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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은 자연생태를 학습하는 배움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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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은 자연생태를 학습하는 배움의 장이다

아이들에게 경이로운 자연 학습장

늘, 자연에 살면서 야생동물들의 움직임을 본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오랫동안 기다리는 인내심과 순간적으로 온몸을 던지는 집중몰입행동이다.

특히 여름철 백로들이 가시연 잎 식당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는 모습은 나에게는 관찰과 몰입의 순간이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
우리아이들에게도 이런 자연 속에서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 하면 좋겠다.엊그제 페이스북 친구인 화가조합 황교수께서 미국에서 온 손자 인후를 데리고 우포에 와서 5시간 동안 머물렀다.

인후는 5시간 내내 곤충과 물고기 등을 관찰하고, 채집을 했다. 때로는 채집한 장소에서 물잠자리가 이곳을 떠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며 그 자리에서 놓아 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초등학교 3학년의 행동이 무척 대견했다.

해가 져서 어둑한데도 물고기와 올챙이 관찰을 위해 시간을 더 달라는 말에 속으로 참, 아이들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에는 어른들이 안전과 지켜보는 자세만 가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논 습지학교에 오는 아이들 중에도 드물게 그런 아이들이 있지만,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방식에 차이가 있어 아이들의 행동다양성에 대한 깊은 배려가 있는 교육제도가 뒷받침이 될 때 훌륭한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이런 아이들은 자칫하면 학교에서 교사들의 깊은 배려가 없으면 왕따 당한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들꽃은 스스로 자란다”는 교육철학이 이 땅에도 하루빨리 구축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포자연학교를 방문하는 아이들에게는 학교교육에서 미처 챙기지 못하는 감성적 몰입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제자들이 다시 찾아오는 우포자연학교

가족을 데리고 온 사랑스러운 제자 조군의아들과 함께 22년 전, 김해 내동중학교 시절 탐조동아리 활동을 다시 재현해 보았다.

김해 내동중 시절 제자였던 조군이 세 자녀와 아내를 데리고 우포자연도서관을 방문한 것이다. 22년 전, 조군은 주말이 되면 주남저수지와 낙동강하구 등에서 늪 길을 걸으며 탐조도 하고, 영국인 탐조선생을 초빙하여 영어도 배우고, 새 관찰하며 낙동강하구에서 서해안 갯벌까지 2박3일 동안 체험학습을 다니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고 일깨워준다.

동학 백주년에 즈음하여서는 충북 제천으로 아이들과 2박3일 수학여행을 떠났던 추억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당시 만났던 신경림시인과 이문구소설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이부영의원, 제정구의원 등 당시 한겨레 당의 쟁쟁한 민주인사들을 만났던 기억들을 되뇌었다.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다.

특히 오는 길에 거창고를 들러 당시 전성은교장의 소박한 교장실을 보고, 훌륭한 말씀에 감동한 아이들이 그해 4사람이나 입학하게 되자, 당시 김해고와 여고에서는 발칵 뒤집혔다.

소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지역학교에 보내지 않고, 이상한 선생이 아이들을 빼돌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군의 이야기가 그때 결정은 그 여행을 통해서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어서 친구들과 서로 의논하고, 부모들과 상의했다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식에게도, 제자들에게도 무엇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바는 없다. 지금도 그렇다. 다만 여러 가지 길을 안내할 뿐이다.

그때 스스로 진로를 결정한 것이 현재까지 가장 잘 선택한 삶이었다며, 유학 후,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결혼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선택하여 퇴사하고, 지금은 연구소에 다니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오래 전 이야기지만, 한번은 공항에서의 일이다. 2008년 10월, 중국에서 얻은 따오기와 함께 아세아나 전세기를 타고 김해 공항에 내렸을 때 그에게 VIP 대접을 하며 짐도 들어 주던 공항 관리가 있었다.

그도 다름 아닌 김해 내동중학교의 환경 동아리 출신의 제자였다. 그 친구는 ‘새들을 찾아서’라는 탐조여행에도 참가했고,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을 따라 자연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그때 그 제자는 공항에서 공항책임자인 상사에게 따오기를 인수해오는 분이 자신을 가르친 선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따오기를 우포늪까지 수송해 올 때까지 편의를 제공한 셈이다.

이처럼 환경교육으로 맺은 인연이 제자의 마음속에 씨앗을 품게 했던 것이다. 가끔 이렇게 제자들과의 인연으로 젊은 시절의 내 초상을 그려주기에 남은 삶을 더 알뜰하게 살아내야겠는 다짐을 해본다.

