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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엽 "판결 하나로 법관이 국회 나오면 사법에 큰 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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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엽 "판결 하나로 법관이 국회 나오면 사법에 큰 지장"

"삼권분립 존중해 달라"…李파기환송 '속도전'엔 "1·2심 지연 때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재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을 사유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 나와서 조사를 받거나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아마 많은 법관들이 법관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지 않을까"라며 "우리 사법에 큰 지장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천 처장은 13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지난 5월 1일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두고 민주당 측 '대선 개입'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모든 법관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서 주어진 법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처장은 우선 '소부에 배당됐던 이 대통령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재지정된 절차'를 두고는 "(판결문의) 소수의견에서조차 이 사건 상고사건은 대법원 전합에서 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소부의 심리권한 침해라든지 이런 부분은 전혀 문제삼고 있지 않다"며 "즉 절차적으로 전합에서 이 사건을 심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위법도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회부 9일 만에 선고가 내려지는 등 전합 심리가 예외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것이 '숙의 부족'에 해당한다는 2인 소수의견에 대해 천 처장은 "분명히 존중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이 사건은 공소제기일로부터 1심에서 2년 2개월이나 지체가 되었고, 2심에서도 4개월 지나서 판결했던 사정이 있다. 거기에 이 사건 주요 쟁점은 복잡하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그는 "소수의견에서 제기하는 '시기적으로 숙성되지 않은 것 아니냐'라는 그런 날카로운 비판에 대해서 나름대로 다수 대법관님들은 반박을 충분히 하고 있다"며 "그래서 이 판결 자체가 모든 것을 웅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통령 사건의 전합 배당 절차와 선고 시기 등이 모두 '예외적'인 점을 들어 해당 과정에 대한 조희대 대법원장 본인의 해명을 요구해왔다.

천 처장은 또 대통령 취임 직후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이 모두 중지된 데 대해 "법원이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 되면 면죄부를 주는 것"(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라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는 "그렇지 않다"며 "재판부는 (헌법84조) 그와 같은 취지에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천 처장은 그러면서 "판결 하나의 결과에 대해서 이와 같이 절차적으로나 또 실체적으로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법관이) 국회에 나와서 조사를 받거나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아마도 많은 법관들이 법관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 좀 회의를 느끼지 않을까"라고 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민주당 측 위원들의 조 대법원장 출석 요구를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그는 "대법원장님이 여기 국회에 나와서 인사말씀을 하신 것도 우리가 같은 '삼권으로서 국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우리(사법부) 또한 존중받지 않겠나' 이런 입장에서 하신 것"이라며 "그와 같은 기조가 우리 국민들 전체를 위해서라도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민주당 측은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 등 일부 전직 대법원장들이 이미 국회에 출석해 질의에 응답한 사례가 있다며 '관례'를 들어 출석을 거부한 조 대법원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천 처장은 이에 대해서도 "초대 대법원장께서는 독립투사이고 정치가이고 법전편찬위원장이고 그런 지위를 겸직한 분으로서 건국 초기에 혼란을 갖다가 (국회에서) 말씀하신 것"이라며 "이렇게 재판 사항에 대해서 일문일답을 하신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천 처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설명해 달라'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의 질의에 "특별재판부라고 하는 것이 사법부가 아닌 국회 혹은 다른 기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부 구성원을 다른 분들로 교체하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며 "사법부를 믿고 있는 국민들에게 있어서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추 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를 강행하면서 고성을 동반한 채 강하게 부딪혔던 여야는 오후에도 '민중기 특검 현장검증' 등을 둘러싸고 장시간 대치, 본격적인 기관 질의는 오후 3시 30분께가 돼서야 이루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특검의 수사를 받던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을 두고 "사건의 수사 절차에 있어서 어떤 위법이 있었는지 반드시 밝혀야 된다"(나경원 의원)며 현장검증 및 증인 추가 채택을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안타까운 사건을 정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박균택 의원)며 이를 거부했다. 해당 안건들은 표결을 통해 모두 부결됐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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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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