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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대기업 눈치 보는 사이 조선소는 '노동자의 무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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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대기업 눈치 보는 사이 조선소는 '노동자의 무덤'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시민사회 연속 기고 ②

올해도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다는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까지 잠정 집계한 산재 사망자는 315명이다. 여기에는 4월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중대재해로 사망한 38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5월에도 목재소 파쇄기에 끼여 숨진 청년 노동자, 일하다 쓰러져 죽은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1대 국회 개원에 즈음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노동자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 제도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원회'에서 위와 같은 활동의 일환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섯 편의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최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1974년 현대중공업 설립 이후 46년 동안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총 467명이나 되었다. 한 기업에서 이렇게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동안 고용노동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노동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노동자의 무덤이 된 조선소

지난 2월 22일 김태균 하청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추락해 사망했을 때, 노동조합은 작년 9월 하청 노동자 사망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고용노동부에 철저한 감독과 안전보건 진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형식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형식적인 감독은 두 달 뒤 또 다른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21일 정경환 노동자가 빅도어(대형 공장 출입문)에 끼어 숨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 사업장 곳곳에 설치된 빅도어 전체에 '사고발생 해당 작업과 동일 작업' 중지 명령을 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빅도어 한 곳에만 작업 중지 명령을 했다.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범위 축소에 노동조합이 항의하자 13곳으로 확대하기는 했으나 1곳을 제외하고는 현대중공업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공장이었다. 확대하는 시늉에 그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근절 의지가 있는지, 회사로부터 사전에 공장 운용 정보를 미리 받고 내린 조치는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의 빅도어 끼임 중대재해는 2001년, 2003년에도 발생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조사하기 위해서라도 동일 작업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16일, 특수선에서 노동자가 유압 개폐문에 끼어 중태에 빠진 사고가 났을 당시 고용노동부는 사망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고 당일 현장에 출동조차 하지 않았다. 사고 경위를 조금만 살펴보면, 유압으로 작동하는 문에 머리와 목이 끼었다는 사실만으로 의학적으로 이미 소생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해당 재해자는 숨을 거뒀다.

당시 노동조합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니 조치를 취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노동자가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아니다"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

노동부가 어이없는 답변을 늘어놓으며 시간을 끄는 사이, 불과 닷새가 지난 4월 21일 또 사고가 일어났다. 노동조합의 요구대로 16일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대중공업에 작업중지 명령을 하고 전체적인 작업장 점검에 나섰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여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법이 부여한 조사와 감독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니, 매번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실패하면서 결국 현대중공업은 노동자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

▲ 지난 4월 22일 현대중공업 안에서 열린 고 정경환 노동자 추모 집회. ⓒ금속노조

노동자 생명 보호하려면 작업중지 강화 필요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 범위해제 절차와 심의위원회 운영기준'(이하 작업중지 운영기준)에 따라 중대재해 발생 시 동일 작업 작업중지는 물론이고 안전보건 상태가 불량하고 중대재해 재발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는 전면 작업중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고가 발생한 작업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만 소극적으로 해왔다. 고용노동부 스스로 작업중지 운영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중대재해 발생 시 전면 작업중지를 원칙으로 한 작업중지 운영기준을 마련하여 산재사망 노동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2019년 작업중지 운영기준을 후퇴시켜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작업, 혹은 동일 작업으로 작업중지 범위를 축소사고 작업중지 해제절차에서 노동자의 의견청취와 고용노동부의 감독내용을 축소해 버렸다.

더 나아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에 대한 규정 역시 작업중지 범위를 축소하여 노동자의 생명보호를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운영기준 후퇴와 산업안전보건법 상 작업중지 조항 개악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 산업안전 감독관의 소극적인 작업중지가 판을 치고 있다. 그 결과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가 사업주에게 별 압박이 되지 못하고,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도 하지 못함으로써 제2, 제3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장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반복된 약속을 지켜야 한다. 후퇴, 축소된 작업중지 운영기준을 즉시 개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작업중지 역시 즉각 개정해야 한다. 더 이상 기업 눈치보기와 형식적인 작업중지가 아닌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작업중지를 현장에 내리는 감독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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