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이 불법적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낸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사형" 가능성을 언급하며 극언을 쏟아냈다. 미군의 카리브해 마약운반 의심선 폭격, 트럼프 행정부의 각 도시에 대한 일방적 주방위군 배치에 법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다. 파문이 일고 있는 여성 기자에 대한 "돼지" 모욕에 백악관은 대통령이 "솔직하다"며 비호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관련 기사를 인용하고 "이건 정말 나쁘고 우리나라에 위험하다. 그들의 발언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이를 "반역자들의 선동 행위"로 규정하고 "그들을 가둬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곧바로 올린 다음 게시글에선 "선동 행위는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극단적 발언을 했다.
앞서 18일 엘리사 슬로트킨, 마크 켈리, 제이슨 크로, 매기 굿랜더, 크리스 델루지오, 크리시 훌러핸 등 미군 및 정보기관 출신 민주당 상하원 의원 6명은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1분30초 분량의 영상에서 군과 정보기관을 향해 "여러분은 불법적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의원들은 "우리 헌법에 대한 위협"이 "바로 여기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누구도 법이나 헌법에 위배되는 명령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여러분 뒤에 있다"고 강조했다. 불법적 명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극언에 민주당은 크게 반발했다. 하원 민주당 지도부는 20일 공동성명을 내 "도널드 트럼프의 의원들에 대한 역겹고 위험한 살해 위협을 명백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엔 바닥이 없다"며 게시글을 즉시 삭제하고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정당에 관계 없이 모든 의원, 모든 미국인"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무조건적으로 즉시 규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여기서 우리가 선을 긋지 않는다면 이제 그어질 선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극언 대상이 된 민주당 6인 의원도 20일 공동성명을 내 "중요한 건 대통령이 우리가 법을 재확인하는 걸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라며 "모든 미국인은 단결해 대통령의 살해 및 정치적 폭력 촉구를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쪽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올린 영상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형" 언급과는 거리를 두는 반응이 나왔다. 미 CNN 방송을 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해당 영상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일단 비호했지만 "이게 사형에 처할 만한 범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대통령이 선택한 표현은 내가 쓰진 않을 말들"이라고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해 취재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의원들을 사형에 처하길 원하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레빗 대변인은 영상을 올린 민주당 의원들이 군에 "지휘 계통을 거스르고 합법적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군에 "불법적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만 말했다. 합법적 명령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이를 거부하라고 촉구한 바 없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카리브해 마약운반 의심선에 대한 폭격, 치안 유지 등을 명목으로 여러 도시에 군 투입 등 아슬아슬한 법적 경계에서 군을 활용 중이다.
치안 유지 명목 워싱턴DC 주방위군 투입의 경우 20일 법원이 "자치권 훼손"이라며 임시 제동을 걸었다. <AP> 통신을 보면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워싱턴DC 시정부의 손을 들어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워싱턴DC에 주방위군을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항소 기회를 주기 위해 명령 이행은 21일간 보류된다. 시정부는 일방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배치가 "군사 점령"이라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워싱턴DC에서 통제 불능 수준의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을 배치했다.
지난 9월부터 이어진 미군의 카리브해 마약운반 의심선 폭격의 경우 영국이 관련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주 CNN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영국 당국자들이 미군의 이러한 공격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봐 한 달 전부터 정보 제공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 관련 질문을 한 여성 기자에 "조용히 해, 돼지"라고 폭언해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은 대통령의 언행이 "솔직하고 정직하다"고 감쌌다. 레빗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돼지" 발언의 의미를 설명하라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솔직함과 개방성의 진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함은 미국인들이 대통령을 다시 뽑은 많은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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