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올해 삼성전자는 300조 원, SK하이닉스는 20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계층 간 격차가 커질 조짐이 보이며, 분배를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이 거둔 막대한 이익은 어떻게 형성됐고, 어떻게 나눠야 할까.
<프레시안>이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이를 다루기 위한 공동기획을 준비했다. 국가전략산업 초과이익 관련 쟁점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기업 성장 과정의 공적 지원, 반도체 성과 분배의 현실, 공정한 분배 대안을 다루는 네 편의 기사로 이를 전한다.
반도체 대기업 초과 이익을 사회적으로 환류하는 데 시민 10명 중 6명 가량이 동의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하청 이익 공유, 국민공유부 기금 설치, 초과이윤세 도입 등 모든 방안에 대해 마찬가지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연령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4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분배 확대 찬성 여론이, 30대 이하 연령대에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경향이 나타났다.
반도체 초과이익의 기여 주체에 대해서는 '기업·노동자·국민·협력업체가 함께 만든 성과'라는 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기업의 투자와 경영 능력'이라는 답이 근소한 격차로 뒤를 따랐다. 국민공유부 기금 설치나 초과이익 환류를 위한 국민 참여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청 공유, 공유부 기금 설치, 횡재세 도입…모두 60% 이상 찬성
<프레시안>과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 여론조사기관 '시그널앤펄스'는 '국가전략산업 초과이익과 국민공유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공동기획하고, 지난 18일 만 18세 이상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 조사를 수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오차 ± 3.5%포인트다. (☞초과이익과 국민공유부 인식조사 보고서 바로가기)
24일 조사결과를 보면, 먼저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류해야 한다'는 포괄적 질문에 응답자 57%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은 40%였다.
초과이익 환류의 구체적 방안을 묻자 찬성 응답이 다소 많아졌다. '반도체 대기업 초과이익 일부를 하청업체 노동자와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이 61%였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5%다.
초과이익을 국민공동자산으로 만드는 방안인 '국민공유부 기금 설치'에는 응답자 66%가 동의했고, 30%가 동의하지 않았다. 공유부 기금은 국가적 자산이나 핵심 산업의 초과 이윤을 모아 국민 전체의 자산으로 축적·운용하고, 그 수익을 국민에게 배당하거나 미래 세대를 위한 재원 등으로 활용하는 기금을 말한다.
은행, 에너지 산업 등에 초과이윤세(횡재세)를 도입한 일부 유럽 국가나, 정부 보조금을 받은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환류하는 미국처럼 '국가 지원을 받은 기업의 초과 이윤을 환수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에도 응답자의 67%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은 28%였다.
전반적으로 반도체 초과이익을 국민공동자산으로 만들거나 지금보다 넓게 분배하는 방안에 동의하는 여론이 높게 나타난 가운데, 세대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하청 이익 공유, 국민공유부 기금, 초과이익 환수 등 세 방안 모두 40대 이상은 60~80% 대 찬성률을 보인 반면, 30대 이하는 30~40%대 찬성률을 보였다.
직업별로 보면, 하청 공유와 관련해 이익을 나눠야 할 당사자 중 하나인 대기업 노동자의 찬성률이 68%로 가장 높게 나타난 점이 눈에 띄었다. 주부 68%, 소상공인 65% 등도 찬성률이 높았고, 학생이 46%로 가장 낮았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찬성률은 57%였다.
시민 72% "국내 대기업, 공적 지원으로 성장"
응답자들은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의 배경에 정부 지원 등 공공 인프라와 모든 경제주체의 기여가 있다고 인식했다.
'국내 대기업이 산업화 과정에서 수출 지원, 정책금융, 세제 지원, 도로·전력·항만 등 공공 인프라 도움으로 성장했다'는 주장엔 72%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은 22%였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누구의 기여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질문에는 '기업·노동자·정부·국민·협력업체가 함께 만든 성과'라는 답이 40%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기업 투자와 경영능력' 37%였다. 이어 '국민 세금과 공공 인프라' 9%, '정부 산업정책과 세제 지원' 8%, '노동자의 숙련과 생산성' 3% 순이었다.
두 질문에 대한 답에도 세대별 차이가 있었다. 공공인프라의 도움으로 국내 대기업이 성장했다는 데 대해 40대 이상은 평균인 72%를 넘는 동의율을 보인 반면, 30대 이하는 60% 미만이 동의했다.
반도체 기업 이익의 기여 주체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도 40대 이상에서는 '모두의 기여'를 택한 비율이 40~50%대였지만, 30대 이하에서 이 비율은 30%대였다. 한편, 40대 이상은 30대 이하는 50% 이상이 '기업의 기여'를 택했다.
추가세수 활용처, '미래 위한 투자'에 더 높은 응답
늘어난 추가 세수를 어디에 최우선으로 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58%가 '국민공동자산 형성 중심 투자(전략산업·국가균형발전·미래세대 투자)'를 선호했다. '민생안정 중심 지출(국민의 현재 생활 부담 완화)'을 선택한 응답자는 32%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5개 구간으로 나눈 주관적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선호했다. 상층·중상층 각 70%, 중층 59%, 중하층 54%, 하층 40% 등이다. '민생 안정 중심 지출'에는 중하층 37%, 하층 45% 등이 평균보다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추가 세수 활용을 논의하는 방식으로는, '국민 참여 숙의토론 및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택한 응답자가 5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부와 전문가 중심 논의' 29%, '국회 예산심의 때 논의' 7% 순이었다.
또한 국민공유부 기금 설치나 초과 이익의 사회 환류 방안 마련을 위해 설문조사, 공론화위원회, 국민 참여 원탁토론 등 '국민 참여 절차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4%로, 불필요하다는 21%보다 높았다.
공론화위원회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갈등 소지가 큰 주요 공공정책 논의에 시민들이 참여해 '숙의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구성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다. 문재인 정부 때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가 반도체 산업단지 문제에 대해 공론화 방식의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
김기수 시그널앤펄스 대표는 23일 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은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와 경영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초과 이익이 정부의 산업 정책과 세제·금융 지원, 전력·도로·용수·통신 등 공공 인프라, 노동자, 협력업체 등 모두가 함께 이룬 '공동의 성과'라는 데 더 크게 공감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국가 전략 산업 초과이익의 사회 환류와 관련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았고, 추가 세수를 국민 참여형 공론화를 거쳐,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공유부 기금' 같은 미래를 위한 공동자산 형성에 투자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이번 조사가 국가 지원을 받은 전략산업의 초과 성과를 사회와 어떻게 공유할지 논의하는 공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공공의창 소개 : 2016년 문을 연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한국사회여론연구소·서던포스트·시그널앤펄스·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0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 분석 기관이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출범시켰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매달 '의뢰자 없는' 조사와 분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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