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재화와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전달될까? 의료 부문만큼 이 질문이 절실히 와 닿는 영역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살릴 수 있는 생명이 죽어가는 안타까움에서 비롯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질문에 (무심하게도) 우선 이론적으로 효율적인 "완전경쟁시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고 제안할 것이다.
엄밀한 의미의 완전경쟁시장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의료 부문을 예로 들자면, 동일한 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많은 의사와 병원이 있고 그들이 원한다면 언제든 일을 그만두거나 재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환자는 자신이 받을 치료의 비용과 효과를 모두 정확하게 알고, 의사도 환자의 건강 상태를 완벽히 알아야 한다. 요컨대 의료 부문은 본질적으로 완전경쟁시장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여기서 발생한 문제를 단순히 시장에 더 큰 역할을 맡기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혹자는 자유로운 경쟁이 마치 공공선을 담보하는 것처럼 쉽게 오용한다. 설사 완전경쟁시장이 실현된다 한들, 그것이 보장하는 효율성이 곧 이상적인 세계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존재하지도 않고, 이상적이지도 않은 완전경쟁시장을 왜 생각할까? 이는 대신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 현실에서 관찰되는 문제를 진단하는 틀을 제공한다. 어떤 시장이 완전경쟁시장의 조건에서 벗어난다는 것, 즉 비효율이 존재한다는 건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채 어떤 사람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강한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현실의 의료 서비스 시장은 어떤 면에서 완전경쟁시장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을까? 한 가지 예로 비슷한 수많은 병원이 존재하는 대신, 몇 개의 대형 병원이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을 떠올려볼 수 있다. 수도권에 자리 잡은 대형 병원이 앞다퉈 새 분원을 설립하고, 의료 인력을 빨아들이는 한국의 지금과도 겹쳐 보인다.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소수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는 상황을 "과점"이라고 부른다. 2023년 한국 45개 상급종합병원에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은 총 21조 6679억원이었는데(☞관련자료 바로가기), 그중 "빅5" 병원이 5조 7004억을 청구해 26.3%를 차지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심각한 과점 상태라고 말하기 어려우나, 여전히 상당한 수치이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소수의 병원이 의료 서비스 시장을 과점하는 것이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분석한다(☞논문 바로가기 : <노동 및 상품 시장 지배력, 내생적 품질, 그리고 미국 병원 산업의 집중화>). 저자는 우선 이론적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을 지적한다. 소수의 공급자가 상품 시장을 과점할 때 생기는 비효율은 잘 알려져 있다. 공급자가 완전경쟁시장에 비해 가격은 높이고, 적은 양만 파는 것이다. 산 정상에서 사 먹는 컵라면과 아이스크림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다. 공급자가 적으니 "여기 밖에 안 팔아요, 비싸면 사지 마세요"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런데 특히 의료 부문에서 상품 시장의 과점은 곧 노동 시장의 과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환자를 끌어들이려 경쟁하는 병원들이 노동 시장에서도 똑같이 뛰어난 의료 인력을 뽑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몇 개의 거대한 병원들은 노동 시장에서도 전체 의료 인력의 상당 부분을 고용하는 "큰 손"이 된다. 이때 기업은 완전경쟁적인 노동 시장에 비해 임금을 낮추고, 고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상품 시장에서와 비슷하다. "임금이 낮아서 여기서 일하기 싫으시다고요? 하지 마세요. 간호사 뽑는 곳은 여기 뿐이에요."
문제는 충분한 의료 인력을 고용하지 않는 것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특히 고령이거나 응급 상황 등으로 취약한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뿐만 아니라, 상품 시장과 노동 시장을 동시에 과점하면 둘의 "시너지"가 생겨날 수 있다. 인력을 적게 고용해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환자들이 질 낮은 서비스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에도 환자에게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경우와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양쪽 시장을 과점하는 병원은 서비스의 질이 낮아져 환자가 떠나갈지 모른다는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임금을 낮추고, 의료 인력을 적게 고용할 수 있다.
과점이 정말 이런 결과를 낳을까? 저자는 이론적인 주장을 데이터로 검증한다. 규모가 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작은 병원의 결과를 단순 비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둘은 이미 너무 다른 특성을 가져서, 결과의 차이가 과점에 의해 생겨난 것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규모가 작은 병원엔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은 환자가 방문하는 경향이 있어, 규모가 큰 병원과 비교할 때 환자 사망률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큰 병원의 과점으로 생긴 의료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합병을 통해 시장을 과점하게 된 병원과, 기존에 비슷한 특성을 가졌으나 합병을 선택하지 않은 병원에서 나타난 변화를 비교한다. 합병 이전에 비슷하던 두 병원의 특성이 합병 이후 급격히 서로 달라졌다면, 이는 다른 무엇보다 합병 때문에 생겨난 결과일 것이라는 추론이다. 저자는 1999~2022년 미국 병원의 전수 데이터를 활용하여, 같은 지역의 직접적인 경쟁사를 합병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인 220여 개 병원에서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 살펴본다.
우선, 합병으로 시장을 과점한 병원은 그렇지 않은 병원에 비해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7% 높이고, 환자는 4% 적게 진료했다. 노동 시장에서도 예상대로의 변화가 나타났다. 합병은 병원 내에서 직종과 무관하게 임금을 2~4% 낮추고, 고용은 무려 9~13% 줄였다. 합병을 선택한 병원에서 밀려난 환자와 의료 인력 일부는 같은 지역의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갔다. 이 다른 병원들은 환자를 기존보다 5% 더 많이 받고, 임금을 3% 줄였음에도 6% 더 많은 의료 인력을 고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합병의 영향을 모두 상쇄할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합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치료 받은 환자와 의료 인력 고용이 모두 3%씩 줄었다.
합병으로 진료받지 못한 환자, 고용되지 못한 의료 인력만 피해를 보았을까? 아니다. 합병한 병원에서 그대로 진료를 받은 환자조차 피해를 보았다. 병원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 것이다. 합병 후 높은 의료비에 환자가 줄었음에도 병원이 고용을 그보다 더 줄였기 때문에, 환자 1인당 의료 인력 비율(staffing ratio)은 7% 감소했다. 환자의 서비스 만족도는 1% 포인트 줄었고, 무엇보다 취약한 환자군, 대표적으로 심장마비 환자와 폐렴 환자의 사망률이 각각 무려 12~13% (0.5~0.8% 포인트) 높아졌다.
물론 미국과 달리 국민건강보험이 급여 항목의 의료비를 통제하는 한국에서는 과점이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가격을 올리지 못하니 대신 서비스의 질을 더 떨어뜨리거나,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끼워 파는 식일지도 모른다. 대형 병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며 평균적인 의료비나 의료 서비스의 양과 질만으로 치환될 수 없는, 의료 접근성의 불평등이라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상상력을 시장에 도로 가둬 두지 말자. 대신 환자, 병원, 그리고 노동자 사이의 역학 관계를 바꾸어 놓는 시스템으로서 시장과 경쟁 구조를 이해하자. 이를 통제하고, 이용하며, 때론 뒤엎어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지킬 수 있도록 말이다.
*서지정보
Setzler, B. (2025). Labor and Product Market Power, Endogenous Quality, and the Consolidation of the US Hospital Industry (No. w34180).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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