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시민사회의 '선거연대'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민주ㆍ개혁ㆍ진보진영의 결집을 호소했던 '희망과 대안' 등 시민사회단체 4곳과 민주당 등 야5당은 12일 오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조찬간담회를 갖고 "오는 1월부터 2010 지방선거 공동 대응에 관한 가능성과 조건에 대해 적극 검토, 모색키로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야5당 대표와 시민사회 원로 모두 6월 지방선거를 위한 연대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한다. 중소야권의 무기력과 할거(割去)에 실망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12월 23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일방적 독주를 막기 위해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45.3%)는 의견을 가진 국민이 경제회복이 되려면 여당이 승리해야 한다(40.2%)는 의견을 가진 국민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났으나, 그 차이가 매우 근소하다는 측면에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야당세력의 가장 큰 문제로 '여러 개의 정당으로 인한 힘의 분산'을 꼽았다. 정부의 일방적 독주를 막고 야당이 승리하려면 여러 개의 정당으로 분열된 힘의 분산을 극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결론은 자명하다. 힘을 모아야 한다
여론조사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방송관련법의 직권상정과 날치기 통과, 4대강 예산안 및 부수법안의 직권상정과 날치기 통과, 노동법의 직권상정과 날치기 통과 등의 사례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국회의원 정수의 1/3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야권의 절대적 수적 열세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복지가 무기력하게 짓밟히고 후퇴하고 있는 현실을 잇달아 목도하고 있지 아니한가? 지금 우리의 현실은 절망적이다.
서울시청 앞 광장 집회가 사실상 금지된 나라, 릴레이 1인 시위와 기자회견마저 미신고 집회로 규정하고 연행하고 처벌하는 나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위험성을 알린 언론인들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하는 나라, 권력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죄 없는 방송사 사장을 기획감사하고 기소하고 해고하는 나라,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였다는 이유로 국민을 구속하는 나라, 강압통치를 중단하고 국정기조를 수정하라는 시국선언을 하였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대거 처벌하고 징계하는 나라,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신문광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무원을 기소하고 징계하는 나라, 군대의 자의적인 볼온서적 지정과 반입금지에 맞서 군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파면하는 나라, 정리해고에 반대하여 농성 중이던 노동자들에게 물과 의약품조차 반입을 차단하는 나라, 노동자들의 폭력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형벌로 대응하면서도 공권력이 백주대낮에 자행한 폭력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나라, 정부가 앞장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비정규직법안의 개악을 주도하는 나라, 아무리 합법적으로 파업으로 진행하여도 대통령이 나서서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된다라고 한마디 하자 곧이어 노조위원장이 구속되는 나라, 상급단체에의 가입을 불법행위로 몰고 설립신고서 반려라는 제도를 악용하여 공무원의 단결권을 사실상 불허하는 나라,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하여 공무원노조의 정권에 대한 일체의 정치적 반대 의사 표현을 봉쇄하는 나라, 국민의 70% 가량이 반대하여도 온 국토를 파헤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나라,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하여 예비타당성조사마저 회피하고 서민들을 위한 각종 복지예산을 줄여버리는 나라, 재벌들에게는 온갖 특혜를 주면서도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무상급식을 축소하는 나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 하에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을 여야합의에 따라 법률로 제정하고 대통령 후보 공약을 통해서도 수없이 추진을 약속해놓고서도 대통령의 번의에 따라 곧바로 약속을 뒤집어버리는 나라,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청와대의 의중이 곧 법과 원칙으로 작용하는 시대로 되돌아와 있다.
법과 국회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과 절대적 수적 우위에 근거한 여당의 일방독주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마냥 질주하고 있는 반면,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여야 할 세력들은 그것이 국회이든 시민사회단체이든 모두 무기력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 우리의 기막힌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독주와 독재 그리고 강압적 통치를 견제하고 향후 정치지형의 재편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로 나누어진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대동단결이 너무도 절실하다. 오는 6. 2 지방선거가 절대적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 것인 동시에 정권의 일방독주에 제동을 걸 중요한 기회라는 점에 달리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민주·개혁·진보세력의 선거연합과 야권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민주·개혁·진보세력의 선거연합과 야권연대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하여도 기득권을 보호하고 반개혁적ㆍ반진보적인 정책마저 수용하는 무조건적인 연합이나 연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과 공기업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반대하고 교사의 시국선언과 같은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고 노동유연화를 이유로 비정규직의 사용을 확대하고 건설경기 회복을 위하여 4대강 사업 추진에 동조하고 북핵을 이유로 햇볕정책에 반대하고, 규제철폐를 이유로 대형마트와 SSM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하고, 학력성취도평가를 명분으로 학교서열화에 찬성하고, 농업의 몰락과 금융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절대적으로 찬성하고, 국익을 이유로 미국의 요청에 끌려가는 해외파병을 정당화하는 경우에도 선거연합이나 야권연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민주·개혁·진보적 가치 및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공통분모도 없이 묻지마식 연합과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그 연대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연합과 연대를 통해 무엇을 견제하고 무엇을 얻고자 한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설령 야권의 선거연합과 대동단결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야권연대를 통해 선택된 후보들의 정책과 가치가 현 집권세력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면 그러한 승리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따라서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선거연합, 근로자들의 안정적 일자리 만들기, 고용안정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목표로 하는 노동정책, 농민들의 지속가능한 농업정책, 중소상인ㆍ빈민ㆍ세입자들의 생존권보장 및 주거정책, 4대강 사업ㆍ운하반대 등 생태보호정책, 고교평준화 및 무상공교육실시 등의 교육개혁정책, 전기ㆍ 수도ㆍ 의료민영화반대 등 공공성 강화 정책, 군축 및 파병반대 등 평화정책, 남북관계에서의 햇볕정책,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호정책 등 개혁적ㆍ진보적 가치 및 정책을 중심으로 한 선거연합과 야권연대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노동가치 존중, 생태가치 실현, 보편적 복지' 등 가치 중심의 선거연합 추진을 제안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제안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연합과 연대의 내용으로 논의되어야 할 대상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적어도 선거연합을 통한 지방공동정부구성을 제안한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진보대통합을 제안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도 연합과 통합의 내용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준거는 국민의 삶과 자유와 권리 신장
그러나 각 정당의 정책연합 제안이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략이거나 연대를 회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국민의 삶과 자유와 권리의 신장이 그 준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야권연대 논의의 원칙을 세우자. 먼저, 각 세력은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라는 대의적 관점에 서야 한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려는 순간 야권 전체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현재 인지도나 지지도를 기준으로 하는 무조건적인 연합이 아니라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연합을 성사시키고 정책 합의 도출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지지도를 이끌어내야 한다.
다만, 정책의 논의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과도하게 차이를 부각시키려고 해서도 처음부터 연합논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각 정당은 선거연합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연대논의에 임해야 한다. 만일 국민의 비난을 피할 목적으로 야권연대에 형식적으로 참여한다면 이는 각개약진보다 못한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야권연대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정당이라면 처음부터 참여불가를 선언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이제 야권연대의 논의는 개시됐다. 선거연합의 논의가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와 같이 연합의 결실을 맺을 것인지 아니면 지난 해 10ㆍ28 경기 안산상록을 재선거와 같은 분열로 도리어 실망을 안길 것인지 여부는 야권연대 주체들의 진정성과 선택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작은 욕심에 치우쳐 소탐대실의 지도력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위한 올바른 지도력을 발휘할 것인지를 두고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중소야당들이 제각기 자신의 작은 이익에 갇혀 지방선거에서 야권 전체를 왜소화시키고 지리멸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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