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우리는 여전히 면도날 위에 서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우리는 여전히 면도날 위에 서 있다

[끝나지 않는 블랙리스트] 블랙리스트 부역자들,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광화문 광장에는 최병수 작가가 만든 블랙리스트 조형물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면도날을 형상화한 것들이 있었다. 이 작품들은 위태로운 현실을 상징한다. 예술인으로서 느끼는 날 선 현실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 생활한다. 몇 년째 경제가 나빠지면서 사람들은 지갑을 닫았고, 지갑이 열린다 하더라도 예술을 위해 쓰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은 자기 영역에서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이런 자부심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치졸한 방법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과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만 명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도 한다.

2015년에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풍문을 들었다. 그 뒤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가장 먼저 느낀 징후는 각종 지원사업에서 일어난 미묘한 변화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재단에서는 1년에 1회에서 2회 정도 일정한 기간을 두고 기금을 작가에게 수여해 왔다. 작가가 작품을 내고, 심사위원들이 작품들을 골라서 주는 방식이었다.

지금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아왔다. 그 중에는 1년에 책 한 권 내기 힘들 정도로 어렵게 작업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려운 생활 때문에 다음 작업을 이어가기 힘든 사람들이 신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심사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었고,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출간될 작품을 기대할 수 있었다. 기금을 받는 예술인은 자부심과 자존심을 세우는 동시에 작품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금을 받아서 두 배로 기뻤다.

그런데 갑자기 기금을 수여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심지어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발표 시기도 계속 늦추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과정에 블랙리스트를 검토하는 일이 끼어들었으리라 짐작된다.

이미 알려진 블랙리스트 명단 중 어린이문학인들은 대부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은 사람들이다. 창작기금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거르고, 그 다음해부터 이 사람들이 어떤 기금도 받지 못하도록 조정해왔으리라고 짐작하게 만든다.

결국 블랙리스트 실행 몸통 혐의까지 적시되어 박근혜가 구속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박명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 등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했던 핵심 공범부역자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지고 난 뒤 한참이 지난 다음에 짧은 사과문을 올린 것이 다다. 문학 장르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예술인들을 리스트에 올려 관리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블랙리스트를 만든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잡아떼고 있다. 그들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국민인 예술인들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기준으로 차별했다.

예술인은 사회에서 불편한 측면을 끄집어낸다. 그 불편함으로 새로운 시각을 일깨운다. 불편함을 불편하다 말하지 못하는 예술인들이 많은 사회는 불행하다. 불편함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들여다볼 마음을 가질 기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이 끄집어낸 불편한 점들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가 가야할 길이다.

우리는 여전히 면도날 위에 서 있다. 국회는 1만 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들이 그 면도날 위에서 내려올 수 있게 즉각 블랙리스트 전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새 정부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아직 블랙리스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블랙리스트 시국선언 및 적폐청산 문화예술인 버스
* 약칭 ‘블랙타파 문화예술인버스’
* 기본 일정 외 세부 계획은 변동 있을 수 있습니다.

- 일시 : 2017년 5월 17일
- 일정 : 세종시 문체부 청사 - 전남 나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사 방문
- 출발 : 5월 17일 오전 9시,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선언 후 출발(서울 기준)
* 지역 출발 : 대전충남권 등은 11시 문체부 세종시 청사 앞으로 도착, 영호남권은 15시 나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앞으로 집결
- 참가비 : 3만 원
- 문의 및 신청 : 010-6577-2007(이해성, ‘블랙타파’) / 010-7711-3948(이두찬, 예술행동위)
- 주관 :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 ‘블랙타파’
- 주최 : <박근혜퇴진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참가단체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