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기본법은 유가족과 시민의 바람입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유가족과 시민들은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많은 재난참사의 교훈과 경험을 토대로 생명안전기본법이 발의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안전권이 보장되고, 피해자의 권리가 보호되며, 안전영향 평가를 통해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재난이 발생했을 때 독립적인 진상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무, 안전 약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생명안전종합계획 등에 대해서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의 통과를 바라며 재난참사 유가족과, 유가족을 지원하는 법률가들이 생명안전기본법에 대한 연속기고를 합니다. -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
세월호 참사 이후 10여 년 동안 생명안전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많이 변화했습니다. 생명안전사회에 대한 인식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여기며,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생명안전권 보장을 요구하며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함께 싸워온 덕분입니다.
그 결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천물류센터화재 참사, 광주학동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도 참사,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났으며, 산업현장에서도 수많은 산재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참사가 일어나면 유가족과 피해자 단체가 시민사회와 함께 진상규명을 위한 처절한 투쟁을 하지만 속 시원하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상실의 고통도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서 길거리에서 피눈물 나는 투쟁을 해야만 했습니다.
정권이 세 번이나 바뀌고 1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완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해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참사가 일어나자 정권이 은폐와 축소에만 급급했고 2년 7개월이 지나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특별조사위원회가 가동되어 뒤늦게 조사 중인 이태원 참사가 있었습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1년이 다 되도록 끌어온 조사와 오리무중의 중간조사 보고를 발표하고 얼버무리려는 것을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노숙농성을 하며 막아냈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난망한 상태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피해 당사자들이 생업을 포기한 채 거리에서 싸워야 하는 참사 공화국의 비극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왜 안되는 것일까요?
첫째는 생명안전 관련 각종 법안이 '국민의 생명안전'을 국가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사가 일어나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은 어떠한 책임도 지려 하지 않고 해결하는 데도 나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적 처벌을 빠져나가기에 급급할 뿐입니다.
둘째는 생명안전 관련 각종 법안이 미비하거나 문제점이 많고, 모든 참사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참사, 오송 참사 등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대규모 시민재해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셋째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진상규명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관련 법들이 미비하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유가족은 특별법을 만들어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긴 시간 투쟁해야 합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 관련법이 있는 경우에도 무한공항 제주항공 참사에서처럼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서 유가족들이 다시 투쟁하기도 합니다.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단체는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투쟁하지만 나아지지 않고,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면 똑같은 방식으로 투쟁은 되풀이됩니다. 피해자들은 그 고통을 알기에 또다른 피해자들에게 연대하기 위해 달려가야 합니다. 계속되는 참사로 유가족과 피해자 단체가 투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참사 후진국의 오명을 씻을 수 없고, 국가적인 인적 물적 손실과 비극적인 상황은 지속될 것입니다.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 단체는 이러한 비극적인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고, 다시는 자신들과 같이 가족을 잃고 상실의 아픔과 고통 속에서 투쟁하는 이웃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유가족과 피해자 단체는 자신들이 참사를 당하고 진상규명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처절하게 경험했기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의 이유를 더욱 절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이들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법적 권한까지 갖는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만들지 않으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지난한 투쟁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진해야 한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따라서 국민의 안전권, 안전계획을 수립하고 지켜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책임과 의무, 피해자의 참여와 정보공개 등 피해자의 권리 보장, 올바른 사고 조사와 진상규명을 위해 사법적 권한이 보장된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피해자단체와 유가족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조속히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되어 일터와 사회에서 억울한 죽음의 행렬이 멈추고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생명안전사회로 나갈 수 있게 시민들도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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