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캠프 구성원과 취재진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 후보가 "저한테 자꾸 '안전 불감증' 이야기를 한다"며 숫자 '0'이 큼지막하게 적힌 티셔츠를 입고 왔기 때문이다. 통상 정장을 차려입고 취재진 앞에 서 온 오 후보의 색다른 모습은 그가 얼마나 '안전 불감증'이라는 비판을 털어내고 싶어하는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오 후보는 '0' 티셔츠를 입은 채 서울시장 임기 동안 자신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역설했다.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에 재정 수천억 원을 투입해 실족사, 밀침 등 지하철역 사망사고를 0%에 가깝게 줄였으며, 서울시가 발주하는 공사 현장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노동자에게는 바디캠을 착용하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GTX-A 삼성역 구간에서 발생한 철근 누락 사태마저 자신의 공적인 양 말했다. 오 후보는 "과거 건설회사가 한창 공사 중일 때 (철근 누락) 스스로 인정하고 바로잡은 일이 있었느냐"며 "단언컨대 이번에 이것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도 CCTV 녹화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자수를 받고 서울시가 한 것은 거의 완벽했다"고 자부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안전관리와 관련한 업적을 강조하며 '0%'를 외친 지 반나절도 안 돼 서울 한복판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 33분경 서울시가 발주한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작업 현장에서 안전진단 중 도로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이 현장은 오 후보가 지난해 9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철거하고 새롭게 고가도로를 만들어서 이곳이 정체되는 현상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곳이기도 하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오 후보에게는 '0' 티셔츠를 입었을 때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현재로서는 직무가 정지돼 있지만 현직 시장으로서 정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유명을 달리하신 세 분의 고인, 고인의 유가족 분들께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참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후 현재까지 모든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사고 직전까지의 오 후보 행적을 보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의 말에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 후보는 지난 18일 GTX-A 철근 누락 사건과 관련한 비판에 "아직 무슨 사고가 난 것도 아니"라며 "어떻게든 선거를 유리하게 치르겠다는 민주당의 노력이 참으로 치졸하고 집권여당답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여러 자리에서 철근 누락에 대한 비판을 "철근 괴담"이라고 비아냥댔고, 이재명 대통령의 엄정 대응 지시에는 "관권 선거"라며 정치적 공세 프레임을 씌웠다.
설령 '안전 불감증'이라는 비판에 실제로 정치적 공세가 섞여 있었더라도, 서울시장 취임 이후 안전사고가 '0'에 수렴했다는 식의 자랑은 책임감 있는 언행으로 볼 수 없다. 오 후보 임기 동안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시 공기업에 구조조정을 지시해 20대 청년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다 사망하게 된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서소문 고가도로 사망사고 다음날인 27일, 수서동 하수관로 공사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매몰사고로 사망했다. 이들을 포함해 서울시 내에서 실제로 발생한 안전사고 사망자와 유가족들에게 '0%' 운운하는 오 후보의 자랑은 큰 실례이자 공허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꺼드럭댄다'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거만하게 잘난 체하며 버릇없이 군다는 뜻이다. 선거운동 기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과거 자신의 행적을 과시하는 후보들을 지켜보며, "이들에게 '꺼드럭댄다'만큼 적합한 표현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자주 스쳤다.
적어도 안전 분야에서만은 모든 후보들이 절대 꺼드럭대지 않고 겸손하기를 바란다. 안전사고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책임자가 자신만만할 때 가장 자주 찾아오기 때문이다. '0' 티셔츠를 입고 안전과 관련한 비판을 받아치자마자 안전사고 발생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게 된 오 후보의 행적은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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