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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의 커피축제 여행] 강릉 커피축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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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정욱의 커피축제 여행] 강릉 커피축제를 가다

가을 바다와 함께 마시는 짙은 커피가 볶아 내리는 소통의 공간

비가 오는 날이면 커피를 더 마시고 싶다. 비의 축축함과 따뜻한 커피가 어울려서 일까.

10월의 첫 주말을 하루 앞 둔 6일 오후 비가 내리는 태백산맥 동쪽 커피축제가 열리는 강릉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10월의 긴 연휴는 고속도로를 느리게 페달을 밟는 자전거 속도만도 못한 속도로 지정체가 심했다.

한강변을 빠져나와 강일 I.C를 들어선 시간은 오전 11시. 그러나 자동차 의 내비게이션에 찍힌 강릉도착 시간은 오후 5시 20분을 가리켰다. 평일 1시간 30분이면 서울에서 양양에 도착하던 고속도로의 시간에 잠시 멍하다.

그러나 강릉 앞바다를 보며 모처럼 여유롭게 빗속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설레임 때문에 먹구름이 잔뜩 긴 하늘같은 마음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경기도 경계를 벗어나자 차는 조금 숨통이 트였다.

▲6일 제 9회 강릉커피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쇼핑을 하는 커피여행객과 커피 홍보에 나선 커피생산국 사람들. ⓒ프레시안(서정욱)

내가 커피축제장에 도착한 시간은 4시. 그러나 행사장 주차시설이 부족해 차들이 커피 축제장 앞에서 또 30분을 기어 들어가 도로 옆에 겨우 비집고 주차를 했다.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차들과 함께 주차장이 되어버린 비좁은 도로 주차장에서 내리자 커피축제가 열리는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관과 광장이 보였다.

나는 카메라 가방을 챙기고 우산을 썼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려면 비옷이 필요할 거 같아 방수용 점퍼를 입었다.

▲강릉커피축제장 앞을 흐르는 생태습지 하천이 비를 맞고 있다. ⓒ프레시안(서정욱)

도로에서 한참을 걸어가자 바다로 흘러가는 습지를 낀 하천이 보였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에 보면 더 아름다울 거 같은 하천 풍경이다.

커피축제장을 들어가자 내리는 비에 묻힐 것 같았던 커피콩 볶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 커피콩 볶는 냄새를 맡자, 갑자기 루소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루소는 집근처에서 커피콩을 볶을 때면 서둘러 창문을 열어서 커피 향기를 맡았다고 한다. 그 말이 오늘은 귀에 쏙 들어온다.


▲강릉커피축제 행사장 앞 세트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젊은이들. ⓒ프레시안(서정욱)

질퍽거리는 광장 한 켠. 커피축제장에 만들어 놓은 세트장에서 한 젊은이들이 기념사진을 한 컷 찍고 있다. 커피축제라 젊은이들이 많다.

그 뒤쪽. 몽골 초원에서 양떼와 함께 볼 수 있는‘게르’를 닮은 작은 흰색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투두둑 떨어지는 가을비를 맞고 있다. 천막 안의 상인들은 비 때문에 손님이 줄어서 걱정인지 몰라도 나는 운치 있는 비가 더 좋았다,

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커피를 내려주는 광경을 보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커피 한 잔에 행복해 하는 사람들.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강릉커피축제 앞 광장에 내린 빗 속에서도 커피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프레시안(서정욱)

10월의 첫 비가 여름을 밀어내고 차가운 바닷바람을 날라 온다. 그래서 그런지 커피 맛은 더 진하다. 이럴 땐 진한 커피가 그리웠다. 러시아를 제패하려던 나폴레옹은 “자신에게 언제나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건 진한 커피는 온기와 특이한 힘을 불러 온다.”고 했다. 아마도 지금 따뜻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저 사람들의 생각 나폴레옹 같을 거라는 생각을 한며 체험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커피 체험관에는 브라질과 르완다에서 온 사람들이 문을 연 커피 홍보관이 눈에 띄었다.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강릉커피축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프레시안(서정욱)

르완다 사람들은 그들이 생산한 커피 외에도 아프리카 사람들을 닮은 매력적인 인형 같은 장식품들도 함께 팔고 있어 여성 관광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쇼핑을 많이 했다.

건물 안에는 아홉 번째 커피 축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어 여행을 온 사람들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강릉커피축제가 열리는 대형 로스터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커피여행객들 모습. ⓒ프레시안(서정욱)

그 한 켠. 커피를 볶는 대형 로스터기가 커피는 안 볶고 잠자는 백설공주처럼 낮잠만 잔다. 커피를 볶는 로스터 주인이 없는 눈요기용 전시 로스터기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며 건물 긴 복도로 들어가자 동화 '책읽는 루브르'의 주인공 루부르 소년과 아빠가 굽는 소보르 빵을 닮은 커피빵 냄새가 난다.

