의 정권 창출을 위한 역할에 충실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위 표적, 밀실공천으로 대변되는 잘못된 공천으로, 당 소속이 아니라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었고, 지역발전과 당을 위한 저의 노력을 잘 알고 계시는 지역주민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18대 국회에 요행히 재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18대 국회의 과제 및 바람직한 의정활동 방향

기본적으로 정치는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며, 대화를 통해 협력하면서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17대 국회에서 여당은 다수의 논리로 무조건 강행하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정국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봅니다. 더구나 4대입법 문제는 국가의 근간, 정체성, 체제 문제 등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토론과 국민 여론 수렴, 공감대 형성 등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그 중 과거사법이나 언론관계법은 외견상 합의통과된 것같이 보이나 수적 우세에 있는 여당의 요구로 한나라당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국회는 예산 및 결산안과 법안을 심의하는 곳으로 여야는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달리 할 수도 있고, 또 달리 하는 의견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이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점은 18대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리적인 토론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16대 국회보다는 개선된 점도 많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17대 국회가 많은 입법발의 건수를 기록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과거에 비해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 성실하게 의정활동에 임하였고, 자신의 직책과 임무에 대하여 더욱 더 노력하고 있다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써 고무적인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의원발의 법안건수는 늘었지만, 질적 측면을 보면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정책 결과에 대한 검토가 충분치 못한 경우가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국회의원이 대표하는 지역구나 사회집단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법안도 다수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자기반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회연구단체의 활동 등을 통한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 접근성 및 부패청산에 노력했고, 투명성 향상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경주하여 왔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예산 및 결산심사를 좀 더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회가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지 못한 것이 1990년 이래 지금까지 아홉 차례에 이르고 있으며, 17대 국회에서도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날선 대치로 국회가 공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구 사회에서 세금문제는 의회민주주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될 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슈였습니다만, 우리나라 국회에서의 예산처리는 시간과 정성, 심의면에서 대체로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조차 예산안 심의에 관심을 가져야할 인센티브가 적었으며, 이것은 예산안 심의가 그 성격상 언론의 주목을 받기 힘든 이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예산 및 결산심의보다는 여론과 언론의 주목을 받기 쉬운 국정감사나 대정부질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국가 예산심의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가예산이 '국민의 돈'이나 '우리 돈' 이기는 하지만, '내 돈'은 아니라는, 이른바 '공공재의 문제(public goods problem)'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도 어느 국회의원이 법안 발의를 몇 건 했느냐의 문제보다는 예산안 심의에 얼마나 성실하게 임했는가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많은 기대와 아쉬움 속에 17대 국회가 막을 내렸습니다.18대 국회가 시작되면 최우선적으로 국민의 갈등을 봉합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국민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서는 예결위를 상시 열리는 상임위로 전환하는 등 상시국회 또는 일하는 국회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국회가 미국의 예와 마찬가지로 정부예산에 대한 편성권까지 가져야만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정당정치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며,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조정하는 문제와 선거일정을 조정하는 문제도 정권초인 지금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회의원 개인은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더욱더 말과 행동에 품위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회 내의 자정노력이 필요하고, 그 자정노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징계나 윤리심사에 국민들의 시각에 맞추어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징계 및 윤리심사처리 건수가 많이 있었지만, 이 가운데 가결된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하다는 것만 보아도 자정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공감이 갑니다. 선진화된 국회가 되려면 국회의 자기 채찍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아쉬운 점을 뒤로하고, 18대 국회가 시작됩니다.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국회와 국회의원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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