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행정사님이 종합소득세 신고와 관련해 문의를 해왔다. 직장을 퇴직한 뒤 행정사 업무를 시작했는데,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4대 보험료가 언제부터 얼마나 늘어나는지 걱정된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이에 대해 건강보험은 언제 반영되는지, 국민연금은 언제 조정되는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드렸다. 그러나 설명을 들은 뒤에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행정 절차와 법률 업무에 익숙한 행정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일반 국민은 오죽하겠는가. 이것이 현재 4대 사회보험료 징수체계의 가장 큰 문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은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제도다.
노후, 질병, 실업, 산업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도의 필요성과 별개로, 지금의 부과·징수 방식은 지나치게 복잡하다. 국민은 매월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도 어느 시점에는 다시 정산 고지서를 받는다. 사업주는 급여를 지급할 때마다 보험료를 공제하고, 입사·퇴사 신고를 하고, 보수 변동을 관리하고, 다시 정산까지 해야 한다. 같은 사람의 경제적 부담을 계산하는 일인데도 보험별로 계산 방식과 정산 시점이 다르다. 국민들이 제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4대 보험료는 이름은 보험료지만, 실제로는 세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되고,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며, 체납하면 강제징수까지 이루어진다. 4대 보험료를 흔히 ‘준조세’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징수 방식도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사업주가 처리하기 쉬우며, 국가 전체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복잡한 부과고지 방식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행정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산 구조
현재 4대 보험료는 소득세처럼 단순하게 운영되지 않는다. 근로자는 매월 급여에서 4대 보험료가 공제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민은 “매달 이미 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산 고지서가 나온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전년도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매년 4월 정산이 이루어진다. 전년도 보수가 늘었다면 추가 보험료를 부담하고, 줄었다면 환급을 받는다. 종합소득이 있는 지역가입자나 소득월액 보험료 대상자는 11월에 다시 별도 정산 고지를 받는다. 종합소득세 신고가 끝난 뒤 확정된 소득자료가 건강보험공단으로 넘어가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보험료가 다시 계산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별도의 조정 시점이 있다. 국민연금은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매년 7월 기준소득월액이 조정된다. 사업자나 지역가입자는 전년도 소득 신고 결과에 따라 7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적용될 보험료가 다시 정해진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보수총액 신고를 통해 사후 정산이 이루어진다. 결국 국민은 매월 보험료를 내면서도, 4월에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정산, 7월에는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변경, 11월에는 건강보험 종합소득자 정산을 다시 접하게 된다. 세금도 어렵지만, 4대 보험료는 더 어렵다. 행정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를 일반 국민에게 스스로 이해하고 대응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이 복잡성이야말로 현행 징수체계의 가장 큰 문제다.
같은 자료를 여러 기관이 따로 관리한다
4대 보험료는 대부분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건강보험은 보수와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되고,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도 보험료 산정에 반영된다. 국민연금은 기준소득월액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산정된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역시 근로자의 보수를 기준으로 보험료가 계산된다.
문제는 이미 국가가 파악하고 있는 소득과 재산 자료를 여러 기관이 나누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일용근로소득, 기타소득 등 각종 소득자료를 수집한다. 부동산 등 재산 관련 과세자료도 국세청과 과세당국의 행정망 안에서 관리된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정에 필요한 재산 파악 역시 조세 행정망과의 연계를 통해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는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이 각각의 목적에 따라 자료를 다시 관리한다. 여기에 2011년 이후 4대 사회보험 고지·수납 업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되면서 별도의 징수통합시스템까지 운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단별 개별 시스템이 있고, 그 위에 징수통합시스템이 다시 얹혀 있는 구조다.
고지서는 통합되었지만, 부과 기준과 자격 관리와 자료 관리 체계는 여전히 나뉘어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불필요한 전산 유지보수 비용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각 기관은 자기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고, 기관 간 자료 연계 시스템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오류가 발생하면 어느 기관의 자료가 문제인지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국민과 사업주는 그 복잡한 행정 구조의 결과만 고지서로 받아보게 된다.
