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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없는' 김문수·이준석, 원전 불가피하다는 이재명, 기후 위기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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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없는' 김문수·이준석, 원전 불가피하다는 이재명, 기후 위기 미래는?

[초록發光] TV 기후토론, 난장판 속에 기후정의와 공공재생에너지

대선 기후정책 토론, 김문수와 이준석이 만든 난장판

지난 23일 열린 대선 TV토론에서 처음으로 '기후위기'가 대선 토론의 주제로 잡혔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여러 기후단체들과 '기후시민'들이 노력한 결과다. 향후 5년간 한국을 이끌어 나갈 대통령 후보들이 전지구적 기후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는지 묻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사실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기도 하다. 벌써 전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파리협정이 정한 1.5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하자면 그렇다.

그러나 후보들의 기후정책 토론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그랬다. 기후 공약 자체가 없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적절히 이름 붙인 것처럼, '기후 없는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비난에만 몰두했다. 민주당이 빠르게 팩트체크한 것처럼,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기후정책이라고는 핵발전 확대 주장 빼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어디서 새로운 부지를 찾을 수 있냐?"(이재명 후보)는 질문과 핵폐기물 처리 방법이 없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권영국 후보)라는 비판에 제대로 답도 못한 채, "재생에너지 비싸다"와 "핵발전 60% 확대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TV 토론장에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핵발전 만세!"만을 외쳤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나와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답답했다.

원전 위험하지만 불가피하다는 이재명, 기후 불평등 타파하겠다는 권영국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와 이준석 후보에 맞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했지만, 핵발전에 대해서는 오락가락했다. 핵발전의 위험성과 핵폐기물 처리의 곤란함에 대해서 인식하고는 있지만, '에너지 믹스'를 이야기하면서 핵발전도 재생에너지와 함께 쓰자는 절충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원전의 경직성 때문에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와 조화시키는 것이 어렵고 위험하다는 지적은 무시하고 있었다. 기후위기 해결이나 핵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목표보다는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을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기본적 전략 아래에서만 가능한 입장이다.

권영국 후보는 기후논쟁에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그는 부유층과 대기업들이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배출하고 그 피해는 가난한 이들이 감당하는 "기후불평등"을 바로잡겠다 주장했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부자들에게 '기후정의세'를 매겨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고, 그 돈으로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들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의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라서 대응은 어떤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동안 봉인되어 있던 '기후정의'의 질문을 던진 것이다.

대선 TV 토론에서 밝혀진, 발전산업 민영화 위기. 재생에너지 미래는?

그나마 의미 있는 토론은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권영국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에너지 민영화 현실을 지적하면서 공공재생에너지를 50%까지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방향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시작된 것이다.

권영국 후보는 발전산업의 46%가 민영화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2023년 말 현재 상황으로, 공공재생에너지운동이 계속 지적했던 사실이다. 2021년에 39%였던 것이 3년 사이에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민간 발전사들이 LNG 발전소를 빠르게 늘린 탓이다. 게다가 민간발전사가 석탄발전 사업까지 진출한 결과이기도 하다(포스코의 삼척 블루파워 등). 2000년대 초반, 발전노동자들이 파업 투쟁까지 벌이면서 막았던 발전산업 민영화가 우회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20여 년 만에 거의 절반이나 악화된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의 민영화 현실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상태다. 오늘 권영국 후보가 시간 부족으로 명확히 짚지 못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의 민영화 수준은 76%까지 올라가고, 향후 급속히 증가하게 될 태양광과 풍력에만 초점을 맞추면 그 비중은 훨씬 더 치솟는다. 태양광은 99%, 풍력은 91%가 민영화되어 있다(아래 그래프 참조). 게다가 주목받고 있는 해상풍력도 향후 90% 이상이 민간 소유이며, 멕쿼리와 같은 해외 자본과 기업의 수중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국전력 전력통계(2023)를 가공. ⓒ한재각

이재명 후보가 이런 민영화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민주당 공약, 정책 자료, 후보 발언 어디에도 민영화 현실을 짚고 문제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 주변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시장을 통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에 훨씬 관심이 크다. 이재명 후보 직속이라는 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공동 상임위원장이 GS풍력 부사장 출신이라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신안군 사례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대신할 수 있나?

이재명 후보는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50% 확대 정책에 동의한다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30% 정도 사업권을 주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신안군의 '햇빛연금'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동의한 것일까?

우선 주민들이 30%의 사업권을 준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탄소중립'을 위해 향후 수백조 원이 투자되어야 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30%까지 소유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 많은 자금을 구할 방법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신안군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사업에 일부 지분 투자로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주민참여 재생에너지 사업이 전체의 30% 정도 되면 좋겠다는 말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말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주민 참여가 마치 공공재생에너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히려 민영화 현실을 가리는 일이다. 이와 반대로 발전공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시민참여 협동조합이 협력하여, 공공 부문이 중심이 되어서 재생에너지를 개발하여 민영화를 저지하자는 것이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이다.

이재명 후보의 주민참여 재생에너지 30% 그리고 '햇빛연금' 정책은 민간 발전사가 재생에너지 사업을 90%나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는데, 아무런 대책이 될 수 없다. 향후 더욱 심화될 재생에너지 민영화로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국부 유출과 에너지 주권 위협 우려도 해결할 수 없는 정책이다. 오히려 민간 발전사가 '우리 모두의 것'인 태양광과 바람의 이익을 독차지하는 것을 숨긴 채, 전기소비자인 전 국민들에게 떠남겨진 전기요금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생색내는 정책일 뿐이다.

권영국 후보의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에 이재명 후보가 순순히 동의한다는 답변은 그저 새로운 토론의 출발점일 뿐이다. 권영국 후보의 계속된 추궁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후정의의 새로운 길이 열린다.

▲23일 서울역 대합실 TV로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가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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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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