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등급제의 역사
한국이라는 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반드시 장애인으로 등록되어야 한다. 장애인 등록 제도는 국내 장애 인구 수 및 장애 정도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장애인 정책의 기초로 활용해 장애인 복지에 대한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서 1988년 11월에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도입 당시의 장애인 등록 제도는 1981년에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의 장애인의 정의에 의해 등록 대상 장애인을 정하였다.
그 법에 따르면 장애인은 "신체 부자유,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음성 언어 기능 장애, 또는 정신 박약 등 정신적 결손으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받는 자"이다. 이러한 장애인의 정의에 따라 장애의 종류를 지체 장애,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언어 장애, 정신 지체 5개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각 장애 유형별로 1급에서 6급까지로 장애 정도를 표시하였다.
그 법에 따르면 장애인은 "신체 부자유,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음성 언어 기능 장애, 또는 정신 박약 등 정신적 결손으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받는 자"이다. 이러한 장애인의 정의에 따라 장애의 종류를 지체 장애,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언어 장애, 정신 지체 5개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각 장애 유형별로 1급에서 6급까지로 장애 정도를 표시하였다.
심신장애자복지법은 장애인 등록제와 연관시켜 장애인 복지를 시행하는 정책이 수립되기 전에 제정된 것으로 그에 따른 장애의 정의와 분류는 단순히 장애인을 구분하는 목적이 더 컸다. 5가지 유형에 불과한 장애인 분류가 모든 장애 종류를 포괄할 수 없었기에 2000년에 장애인 복지법이 개정되었다. 이에 따라 뇌병변 장애, 정신 장애, 발달 장애(자폐증), 신장 장애, 심장 장애가 장애인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2003년 7월에 추가로 호흡기 장애, 간 장애, 안면 장애, 요루‧장루 장애, 간질 장애가 장애인의 분류 항목에 생기면서 현재와 같이 15개로 장애를 분류하게 되었다. 이렇게 세분화된 장애인 범주와 더불어 장애인 등록 제도 각 15개 유형에 대하여 등급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장애인이 등록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장애 수당의 부정 수급을 막고 복지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 등급 판정이 강화되었다. 그 이전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전문 의사에게 장애 등급 판정을 받아서 진단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면 별도의 검토 과정 없이 장애인 등록이 되었다. 2007년에 장애 수당의 대상자가 확대되고, 지급액이 인상되면서 서비스의 수혜 대상을 엄격히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면서, 2007년 4월부터 중증 장애인에 대한 의사의 장애 진단을 국민연금공단이 다시 심사하게 되었다. 의사의 진단과 국민연금공단의 심사라는 2단계를 걸쳐 장애 등급 심사가 강화된 것이다.
2010년에는 장애인 등급 심사 제도를 확대 시행하여, 장애인이 신규 등록을 받거나 재판정 대상자로 선정되는 경우 1~3급 장애인은 반드시 장애 등급 심사를 받도록 하였다. 또한 장애 등급 판정 기준 고시가 개정되어 장애 판정이 엄격해졌다. 그리고 2011년 4월에는 모든 장애 등급에 대해서 장애 등급 심사를 하고, 기존에 의사가 진단 시에 장애 등급을 매기고 공단이 재심사하는 것을 의사는 장애 등급을 매기지 않고 국민연금공단에서 등급을 매기고 있다.

반인권적 장애 등급제
이러한 상황을 두고 봤을 때 장애 등급제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장애인 등급제는 의학적 기준만을 바탕으로 만든 장애인 정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 처한 사회적 환경과 경제적 조건 등이 고려되지 않는다. 장애인의 역량을 고려하고, 장애인 개인의 수요에 맞는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장애인의 인권 실현에 부합한다. 단순히 의학적인 기준만으로 등급을 설정하면 장애인 복지 서비스 역시 의학적 기준만으로 수혜 대상자를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장애인의 인권 실현에 부적합하다.
