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코로나19 시기 해고금지와 고용보장을 목표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할 때부터 우려가 많았다. 지금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화나 교섭으로 우리 생존권을 보장받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럼에도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 노동자의 고용을 지키겠다는 민주노총을 믿었다.
교섭과정은 깜깜이었다. 그러다 6월 말에야 합의문 초안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노사정 합의안 어디에도 해고금지라는 단어는 없다. 상병수당 즉각 도입이라는 말도 없다. 오히려 휴업 및 노동시간 단축 시 협조해야 하고 휴업수당을 감액 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핵심이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핵심을 가져가고 노동은 빈껍데기 뿐이다.
나는 보건의료 노동자다. 나와 동료들은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공공병원 확충과 인력 확대를 기대했다. 그러나 2차 집단감염을 앞둔 지금도 병원현장은 변화가 없다. 노사정합의안 내용은 선언에 그칠 뿐이고, 정부가 이미 3년 전에 공약한 내용을 반복한 것 말고는 없다.
지금 병원현장은 인력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대병원도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이 부족하여 수개월째 인력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 허가사항이라고 하면서 단 한 명도 충원하지 않고 있다. 지금 시기, 의료인과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중환자실 및 공공병상 확대, 병원 및 요양시설 인력 기준 강화 및 충원, 감염병예방미준수기업 처벌, 유급병가 및 상병수당 즉각 도입 등이다.
개인이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면 법적 처벌을 받지만,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지키지 않는 기업은 제대로 처벌조차 하지 않는 나라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증상이 있어도 쉴 수가 없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말로만 '노동자 보호' 하지 말고, 법과 제도로서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코로나와 경제위기에 노동자⋅서민이 살 수 있다. 이번 노사정합의안에는 이런 시급한 과제에 대해 어떤 구체적 내용도 없다. 말장난과 같다.
내가 말장난이라고 표현하는 합의 내용을 김명환 위원장은 대단한 합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 합의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이후 대화도, 투쟁도 모두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게 좋은 안이면 민주노총 대의원 과반수가 왜 반대서명을 했나. 정부가 밀어주고 보수언론이 응원하는 노사정합의안이 노동자에게 얼마나 실효성 있겠나.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면 마땅히 돌아봐야 한다.
언론과 방송에서 '정파' 운운하며 대의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지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부끄럽다. 23일 대의원대회에서 나는 부결에 투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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