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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8도 비닐하우스서 숨진 이주노동자, '국가 책임' 판결…"정부, 항소 포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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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8도 비닐하우스서 숨진 이주노동자, '국가 책임' 판결…"정부, 항소 포기해야"

속헹 씨 유족 "먼 나라에서 아이 잃은 지 5년…도와달라"

5년 전 겨울, 강추위 속 난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다 숨진 이주노동자 속헹 씨의 죽음에 정부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가운데, 유족들이 정부에 항소를 포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주민센터 친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00여 개 단체는 1일 서울 서초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속헹 씨 사망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사과와 국가 배상책임 인정 판결 항소 포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속헹 씨는 2018년 정부가 발급한 고용허가제 비자로 입국해 경기 포천의 한 채소 농장에서 일했고, 2020년 12월 20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숙소는 비닐하우스 안에 세운 가건물로 된 불법주택이었고, 당일 포천 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졌었다. 30살이었던 속헹 씨의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혈관파열, 합병증'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3-2부(재판장 김소영)는 지난달 19일 속헹 씨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억 원 손해배상 소송 2심 판결에서 "정부가 법률에 따라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다면 속헹의 간경화 증상이 급속히 악화되기 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원고들에게 각 1000만 원 씩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외국인고용법 시행령상 고용노동부 장관이 외국인 노동자 고용 사업장에 대해 지도·점검 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1회 이상 관리·감독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용자에게 지워진 노동자 건강진단 실시 의무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면 속헹 씨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회견에 보낸 발언문에서 속헹 씨 아버지는 "아이를 잃은 지 거의 5년이 됐다. 우리는 아직도 아이가 그립고 마음이 아프다"며 "한국 정부가 주도해 초청한 사업장이었다면, 한국 정부가 사업장을 지도·운영해야 한다. 어떻게 제 딸을 최소한의 건강검진도 받을 수 없는 곳에서, 난방도 작동되지 않는 불법 주택에서 살게 하고, 먼 나라에서 죽게 할 수 있나"라고 했다.

속헹 씨 어머니도 "제 아이는 건강검진을 못하고 의사 한 번 못 만나고 버려졌다. 그 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제 아이가 너무 안타깝다. 아이가 아팠고 회복할 수도 있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누구라도 도와주실 수 있다면 도와달라. 제 아이를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 속헹 씨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단체들은 회견문에서 속헹 씨 사망 당시 "사업주는 위법적인 숙소를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았고, 난방장치도 가동되지 않았다. 고인은 간경화가 있었는데 건강검진도 치료도 받지 못했고 급격한 한파에 식도정맥류가 파열돼 사망에 이르렀다"며 "정부는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를 도입해 사업장에 배치하고도 노동환경, 주거, 건강 등을 관리감독할 책임은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의 이 사건 상고기한 마감은 오는 10일이다. 국가소송법상 상고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법무부로부터 위임받은 서울고등검찰청에 있다"며 "검찰의 상고 포기는 속헹 씨에 대한 사죄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하고 노동부와 검찰에 유족에게 사과하고 상고를 포기하라고 요청했다.

단체들은 또 "사업장 변경을 자유화하고 이주노동자 권리를 보장해야 이런 사건을 줄일 수 있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며 "모든 이주노동자의 건강, 주거, 노동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이주민센터 친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00여 개 단체가 1일 서울 서초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속헹 씨 사망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사과와 국가 배상책임 인정 판결 항소 포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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