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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의총에서 "사랑한다" 하트→15분만에 충돌, 도망치듯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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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문수, 국민의힘 의총에서 "사랑한다" 하트→15분만에 충돌, 도망치듯 퇴장

극에 달한 金-지도부 대립…한덕수 측 "집권도 못하는 선거에 '꽃가마'가 어디있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후보 선출 이후 처음 참석한 당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와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 오는 11일 전까지 신속히 단일화하라는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단호히 거부 입장을 밝힌 김 후보는 의원들의 항의를 뒤로한 채 15분 만에 도망치듯 장내를 빠져나왔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의 반발에도 현재 진행중인 후보 양자 선호도 여론조사 등 '단일화 로드맵'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내홍은 10~11일 선관위 공식 후보등록 기간을 앞두고 극에 달한 상태다.

김 후보는 9일 정오께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총에 참석했다. 지난 3일 전당대회 이후 당으로부터 여러 차례 의총 참석 요청이 있었지만 김 후보는 불응해 왔다. 이날도 의총은 11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김 후보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지연됐다. 의원들은 장내에 착석한 채 대기 상태에 있었고, 12시가 다 되어서야 김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가 탄 차량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국회 본관으로 마중 나갔다.

김 후보가 의총장에 들어서자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권 원내대표는 커다란 꽃다발을 김 후보에게 전했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오신 분", "청렴결백의 아이콘"이라며 김 후보를 치켜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신속 단일화'에 부정적인 김 후보의 마음을 달래려는 듯 "단일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제가 후보에게 다소 과격한 발언을 내놓은 바가 있다. 이 점에 대해 이 자리를 통해 후보님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도 했다.

김 후보도 이에 화답하듯 모두발언 앞부분에서 "국회의원 여러분, 정말 사랑한다"며 두 손으로 머리 위에 크게 하트를 그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던 중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김 후보의 이어진 발언에 분위기는 곧바로 냉랭해졌다. 김 후보는 "저의 심정을 의원들에게 밝히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며 전당대회 이후 당 지도부로부터 '단일화 압박'을 받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선(先) 단일화 후(後) 선대위'라는 말에 상당히 놀랐다"면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제가 아니라, 우리 당에 입당도 하지 않은 무소속 후보가 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모든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 시도는 불법적이고, 당헌·당규 위반이며,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다. 즉각 중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강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초반 박수갈채와 달리, 김 후보의 발언에 반응하는 이는 소수에 그쳤다. 김 후보는 "저를 믿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다수 의원들은 무표정으로 있거나 김 후보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 발언 후 곧바로 의총장 연단에 올라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의원들이 기대하는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졌다.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김 후보를 공개 질책했다.

