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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해법, 프레임 바꿔야! 수도 이전 외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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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해법, 프레임 바꿔야! 수도 이전 외에 없다

[정희준의 어퍼컷] '지방 소멸' 본질은 '고향 버리기', 결과는 서울 부동산 폭등

미국에서 그저 그런(?) 동네인 미네소타주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던 시절 교회 장로님 자녀가 하버드대에 진학했다. 전교 2등이란다. 그렇다면 전교 1등은 어디로 갔을까. 미네소타대. 왜? 좋은 학교니까. 그리고 미네소타엔 좋은 기업이 넘쳐나니까. 세계 최대 농축산 기업 카길부터 설명이 필요 없는 3M, 시리얼 세계 1등이자 요플레, 하겐다즈의 제너럴 밀스, 스팸으로 유명한 호멜, 미국 최대 가전 체인 베스트 바이, 굴지의 의료기업 유나이티드헬스, 그리고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이 수술받으러 가는 메이요 클리닉까지. 미네소타주엔 포춘 500대 기업 중 16개사의 본사가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전국 각지에 좋은 학교와 좋은 기업들이 펼쳐져 있다. 자기가 태어난 동네에서 학교 다니고 취업하면 된다. 꿈과 희망이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지방 탈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고향 버리기 경쟁'인데 먼저 버릴수록 유리한, 요상한 게임이다.

지방 소멸의 본질은 고향 버리고 서울 일자리 얻어 경기도 원룸 사는 것

20여년 전만 해도 지방 인구 유출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할 때 약간, 그리고 대학 졸업하고 수도권 기업으로 취업할 때 약간이었다. 21세기 들어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커지면서 서울 진입은 전방위적 현상으로 발전했다. 고향에서 살아보겠다던 청장년들도 결국 지역의 한계를 절감하고 일을 찾아 서울로 갔다. 그런데 주거비 감당이 안 되니 경기도를 오가며 원룸생활을 한다. 고난의 행군이다. '지방 소멸'의 본질은 고향을 버리고 서울 가서 일자리 얻어 경기도에서 사는 것이다.

지방 탈출은 취업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를 모집하는데 부산 출신 간호사들이 대거 지원했기에 원장이 물었다. 부산에도 병원이 많은데 왜 서울까지 왔냐고. 답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탄식과 함께.

"제가 한 달에 삼사백은 버는데요...결혼은 하고 싶은데 부산엔 안정된 직장에, 그 정도 버는 남자가 없어요."

제2의 도시이자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중추 기지였던 부산이 이 지경이 됐다. 좋은 부산 기업 한번 꼽아 보자. 부산은행. 그리고?

'지방 소멸'이 가슴 아픈 것은 청년들이 고향에 살고자 해도 이 사회가 이 문제를 방치, 외면하면서 결국 그들 스스로 자신의 고향을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지방 탈출은 이제 거대한 흐름이 되어 전 세대로 번졌다. 내가 2016년 부산 수영구의 아파트를 샀는데 그 집주인도 자식들을 서울로 보내고 노년에 서울 강남으로 이주한 사람이었다. 이제 부산사람들도 깨닫기 시작했다. 돈 있을 때 서울에 '똘똘한 한 채' 사놓고 부산에선 전세로 사는 게 최고라는 것을.

지역적 흐름도 분명하다. 지방에선 수도권으로, 수도권은 서울로, 또 서울시 외곽 거주자들은 중심부로 탈출하려 한다. 서울의 코어를 향한 초집중현상이 형성됐고 서울은 초밀집도시가 됐다. 이태원참사는 할로윈축제 때문에 초초밀집상태가 되자 벌어진 사건이다. 서울은 여러 측면에서 국가적 시한폭탄이 됐다. 이제는 서울의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의 부담이다.

부동산 폭등의 원인은 불안감: 부동산에 손댈수록 정권만 망가진다

최근 부동산 폭등 해결 방안으로 공급이냐 세제 개편이냐 논란이 많다. 아서라. 민주당 정부가 부동산 억누르려 하면 오히려 폭등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정권까지 내줬다.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 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해도 시장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뭔가 빼앗아 갈 것 같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다르다. 시장이 예민해진다.

경제가 심리라면 부동산은 불안감이다. 서울 아파트값 폭등의 기저엔 불안감이 깔려있다. 오랜 세월 누적된 정책 불신 때문에 국민들에겐 불안감이 기본값(?)이 됐다. 불안감 속에 하나밖에 없는 내 재산 지키려고 나서는 사람들을 정책으로 이길 수 없다. 정치인, 공무원이 어떻게 부동산 선수들을 이기나. 골머리 앓으며 정책 내놔봐야 강남의 돈 많은 사람들은 이를 비웃듯 신고가 찍을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 약발이 채 두세달을 넘기기 힘든 이유다.

공급이냐 세금이냐를 가지고 논쟁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금 올리면 민주당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질 것이고, 서울에 공급 늘리려 해봐야 땅도 없지만 짓는데만 10년 넘게 걸리고 약발도 얼마 못 간다. 해답 없는 논쟁의 무한루프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장 근본적이고, 유일하고, 안전한 해법은 수도 이전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서울 아파트값 폭등 문제는 교육, 일자리, 지방소멸, 수도권 집중이 맞물린 복합적 결과이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한다. 성한용 한겨레 기자는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서울을 쪼개야 한다"는 노무현의 결론을 제시하며 "지역균형발전이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탈출구이자 필수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균형발전의 최소 조건은 좋은 학교와 좋은 기업이다. 그러나 모두가 서울로 달려가고 지방이 무너진 상태에서 이들이 수도권 밖으로 움직일 리 만무하다. 이런 상태에선 권역별 메가시티 전략도 의미 없다. 결국 수도 이전이다. 이미 계획된 국회 이전을 빠르게 진행하고 대통령실도 움직여야 한다. 세종시가 그 대상이 되겠지만 사실 서울에서 멀면 멀수록 균형발전에 가까워진다.

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공감대는 오래고 여론도 호의적이다. 최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기엔 합헌"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관습이라는 건 말 그대로 관습이며,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를 했고 대통령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걸고 당선되었다면 그 관습은 폐지된 것"이라고 했다.

공급 확대냐, 땅이 있냐, 보유세냐 거래세냐, 대출 규제냐, 몇 퍼센트냐, 실거주냐, 2년이냐 5년이냐 등 논쟁의 아수라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모두 시장을 이기려 들다가 국민 눈 밖에 났고 결국 망했다. 조속한 수도 이전만이 유일한 대안이자 가장 안전한 부동산 정책이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광역의원 및 강원도 기초의원 연수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부동산 정책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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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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