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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사람답게 일할 권리는 정규직과 간부에게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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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사람답게 일할 권리는 정규직과 간부에게만 있나"

고 오요안나 어머니 단식 23일차…84개 시민사회단체, 문제 해결 촉구

고(故) 오요안나 씨 어머니 장연미 씨가 딸의 명예회복과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3일째 단식 중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를 외면하는 문화방송(MBC)을 질타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용균재단, 직장갑질119 등 84개 단체는 30일 서울 마포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 단식 23일째, 자식 잃은 슬픔을 애도하기에도 부족한 시기에 고인의 어머니가 곡기까지 끊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MBC는 비정규직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님의 죽음에 답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MBC는 장 씨가 단식을 한지 17일만인 지난 25일 유족 대리인단과 교섭한 뒤 유족 측에 연락하지 않고 있다. 당시 교섭은 MBC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근거로 오 씨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 씨의 동료였던 기상캐스터들의 정규직화 요구도 거부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입장에 대해 단체들은 "뉴스에 기상예보가 빠지지 않는데 기상캐스터가 비정규직 프리랜서라는 게 상식적인가"라며 기상캐스터를 프리랜서라는 열악한 지위에 묶어둔 MBC의 고용정책이 오 씨가 겪은 괴롭힘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MBC는 이제 고인의 어머니까지 죽음으로 몰아가려 하는가"라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고 오요안나의 죽음에 대해 공식으로 사죄하고 고인의 명예 회복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나서라"고 촉구했다.

회견 참가자 사이에서도 MBC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 하에서 MBC가 탄압받을 때 함께 손잡고 싸웠다"며 "우리가 지키려 한 건 MBC의 경영상 이익이 아니었다. MBC가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억울함을 사회문제로 들춰내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MBC는 왜 남의 눈의 티끌은 보고 자신의 눈 안에 있는 들보는 보지 않으려 하나"라며 "우리가 바랐던 것은 MBC가 노동을 차별하고 직원의 죽음과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총괄디렉터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며 일할 권리는 MBC 간부와 정규직에만 있나"라며 "어머니의 단식이 길어질수록 MBC가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 늘어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기획국장은 오 씨의 노동자성을 부인한 지난 5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윤석열 정부 노동부의 판단을 이재명 정부도 유지할 것인가"라며 정부에 오 씨 사건에 대한 재감독을 촉구했다.

단식 23일차를 맞은 장 씨는 기력이 쇠해 의자에 앉은 채 이날 회견에 함께했고, 따로 발언하지 못했다.

앞서 오 씨는 2021년 MBC에 입사해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지난해 9월 15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직장내괴롭힘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오 씨는 MBC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라 직장내괴롭힘법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냈다. MBC도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 씨는 딸의 1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8일 상암MBC 앞에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분향소‘를 차리고 단식을 시작했다. 그의 요구는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고인의 명예회복과 예우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등 비정규직 고용구조·노동조건 개선 △직장내괴롭힘 진상조사 결과 공개 등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김용균재단, 직장갑질119 등 84개 단체는 30일 서울 마포 MBC본사 앞에서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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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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