부과고지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현재 4대 보험료는 기본적으로 공단이 보험료를 계산해 고지하는 방식이다. 사업주와 가입자가 자료를 신고하면, 공단이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고 고지한다. 이 방식은 과거에는 일정한 의미가 있었다. 소득자료가 충분히 전산화되어 있지 않았고, 국세청의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도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업주는 매월 급여를 지급할 때 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를 제출하고, 지급명세서와 간이지급명세서를 통해 각종 소득자료도 국세청에 제출한다. 국세청은 이미 소득자료를 가장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국가기관이다. 재산 관련 과세자료 역시 조세 행정망 안에서 축적되고 있다. 그런데도 4대 보험료는 여전히 별도 공단 체계에서 부과고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득과 재산 자료는 조세 행정망에서 파악하고, 보험료는 공단이 다시 계산한다. 사업주는 세금 신고와 사회보험 신고를 별도로 처리한다. 가입자는 매월 보험료를 내고도 나중에 정산 고지를 다시 받는다. 이중 행정이다. 복잡한 행정이다.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이다.
해외 주요국은 조세와 사회보험 징수를 결합한다
사회보험료를 조세 행정과 결합해 징수하는 방식은 특별한 제도가 아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은 조세 행정과 사회보험료 징수 체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고용주가 근로자 급여에서 소득세와 사회보장세, 메디케어세를 함께 원천징수한다. 영국도 국민보험기여금을 국세청 중심으로 관리한다. 스웨덴 역시 국세청이 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함께 징수한다. 이들 국가는 소득을 파악하는 행정망과 사회보험료 징수망을 분리하지 않는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담하는 돈이라면, 소득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관이 함께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미 국세청의 소득자료 수집 체계가 상당히 고도화되어 있다. 재산 자료 역시 조세 행정망 안에서 관리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보험료 징수 체계 역시 조세 행정과 연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고지방식에서 자진신고납부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앞으로 4대 보험료는 공단이 계산해 고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주가 소득세와 함께 자진신고납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업주는 매월 급여를 지급할 때 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이때 4대 보험료도 함께 계산해 원천징수하고, 다음 달 10일까지 국세청에 세금과 함께 신고·납부하도록 하면 된다. 소득세 원천징수 체계와 4대 보험료 징수 체계를 하나의 신고 흐름으로 묶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사업주는 세금 따로, 보험료 따로 신고할 필요가 줄어든다. 근로자는 매월 실제 지급받은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나중에 실제 확정소득과 차이가 있으면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이후 정산하면 된다.
지금처럼 보험별로 4월, 7월, 11월에 따로 고지되는 구조보다 훨씬 단순하다. 국민도 이해하기 쉽다. 소득이 발생하면 그때 세금과 보험료를 함께 내고, 다음 해 확정소득을 기준으로 정산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징수기관도 국세청으로 통합해야 한다
징수 방식이 자진신고납부 방식으로 바뀐다면, 징수기관도 국세청으로 통합하는 것이 맞다.
국세청은 이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원천세 등 국가 세입을 관리하는 전문기관이다.
전국 세무서 조직과 전산망, 체납관리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4대 보험료가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의무 부과되는 준조세라면, 이를 별도의 공단 징수체계에 계속 맡겨둘 이유가 약하다. 공단은 각 보험제도의 자격 관리와 급여 지급이라는 본래 기능에 집중하면 된다. 징수는 국세청이 담당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효율적이다.
특히 현재처럼 공단별 개별 시스템과 징수통합시스템을 동시에 유지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비용이 크다. 징수기관을 국세청으로 통합하면 중복 전산망, 중복 고지, 중복 체납관리, 중복 민원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납부자 입장에서도 창구가 단순해진다. 세금은 국세청에 신고·납부하고, 4대 보험료는 공단에 별도로 대응하는 방식보다,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한 의무 부담은 국세청에서 일괄 처리하는 방식이 훨씬 명확하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장의 고지서가 아니다
4대 사회보험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의료비와 연금 부담은 커지고 있다. 고용 형태도 정규직 중심에서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단시간 근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사회보험료 징수 체계는 더 단순하고 정확해야 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장의 고지서가 아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제도다. 사업주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기관을 오가며 반복 신고하는 절차가 아니다. 사업주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의 신고 흐름과 예측 가능한 정산 구조다. 국가 행정이 해야 할 일은 복잡한 제도를 국민에게 이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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