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옛 소련(러시아) 극동 지역에 살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지 80년되는 해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현재 '외국인' 신분으로 국내에 있다. 경기도 안산, 전라남도 광주 등에 주로 모여 산다. 이들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려 애쓰는 이들의 글을 싣는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핸드폰 부품을 제작하는 소규모 PCB업체에서 일하던 고려인 동포 알비나 씨는 지난 2015년 작업 중에 금형을 프레스 위에 올리던 중 프레스 버튼이 눌려 양쪽 3~5번 손가락이 눌려버리는 큰 사고를 당했다. 그녀는 회사에서 산재 처리를 해줘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양손가락에 큰 장해가 남았다.
다친 부위에 계속 통증이 있어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에서는 추가로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일하다 다쳤으니 산재보험을 통하여 추가로 수술을 받든가, 회사 사장에게 수술비를 부담하라고 해야 하는게 맞을 것 같아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회사 사정이 말이 아니었다. 원청업체가 부도가 나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2~3개월씩 임금이 밀린 상태였고, 사장인 자기도 알바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추가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재요양 신청을 했는데, 공단에서는 수술을 통하여 적극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수술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요양 거부 답변을 받았다. 결국 알비나 씨는 장해보상금으로 받은 돈으로 자비를 들여 추가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알비나 씨 사연을 뒤늦게 접하고, 입원기간동안 간호를 친언니가 해줬다고 하여 산재보험에 간병료를 청구하기 위해, 알비나 씨에게 친언니 신분증을 요청하니 본국인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해서 한국에 없다고 한다. 재외동포 방문취업비자인 'H-2비자'가 만료되어 더 이상 한국에 머무를 수 없어 출국을 했는데, 더 이상 한국에 입국하는게 쉽지 않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본국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출국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아서인데,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사증(비자)을 한국에서 다시 받기도 쉽지 않은데,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한국으로의 재출국이 어려운 상황인거다. 결국 서류는 국제우편으로 받았지만, 언니는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하기가 녹녹치만은 않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중국 동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의사소통이 자유롭기 때문에 체류기간이 연장되는 비자로 변경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고려인 동포들의 경우 구소련 강제이주의 역사 때문에 한국어 소통이 거의 되지 않아 비자를 변경하거나 갱신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거니와, 재외동포에게 재외동포비자 체류기간 4년10개월동안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정부의 정책도 이해하기 어렵다. 재외동포들이 모국으로 들어오는데도 여러 제약과 절차가 많아 이렇게 많단 말인가.
한국에 있는 본국 대사관에서도 고려인 동포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모국인 한국에서도 한국인이 아닌 타인(외국인) 취급을 받고 있다. 국내에 재외동포에게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도 변변치 않는 현실에서, 국내에 있는 동포들이 제대로 노동권을 보호받기를 바라는 건 사치일지 모른다.
우리가 동포들을 타인 취급하면, 그들이 정말 타인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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