개의 15분 만에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김 후보는 비공개 회의에 계속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출구로 향했다. 권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가라"고 만류하고 일부 의원들은 김 후보 앞을 가로막으며 "앉아계시라", "얘기하고 가라", "가면 안 된다", "이럴 거면 뭐하러 왔나"라고 성토했지만 김 후보는 이를 무시한 채 장내를 빠져나왔다. 김 후보는 뒤따라온 취재진의 질문에도 모두 답하지 않은 채 도망치듯 현장을 떠났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압박하는 발언 뒤 퇴장하자 항의하며 의총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후보 간의 대립은 '후보등록 기간 마감인 11일 전까지 단일화'를 주장하는 측(당 지도부, 한덕수 후보 측)과 '1주일간 두 후보가 각자 선거운동을 하고 15~16일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화를 하자'는 주장(김 후보) 간의 입장 차이가 핵심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후보 측과 결과적으로 유사한 입장을 취하며 김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회담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많은 당원과 국민은 '경선 끝나면 바로 단일화에 임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다. 지도자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11일 이전 신속한 단일화가 당원동지의 명령"이라며 "김 후보가 제안한 '15~16일 여론조사 단일화'는 신속한 단일화를 원하는 당원동지의 뜻에 미치지 못한다"고 공박했다. 그는 "11일을 넘어가는 늦은 단일화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며 "김 후보에 간곡히 부탁한다. 당원 뜻에 따라달라"고 거듭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가 "불법적"(이날 의원총회 연설)이라고 반발하는데도 불구하고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단일화 후보 선호도를 묻는 당원 및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다. 권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제 발표할지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할 것"이라고 오전 중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단일화가 안 되면 당 후보를 안 낼 수도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것까지는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는 전혀 없다"며 "그 단계에 가서 당원·의원들 뜻을 감안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부인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와 합의가 안 되면 강제 후보 교체도 가능한가'라는 취지의 질문에도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 그 부분도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전당대회가 아닌 전국위에서 후보를 새로 선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당대회 열기가 (불가능해) 부득이한 경우에는 수임기구가 전국위"라며 "전당대회나 전국위나 같은 기능을 하는 기관이기 떄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서울남부지법이 지난 2022년 이른바 '당 대표 축출' 사태 당시 국민의힘에 대해 내린 가처분 결정에서 "전국위원회는 당원 중 1000인 이내로, 상임전국위원회는 50인 이내로 구성돼 1만 명 이내로 구성되는 전당대회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이 작다"며 "수십만 당원과 일반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 질서에 반한다"고 판시한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 후보 측은 전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와 별개로 김 후보를 지지하는 당협위원장들이 낸 전국위·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소송도 이르면 이날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당이 대선을 앞두고 법적 분쟁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기립박수를 받으며 참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후보 단일화' 문제를 두고 충돌한 뒤 도중에 퇴장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전날 2차 단일화 회동 결렬 후 김 후보 측과 한 후보 측의 여론전도 이어지고 있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에 대해 "쉽게 말해서 이분은 정상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분이 아니고 우리 국민의힘에서 그분을 꽃가마 태워서 후보로 만들어주고 선거운동도 해주고 비용도 분담해 주면 나오겠다고 한 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왜 그런 기회주의적 발상을 하는지 모르겠다. 무소속 후보로 나왔으면 당연히 무소속으로 등록해야지 왜 수십 년 동안 이어 온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힘을 빌려 선거에 나서려 하나?"라며 "그런 분이 대통령이 돼서 되겠나? 저는 그 점에 대해 너무나 이해할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반면 이정현 한덕수 캠프 대변인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 측의 '꽃가마'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후보들은 지금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한테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여론조사대로 간다고 하면 집권도 할 수 없는 선거에서 '꽃가마'가 어디 있나"라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지금 정말 가시밭길이고 모두가 다 정말 너무 험난하고 힘든 길이지 거기(국민의힘) 후보 된다고 꽃가마인가"라며 "본인(김 후보)은 꽃가마 탄 거 아니시지 않나. 너무 안이하게 후보만 되면 마치 대통령이 금방 될 것처럼 생각을 가지면 잘못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양측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밑작업을 위해 이날 실시 중인 후보 적합도 당원·국민 여론조사와 당 지도부의 '대선후보 등록일인 오는 11일 전 강제 단일화' 방침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김 비서실장은 당의 단일화 여론조사에 대해 "김 후보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그걸 근거로 김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목적에 의한 여론조사이지 공정하지도 않고, 당사자에게 통도 하지 않은 불법조사"라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11일 전 단일화' 방침에 대해 그는 "경쟁력도 있어 보이지 않는 한 후보로 단일화된다면 본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뽑아주겠나"라며 "많은 김 후보의 강성 지지자들이 투표에 불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사태를 만든 당 지도부는 정말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반면 이 대변인은 여론조사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단일화 관련 결정에 "내가 의도하고, 내가 목표했던 방향으로 안 되더라도 그 결과에 승복하고 따를 것"이라며 "그게 게임이다. 그게 룰이다. 그게 상식이다. 우리는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11일 전 단일화' 방침에 대해 그는 한 후보가 무소속 신분으로 대선후보 "등록을 해버리고 나면 기호 2번을 쓸 수가 없다. 또 국민의힘의 조직, 국고보조금을 쓸 수가 없다"며 "11일 이후와 이전에 단일화 효과가 크다. 왜 꼭 11일을 넘겨서 해야 하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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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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