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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아방궁' 평창서 벌어진 인권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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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아방궁' 평창서 벌어진 인권유린

[기고] '최저임금 지키라' 군수실 찾아간 버스노동자, 경찰에 들려 나와

지난 1월20일 오전 10시. 강원도 평창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이 평창군수를 만나러 군수실로 들어갔다. 군청 직원들은 지금 평창군수가 자리에 없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운전기사들이 들어가 보니 심재국 군수가 군수실 자리에 앉아 있었다.

조합원들이 들어가자 심재국 군수는 곧바로 자리에 일어서며 일정이 있으니 나가겠다고 했다. 우리들은 "그러면 기다릴 테니 다녀오시라"며 길을 열어주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얌전히 군수를 기다렸다.
한두 시간 흘러 점심시간이 됐는데도 군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장면이라도 시켜먹을 수 있냐고 했더니 여기는 밥 먹는 공간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을 위해 공간이 존재하지 않고 공간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냐"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그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군수실에서 나를 불렀다. 부군수가 자리에 있었다. 나는 평창운수 노동자들의 처지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윤종희

버스기사 17명인데 관리자가 6명인 회사

"평창운수가 군청으로부터 보조금 100%(연 10억 원)를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적자라며 버스기사들에게 최저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느냐?"

"달랑 버스 13대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서 버스기사가 17명인데 6명이 관리자라는 게 말이 되느냐? 심지어 관리자 대부분은 평창군민도 아니고 강릉에서 일하며, 평창군민의 세금을 가져가는 거 아니냐? 그러니 평창운수 면허권을 회수하시는 게 어떠냐?"

함께 있던 교통담당과장은 면허권을 회수하면 버스기사들이 다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앞으로 버스 운행을 안 하실 거냐고 물었다. 동계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평창에서 버스를 공영제로 전환하면 군민들의 세금도 투명해지고, 버스노동자들의 권리도 최소한 지금보다는 모두 좋아지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

버스기사들이 최저임금을 지키라고 파업을 한 지 50일이고, 낼모레면 설날인데 군청에서는 그동안 대체버스 12대를 투입한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는데, 앞으로 군의 계획이 무엇인지 물었다. 부군수는 "앞으로도 대체버스를 계속 투입할 거고 더 장기화되면 그때 가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정말 화가 났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른다는 지자체가 제일 먼저 세계인을 맞이하게 될 버스노동자들의 사태에 이리도 무책임하고 무관심할 수 있을까? 정말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얼마 후 돌아온 군수는 곧바로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래도 괜찮은 군수인가보다 생각했다. 군수에게 다시 한 번 설명하고 파업 50일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었다. 군수는 한마디로 "우리 군에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 그러니 나가 달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 군청 직원들과 이야기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논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엄청난 착각이었다. 그 순간 경찰이 몰려왔다. 순식간에 우리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군수실에 들어간 사람들 중 유일하게 나만 여성이었다. 그런데 정보과 형사라는 한 남자가 다가와 나의 팔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남자 경찰이 여성을 연행하면 불법이라고 소리쳤는데

남자 경찰이 여성을 연행하는 게 불법인 건지 모르냐고 물었다. 성추행이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경찰은 너무도 태연하게 장갑을 꼈으니 괜찮다고 했다.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보여준 후 팔을 내 겨드랑이 사이로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 그 순간 나는 사지가 들렸다. 정말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목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어디 가슴을 만져 이 나쁜 새끼야. 너를 성추행범으로 고소할 거야. 누구라도 사진 좀 찍어줘요."

악을 쓰며 절규했지만 셔터를 누르는 건 모두 경찰이었다. 성추행을 저지른 형사는 나를 비웃으며, 비아냥거리듯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 형사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여러 명의 여자들이 다시 나의 사지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중 여경은 두 명이었고, 나머지는 군청 공무원이었다.

2층에서 현관까지 오면서 미친 듯이 몸부림치는 나를 들고 있는 그 여자들은 힘들었는지 현관 바닥에 잠시 내려놓았다. 이 광경을 본 평창 주민 한 분이 격앙되어 당신들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그들은 개의치 않고 다시 사지를 들어 경찰차로 옮겼다.

경찰차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더니, 처음 연행한 남자 경찰이 나타났다. 머리를 발로 밟고 몸을 잡아당겨 경찰차로 처박아 넣었다. 그 순간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카메라 한 대 없는 곳에서 남자 경찰에게 들리는 서늘한 목소리는 끔찍했다. 정말 그를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가 일었다. 설움이 북받쳤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카메라 한 대만 있었어도, 아니, 이곳이 서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윤종희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북받친 증오와 설움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난 또 다시 사지가 들려 경찰서 현관으로 옮겨졌다. 여경이 3명밖에 되지 않자 현관에 그냥 나를 내버려뒀다. 한 여경이 정중히 다가와 밖이 추우니 안에 들어가 남자 없이 여경들만 배치해 조사하겠다고 설득했다.

두 시간이 흘러도 분이 삭여지지 않았다. 나는 나를 성추행한 사람을 사과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또 다른 남자 형사가 다가와 그럼 강제로 끌고 갈 수 밖에 없다며, 경찰 수갑을 채우겠다며 내 팔을 잡았다. 왜 남자가 여자를 잡느냐고 항의하자 그는 "나는 경찰이지 남자경찰이 아니"라고 했다.

여경이 수갑을 받아 내 오른쪽 팔을 잡아당겨 수갑을 채웠고, 또 다른 남자 형사 둘이 왼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는 나를 끌어당겨 바닥에 얼굴을 처박더니 모포로 둘둘 말아 조사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우리 조합원들이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도 그들은 정당하다며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영상을 배포하면 처벌하겠고 협박했다.

그날 경찰서로 연행된 노동자는 나를 포함해 총 14명이었다. 평창경찰서에는 유치시설이 없어서 40킬로미터가 넘게 떨어진 영월경찰서로 옮겨졌다. 1월21일 새벽 2시였다. 유치장에 갇혀있던 우리는 26시간이 넘어서야 풀려났다.

새벽 2시에 40Km 떨어진 경찰서로 이송

"최저임금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버스노동자들이 26시간 동안 유치장에 갇혀있던 날, 서울에서는 32만 명이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와 재벌 총수 구속을 외쳤다. 그러나 강원도 평창은 촛불이 아닌 경찰 군홧발이,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퇴임 후 함께 지낼 사저를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그 규모가 무려 3900평이었다. 최순실 소유의 강원도 평창 땅에 자신들만의 '아방궁'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었다. 이들은 'VIP 아방궁'이라고 불렀다. 아방궁은 중국 진시황이 세운, 가로 650m, 세로 115m에 이르는 초대형 궁전이다.

촛불이 없었다면, 강원도 평창은 박근혜 아방궁이 세워졌을 것이다. 촛불이 없었다면, 평창 올림픽은 '박근혜-최순실' 일가의 금고를 채우는 놀이터가 되었을 것이다. 연인원 10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켠 이유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고, 비리와 부정부패를 파헤쳐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의 아방궁 강원도 평창에는 촛불이 타오르지 않았다.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인들을 실어 나를 버스노동자들의 일터에는 민주주의의 불꽃이 켜지지 않았다.

우리는 1월20일 강원도 평창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사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불모지에서 최순실처럼 군림하고 있는 평창군수와 평창경찰서장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김기춘, 우병우처럼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성추행을 일삼은 경찰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 촛불이 '박근혜-최순실'의 아방궁 강원도 평창에도 타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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