장애인 등급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의료적 기준만을 고려하여 장애인을 정의하고 그에 따라 장애 등급을 매기는 것은 이처럼 장애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하여 장애인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과 장애인 복지법상의 장애인 정의 규정을 ICF(ICF는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의 약자로 '기능, 장애, 건강에 대한 국제 분류'로 번역된다. ICF에서의 장애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개인 요인, 그리고 개인이 살고 있는 환경을 대변하는 외적 요소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건강 상태에 있는 동일 인물이라 하더라도 환경이 다르면 그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나 국제 인권 조약의 취지에 맞도록 개정해야 한다. 의료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방향으로 장애인 정의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 인권 협약의 경우 2008년 12월에 비준한 국제 법규이기 때문에 그 취지에 맞게 국내 법규를 개정할 당위성이 더욱 커진다.
낙인의 사슬, 장애 등급제
국가가 장애에 등급을 부여하는 행위 자체는 장애인에 대하여 낙인을 찍어 수혜자의 자존감을 훼손한다. 장애 등록을 요구하고 등급을 매기는 현 제도는 인간의 차이를 장애 유무나 장애의 정도를 등급으로 수치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간간의 차이를 다양성보다 서열화 된 등급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등급을 바탕으로 사회 복지 제도의 수혜자를 선별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혜자의 자존감이 훼손된다. 장애인이 장애 서비스를 받으려면, 자신의 자연적 특성이 열등함을 입증해야 하고, 그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사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선별된다.
정부에서는 장애 등급제는 그 목적이 장애 정도에 따른 서비스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장애인에게 혜택을 부여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장애인의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낙인을 찍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 등급제가 본질적으로 인간을 등급으로 분류하고, 자신의 열등함을 스스로 입증하여 등록하도록 하기 때문에 국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장애인의 자존감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보건복지부의 한 설문 조사에서 31.6%의 장애인이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남에게 장애를 알리기 싫다는 이유로 장애 등급을 받지 않는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볼 때, 실제로도 적지 않은 장애인이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장애 등록을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장애와 같이 사회 관습에 의해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는 집단에 대해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만드는 경우에 어느 제도를 택하든지 수혜자가 인정받지 못하고 그에 따라 자존감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 등급제의 경우 장애인을 국가가 일반인과 다른 존재로 구별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사회의 관습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한 점에서 장애인의 자존감 하락이 사회의 관습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장애 등급제가 사회의 관습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장애 등급이 없으면 복지 서비스도 없다
현재 장애 등급과 장애인 사회 복지 서비스가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 장애인 등록 여부나 등급 조정에 의하여 그들이 받은 사회 복지 혜택이 축소되거나 없어질 수 있다. 장애 연금을 비롯한 상당수의 사회 복지 서비스가 수급자 선정 기준으로 장애 등급을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활동 보조와 장애인 연금의 경우 수급을 위해서 장애 재판정을 요구하고 있다. 신규 장애 판정이나 재판정 과정에서 기준 등급에 미달하는 장애 등급을 받게 되는 경우 사회 서비스에서 배제되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활동 보조의 경우 1~3급의 장애 등급과 동시에 일정 기준의 활동 보조 필요 점수를 넘겨야만 활동 보조를 받을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활동 지원 인정 조사표에 의한 방문 조사 결과 220점 이상을 받아 활동 보조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장애 등급이 1~3급이 아닌 경우에는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 등급이 장애의 정도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지 장애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낙인을 찍으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활동 보조 서비스의 경우 장애 등급이 서비스 제공의 제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애인 등록 여부와 등급으로 수급 여부를 제한하는 것은 이러한 제도의 목적과 관계가 없다. 목적과 관계없는 기준으로 인해 사회 복지 제도의 수급자를 비합리적으로 제한하여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장애인 등록 제도가 장애 유형을 한정적으로 열거하였기 때문에 기존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경우에는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없고, 장애인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15개의 장애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장애의 경우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없고 그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통증 장애라 할 수 있다. 통증 장애인의 경우 통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신체 활동을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 15개의 장애 유형에는 통증으로 인한 장애가 포함되어있지 않아서 극심한 통증으로 운동 능력이 저하된 경우에도 다른 15개 유형에 해당하는 증상이 없는 경우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통증 장애로 인하여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함에도 장애인 등록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활동 보조와 같은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장애 등급제는 오직 공급자로 정의되는 정부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편의를 위한 제도이다. 이용자로 정의되는 장애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제도이다. 그렇기에 장애 등급제의 단순화가 아니라 폐지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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