지역주민이 만드는 마을학교

며칠 전 세진마을에서 한일논생물조사 발표회가 있었다. 이자리에서 따오기복원센터 앞 논이우리나라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논습지가 된 것이다.

환경보전은 지역마다 마을학교가 되어야 한다. 젊은 날 선생 노릇 하며 교사-교육운동에 뛰어들 때부터 지금 ‘우포늪 지킴이’로 살게 된 이날 이때까지 ‘초지일관’해 온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변혁을 꾀하는 어떤 운동이든 ‘마을’에 뿌리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탈핵이나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하려면 원전이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가는 것이 일차적인 실천이 된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지 않으면 어떤 운동도 사상누각이기 때문이다. 7년 전, 세진마을에 들어와 살면서 기록한 것이다.

까치들이 나뭇가지를 물어 와 부지런히 집을 짓는 아침. 우포늪 가 세진마을에서 3박 4일 캠프가 시작된다.

마을 어르신들의 손녀·손자들과 우포따오기자연학교 아이들이 참가하는 마을캠프인 셈이다. 세진마을 이장님과 어르신들이 선생님이 되고, 이곳에 살러 들어온 정봉채 사진가, 곤충-화석박물관 김관장 등 지역 자원이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지원팀이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 할머니들이 그릇을 준비하고, 할아버지들이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 정겹다. 할머니들도 생태마을 프로그램이라고 일회용은 쓰지 않겠다며 집에 있는 컵이며 주전자까지 들고 나오셨다.

식사 시간에는 장독 김치를 들고 나온 할머니는 “손자들한테 사다가 먹일 수가 있냐.”고 하신다. 아이들이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자 앞마당에서는 “꼬마야 꼬마야……”를 반복하며 줄넘기를 하고 있다.

마을이 갑자기 활기차다. 팽이치기 가르칠 할아버지와 냉이 캐러 갈 할머니까지 마을 선생님들도 즐겁다. 다음 날 오전에는 마을 어르신을 따라 당산제를 일부 재현하기로 했다.

세진마을 뒷산을 오르면서 ‘마을의 평안’을 위해 제관의 평소 조심스러운 행동과 추운 겨울에 찬물 목욕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마을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셨다.

아이들은 숲길을 걸으며 옛이야기를 듣고, 당산제를 지내는 곳에 도착하여 금줄을 치고 백지를 새끼 사이에 꽂는다.

그리고 종이에 이름을 쓰고 제관이 소지(종이를 태움)하면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고 마을로 돌아와 당산제 때 가지고 간 음식을 나누며 풍물을 치고 한 해가 무사태평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오늘도 동네에서 돼지 한 마리 잡아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과 마을 분들이 음식을 나누며 오늘의 배움과 전통에 관하여 깨알 같은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었다. 오후에는 곤충박물관에도 들르고, 우포늪 안에서 너구리놀이도 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3일 동안 마을 생활과 우포늪, 가야시대 고분, 박물관 등을 다녀온 경험과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들을 마을회관에 전시하는 것으로 마을캠프를 마쳤다.

이렇게 시작한 마을프로그램들이 이제는 람사르습지도시 시범마을이 되어 마을 할머니들께서 노래도 부르고, 연극도 하시면서 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전통지식인 문화, 생태를 우포늪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습지인식 역량 강화 사업으로 젊은 예술가와 생태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세진마을을 비롯한 여러 마을에 들어오고 있다.

우포늪이 만드는 세상의 학교

끝으로 부모님을 따라 우포늪에 온 적이 있는 한 여중생이 대학을 졸업하고는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을 했다.

인터뷰 기사가 신문에 실렸는데 그 친구 말이 이랬다. 어릴 때 우포늪과 주남저수지에서 자연 체험을 하며 생태교육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대학에 가서는 환경단체에서 자원봉사도 했다.

앞으로는 환경 전문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그런데 정말 그는 외교부에서 기후변화와 환경담당 공무원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환경부 공무원으로부터 전해 듣고, 정말 우포늪 같은 자연현장이 배움의 터로서 너무 귀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대지초등학교, 대합초등학교, 이방초등학교, 유어초등학교, 창녕초등학교 아이들이 따오기를 기르는 논에서 논 생물조사를 매달하고, 따오기를 관찰하고, 우포늪의 야생동식물을 관찰하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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