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는 전국 103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자주 접하는 SK 고객센터는 SK브로드밴드와 도급계약을 맺은 개별 사업자들입니다. 그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IPTV, 전화등의 설치, 수리업무를 하고 있지만 각양각색의 고용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협력사의 정규직, 하도급, 소사장의 재하도급 등 뜻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명 간접고용, 즉 비정규직이라고 불립니다.
이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원청의 실적과 지표에 대한 압박 등으로 이직률이 다른 어느 직종 보다 높습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생계를 위해 부유하며 떠돌아다니는 유목노동자였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2014년 3월30일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가 출범했습니다. 노동조합 설립 후 고용의 안정화가 찾아 왔고, 저임금이지만, 협력사 대표들에게 돈을 뜯기는 일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원청사의 실적 압박 등으로 현장은 힘들었습니다. 각종 안전사고도 여전했습니다. 지난해 의정부 홈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작업 중 전신주에서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SK브로드밴드 원청은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5월 자회사를 설립, 협력사 노동자들을 자회사를 통해 전원 고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6월, 자회사인 홈앤서비스를 설립하고 7월1일 부터는 기존 협력사 소속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고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원청인 SK브로드밴드는 노동조합의 '원청 직접고용'을 두고 '협력사의 일이다'라면서 직접고용을 회피해왔습니다. 그러던 원청이 올해 정부가 바뀌니 갑자기 '자회사 직접고용'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원청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정책에 발맞추어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등에 따라 더 나은 고객서비스를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합니다.
모든 하청 노동자들은 '진짜사장'인 원청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또한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게 당연합니다. 이유야 어떻게 됐든 직접고용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진정성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도 믿을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지난 7월 자회사 전환 이후, 지금까지 회사가 보여준 것에서 진정성이란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회사는 자회사 전환계획을 발표할 당시, 기존 협력사 대표들을 교체하겠다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협력사 시절,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자들에게 악독하게 굴던 센터장(구 협력사 대표)들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노동자들을 괴롭히던 기존 중간관리자인 팀장들은 'PL'이라는 보직으로 변경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신규 사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그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회사는 일방적으로 직원의 인사 평가를 하겠다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불이익한 인사평가를 하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회사 전환이후 노동자들은 임금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습니다. 자회사 전환 이후 새로운 임금체계가 형성되기 전까지 기존 협력사의 임금체계를 유지한다는 일명 '수평이동'을 했으나 기존 협력사의 각종 인센티브가 사라져 실질적인 임금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노사간 임금TFT를 통해 합리적이고 전사 통일적인 임금체계를 만들겠다고 했고 회사의 정해진 안은 없으니 같이 만들어 가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주도하는 각종 교육에서 관리자들은 회사가 마치 준비된 임금체계가 있는 양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준비된 임금체계는 대부분 성과연봉제, 직원등급제 등으로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내용뿐입니다.
원청에서 얘기했던 자회사의 보랏빛 청사진은 자회사 전환 이후 반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원룰'이라는 제도를 회사는 일방적으로 시행함에 따라, 주간보다 야간에 더 많은 일들을 하게 됐습니다. 또한, 업무용 차량 지급에 GPS를 장착하여 1분 단위로 정보를 수집한다며, 이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동의서 미작성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식의 문구도 삽입이 되어 있습니다.
회사는 교섭과정에서 GPS를 통한 노조 탄압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악용된 사례를 알고 있는 노조로서는 거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일방적으로 GPS를 장착했습니다. 업무용 차량 지급을 담당하는 자산관리팀에서는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차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이며, 실제 현장에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관리자들의 임금은 월급제로 고임금을 보장받고, 현장 직원들은 실적에 따라 실적급을 부과하는 식의 임금체계로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 일감을 미끼로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각종 지표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덩치가 조금 더 커진 하청업체에 불과
'민간기업 최초 자회사로의 전환'. 회사가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잘 보이기 식 시도가 아니라 간접고용노동자들을 위해 생각해서 만든 것이라면 노동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문화가 돼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회사 전환이후 SK브로드밴드가 보여준 일들은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말하는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게 합니다. 단순히 정부에 잘 보이기 식의 행태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임금TFT에서도 회사는 향후 구성원들의 미래에 관한 일이라며 신중하게 시간을 두고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반면 기존 실적급체계를 대충 수정해 빠르게 마무리하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조가 주장해온 월급제의 방향성에 대해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실적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고수하려는 회사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면, 임금TFT를 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설문조사라도 진행하고 현장에서 수긍할 수 있는 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임금체계를 고수하고 일부 수정해 마무리하려는 회사 태도는, 결국 노동자들을 하청시절보다 더 착취하고 쥐어짜려는 술수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그동안 논의돼 온 것도 사측 임원진에 의해 엎어져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임금TFT에서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듣지도 않습니다.
민간기업 최초 자회사로의 정규직화? 이것을 누군가가 저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비정규직 세상이며, 덩치가 조금 더 커진 하청업체다, 노동자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자본가들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새로운 롤모델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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