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간호사 등 보건의료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덕분에'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들의 노동환경은 바뀌지 않고 여전히 인력부족과 괴롭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작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발효됐으나 간호사들이 일하는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의료원에서 직장내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서지윤간호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대책안을 권고했으나 이 또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이에 서울의료원 직장내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간호사사망사건 시민대책위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행동하는간호사회가 공동으로 병원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체감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실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변화 방향을 담은 글은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서지윤 간호사가 사망 후 1년 6개월이 지났다.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만든 진상조사기구인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이하 진상대책위)에서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권고한 34개 권고안은 지켜지지 않았다. 진상대책위원들을 배제한 채 만들어진 혁신위원회 안은 오히려 노무관리 강화 안인데, 이는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의 가해자였던 관리자들은 감봉, 견책, 경고라는 솜방망이처벌만 받았다. 업무배제 없이 제자리에서 근무한다. 간호사가 죽어도 이 정도이니 서울의료원에서 간호사들이 괴롭힘은 사라지기 어렵다는 건 짐작 가능하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로서 너무나 답답하고 괴롭다.
반복되는 간호사 괴롭힘, 손놓은 병원
우려했던 일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5월 서울의료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였고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병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50여일이 지나도록 피해자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담당자는 당사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았고 '그게 무슨 직장 내 괴롭힘이냐'며 피해 간호사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대체 피해간호사와 면담 한번 하지 않고 괴롭힘이 아니라고 단정하는가.
피해간호사는 잠도 잘 수 없었고 쉬는 날에도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피해간호사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돌고 돌아 다른 층의 동료직원들이 '그 간호사가 누구냐'고 찾아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란 말인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후 피해간호사는 지속적으로 가해자와의 분리를 상급자를 통해 병동 파트장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간호부에서는 무조건 안된다고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가 잠정적 가해자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폭력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간호부에 없는 것이다.
고 서지윤 간호사가 사망한 이후 진상대책위가 권고한 내용을 서울의료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교육하였다면 과연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진상대책위는 작년 9월 서지윤 간호사 사망은 공공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중대사망사건으로 조직적 환경적 괴롭힘과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이라고 성격을 규정하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간호사 괴롭힘도 비슷하다.
심지어 7월 16일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서울의료원은 규정을 개정했다. 규정에는 누구나 병원에 직장 내 괴롭힘을 알릴 수 있고 사건접수 즉시 바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후 진상조사하라고 되어 있으나 규정일 뿐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여전히 한 공간에서 일하며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병원은 아무런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
살고 싶어 사직하는 간호사들
답답한 마음에 6월28일 서울시 응답소로 직장내괴롭힘에 대해 민원을 냈고 7월 3일 인권담당자가 결정됐다. 면담은 7월 21일이나 돼야 가능하단다. 5월 사건이 7월에나 면담할 수 있다니!
7월 14일 피해간호사의 인터뷰가 기사화 된 것을 본 병원의 반응은 더 가관이다. 병원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생략된 채 추측성 기사가 왠 말이냐는" 단톡을 돌리고 있다. 해결의 의지는커녕 피해간호사에 대한 2차 가해를 부추기는 셈이다.
이런 안이한 태도는 진상대책위가 권고한 '서울의료원 임원진 책임 및 인적 쇄신'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민기 전 병원장은 사퇴했으나 진상대책위의 권고를 수용하고 간호사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인적 쇄신이 이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임 병원장은 임명 전부터 간호사에게 갑질로 논란이 되고 있던 인물이다. 또한 전 서울의료원 병원장과 함께 6년 가까이 인사책임자로 역임했던 의무부원장이라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병원에게 맡겨 놓고 병원장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강제조항도 없어 마음 편히 신고할 곳도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의료원의 간호사 사직율이 38%다. 사직하는 간호사들에게 왜 사직하냐고 물어보면 '죽지 않고 살려고 사직한다'고 말한. 하지만 병원은 아니라고 부인할 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경각심이 없다. 코로나 환자입원으로 600명을 보아야할 간호사들이 100여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으니 업무 강도가 지금은 높지 않다고만 본다.
괴롭힘이 일반 환자를 돌보는 병동에서 발생했고 간호사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병원장과 간호부관리자들은 비롯한 경영진은 간호사들이 높은 사직률은 괴롭힘의 호소요, 삶의 호소임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서울의료원은 진상대책위의 권고안을 이행하고 고 서지윤 간호사를 괴롭힘 가해관리자들을 제대로 징계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인 발생한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멈추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더 이상 간호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병원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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