사람들은 커피빵과 커피를 산다.


▲6일 강릉커피축제장의 커피와 커피빵집 앞의 커피여행객들 광경. ⓒ프레시안(서정욱)

나는 가끔 빵굽는 냄새와 커피 볶는 냄새를 혼돈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커피 빵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는지 커피만 내려 마시고 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비좁은 건물 복도에 손님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찼다.

나는 대형 커피 축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있는 한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강릉커피축제가 열리는 커피광장의 커피점에서 커피를 내리는 풍경. ⓒ프레시안(서정욱)

커피를 마시며 이어폰으로 휴대폰에 저장해 둔 음악을 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허먼 멜빌이 쓴 소설‘모비딕(Moby Dick)’에서 커피를 좋아하는 1등 항해사 스타벅을 소재로 원두커피점을 만든 고든 보커, 제럴드 제리, 볼드윈 그리고 지브 시글을 생각하다가, 커피를 좋아해‘쓰루’와‘69다방’을 연이어 냈지만 커피점 경영에는 실패한 채 27세의 젊은 나이로 죽은 천재 작가 이상(본명 김혜경)을 동시에 떠올렸다.

역시 유명한 작가는 커피 경영보다는 커피를 마시며 천재 작곡가 베토벤 처럼 살아야 하나보다.

베토벤은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가 60여 가지의 좋은 아이디어를 가르쳐 주었다고 말할 정도로 커피를 사랑하는 커피 애호가이다.


▲강릉커피축제 광장에서 다양한 커피를 내려 파는 모습. ⓒ프레시안(서정욱)

이상이 베토벤처럼 커피장사보다 커피를 의미하며 마시는 사랑에만 그쳤다면 그가 쓴 소설‘날개’의 주인공처럼 비극 삶보다는 커피를 마시며 떠오르는 또 다른 창작을 하며 베토벤처럼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카렌 이렌드( Karen Eland)처럼 물감이나 유화대신 에스프레소 커피 하나만으로 자신이 좋아했던 화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같은 에스프레소의 깊이로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둠이 내리는 건물을 빠져 나왔다.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강릉커피축제장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 모습. ⓒ프레시안(서정욱)

커피콩 볶는 저녁 무렵.

커피 축제장은 가수 거미의 무대를 준비하는 백열전등에 불이 켜지고 있었다.

나는 저물어가는 축제장 곳곳에 비처럼 쏟아지는 커피콩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칸타타’에 “커피가 없으면 나를 기쁘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 바흐의 칸타타가 그리워지는 강릉의 가을밤은 커피색을 칠한 요정들이 온 것처럼 하늘은 진한 커피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커피콩 냄새와 함께 축제장 입구로 행해 걸으며 생각한다. 내년 열 번째 커피축제가 열린다.


▲내년이면 인천공항에서 강릉까지 1시간 52분이 도착하는 KTX를 타고 강릉커피죽제를 즐길 수 있게 해줄 원강선 전철을 기대하며...ⓒ프레시안(서정욱)

그 때는 오늘 축제처럼 비좁은 자동차 주차장 걱정없이 전철을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천공항에서 강릉까지 278km 노선 가운데 강릉∼원주 구간인 원강선 120.7km 복선전철이 올 겨울이면 모두 연결된다고 한다.

그러면 내년 10월, 커피축제를 즐기러 오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여행객들이 인천공항에서 KTX를 타고 1시간 52분이면 커피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전철을 타고 와서 즐기는 바다와 함께 마시는 커피축제.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강릉커피축 광장에 마련된 커피점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들. ⓒ프레시안(서정욱)

오늘 하루, 나는 우산을 쓰고 커피를 내려 마시며, 이제 일상의 하루에서 커피와 친구가 된 이 많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생텍쥐페리가 쓴‘어린왕자’에서 우주의 행성을 여행하던 외로운 어린왕자는 여우와 친구가 되기 위해 여우에게 길들여졌다.

어린 왕자처럼 커피의 맛에 길들여지다 커피와 친구가 된 사람들.
각박해가는 사회에서 빨리빨리 걸어오다 지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베토벤처럼 창작의 영감을 얻으면 좋겠다.


▲6일 저녁 무렵. 비가 내리는 강릉커피축제 광장에 백열 전등이 하나 둘 켜지고 있다. ⓒ프레시안(서정욱)

그리고 커피콩 볶는 냄새에 닫았던 집 문을 열었던 루소처럼 커피 한잔으로 아름다운 소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바다에 내려놓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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