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년 만에 뒤바뀐 '물 부족' 진단…대책 없는 메가 프로젝트의 위험한 용수계획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년 만에 뒤바뀐 '물 부족' 진단…대책 없는 메가 프로젝트의 위험한 용수계획

[기후정의로 본 메가 프로젝트] ① '하루 200만 톤' 반도체 물 배분, 주민 생활 위협할 수도

지난해까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가뭄과 물 부족을 강조했다. 전국 14곳에 기후위기대응댐 건설을 추진할 때다. 환경부는 건설 계획을 밀어붙이며 "극한 가뭄과 장래 신규 물 수요를 감당하기에 현재의 물그릇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 용수의 원천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용량의 94%를 이미 사용하고 있어,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생활용수 공급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1년 후인 지난 6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이 진단은 자취를 감췄다. 정부의 정책 메시지는 '물은 충분하다'로 바뀌었다.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가 들어설 용인은 댐 용수가 부족하다던 수도권에 있지만, 기존 수자원 체계로 하루 150만 톤 용수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지역으로 다시 그려졌다. 정부는 서남권(호남) 반도체 단지에도 기존 댐 여유량 등의 물을 모두 끌어모으면 하루 100만 톤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년 전 국가 물 관리 계획엔 '가뭄 비상'

이는 지금까지 수자원 당국이 작성한 '국가 물 관리 계획서'와 맞지 않는다. 2023년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에 전국 기준 생활·공업용수는 한 해 660만 톤, 농업용수는 2억 5000만 톤 등 총 2억 5700만 톤이 부족하다고 분석됐다. 서남권 반도체 단지가 들어설 영산강·섬진강 유역은 생활·공업용수 부족량이 470만 톤으로 4대 유역 중 가장 컸다.

이는 약 50년 단위 빈도의 가뭄을 뜻하는 '과거 최대 가뭄' 조건에서 계산한 것이다. 이다. 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30~50년 단위로 겪을 수 있는 극한 가뭄을 최저선으로 상정하는 건 국가 물 관리 계획의 기본이다. 반면 정부의 "공급할 물은 충분하다"는 현재 진단은 연 강수량이 충분한 때를 가정해 나왔다. 국가 물 관리 계획과 전제가 다르다.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과 감사원 시뮬레이션의 지역별 물부족량 증감 비교 그림. 출처 : 감사원 2023년 7월 감사보고서-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1 물·식량 분야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10년 빈도 가뭄을 기준 삼아도, 영진강·섬진강 유역 생활· 공업용수는 2030년에 20만 톤이 부족하다고 분석됐다. 향후 가뭄이 얼마나 잦을지, 얼마큼 심각한 가뭄이 발생할 진 예측하기 어렵다. 281일 동안 가뭄이 이어진 2022년 호남 가뭄은 200년 빈도의 가뭄이었다.

감사원은 이 결과조차 미래 기후변화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23년 감사원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의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분석에 반영한 결과, 물 부족량은 원안보다 2.2~2.6배 더 심화했다. 그 결과 160개 지역 중 99개 지역에서 물 부족량이 더 증가했다. 물 부족 예상 지역도 31개 더 늘었다. 감사원은 "미래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해 국가의 중장기 물수급 예측 체계를 개선하라"고 환경부에 통보했다.

도시 전체 쓸 물이 반도체 단지 하나에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에 추가 공급될 총 공업용수는 하루 134만여 톤이다. 여주보 상류에서 26만 5000톤을 끌어오는 수도 공사는 2022년 시작돼 거의 마무리됐다.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후, 환경부는 2031년부터 31만 톤을, 2035년부터 76만 2000톤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3년 경북도민 255만 명이 하루 동안 쓴 생활용수(134만 5000톤)에 맞먹는다. 실제로 2024년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의 취수량도 하루 평균 44만 6000톤이다. 울산 시민 110여만 명이 쓴 생활용수(약 39만 톤)보다 더 많다.

▲지역별 생활용수 이용량과 반도체 산단 취수량 비교 그래프. 푸른색 막대는 2023년 지역별 하루 생활용수 이용량이고, 붉은색은 3대 메가 프로젝트 계획상 정부가 밝힌 하루 취수량이다. 보라색은 2024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사업장에서 취수한 양이다. ⓒ프레시안(손가영)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단지엔 하루 65만 톤 용수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시민 140만 명이 쓴 하루 생활용수보다 15만 톤 더 많은 용수가 한 반도체 산단에 집약된다.

2025년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따르면, 영산강 유역 이수안전도는 평균 3.4등급이다. 1~5등급 중 낮은 수준으로, 물 수요량 대비 부족량이 크다는 의미다. 영산강, 섬진강 수계엔 가뭄에 취약한 지역도 적지 않다. 영산강 수질 개선부터 물 공급 인프라를 개선하고 다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오랫동안 나오던 중, 취수량이 폭증하는 대형 개발사업이 먼저 추진되기 시작했다.

부실한 서남권 용수 공급안…지역에선 '검증 부족' 비판

당장 지역에선 구체적인 검증 없이 막대한 용수 계획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남권의 경우, 정부는 크게 △동복댐 15m 증축을 통한 25만 톤 △인근 댐 미사용물량 20만 톤 △발전용 댐 용수 전용 10만 톤 △나주댐 농업용수 전용을 통한 10만 톤 등으로 공업용수 65만 톤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말이 15m지 (물 저장량 기준) 동복댐의 2배가 되는 규모인데, 신규 댐 하나를 더 짓는 수준"이라며 "댐 주변의 비옥한 농경지, 마을, 도로망, 천연기념물 등이 대규모로 수몰된다. 화순의 힘없는 농민들의 고향과 터전을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또 "광주 시민의 생명수인 식수원 댐을 반도체 기업의 안정적인 수원 확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방식"이라고도 우려했다.

나주댐을 통한 10만 톤 공급은 농업용수로 쓰이는 물을 반도체 공장에 보내고, 부족한 농업용수는 영산강 물을 길어 대체하자는 안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영산강 물은 현재 낮은 수질 때문에 농업용수로 쓸 수 없다. 지난해엔 6급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현정 녹색정치랩 그레 소장은 "농민은 농업용수로도 못 쓸 물을 쓰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가뭄취약지도. 출처 : 국가가뭄정보포털 가뭄취약지도

"용인, 팔당 상수원 다 써도 가용 수량 없다"

용인 반도체 산단도 숫자가 안 맞긴 마찬가지다. 앞서 2024년 경기연구원은 "팔당 상수원에는 더이상 가용수량이 없다"고 밝혔다. 팔당 상수원의 남는 물을 모두 반도체 산단에 배분해도, 2035년경부터 최소 90만 톤은 공급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크게 SK하이닉스가 팹 4기를 세우는 일반산업단지와 삼성전자가 팹 6기를 건설하려는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이뤄졌다. 2024년 초기 계획에 따르면, 일반 산단에 필요한 하루 용수 87만 2000톤 중 57만 톤만 팔당 상수원의 남는 물로 마련할 수 있다. 나머지 30만 톤은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게 경기연구원의 설명이다.

나아가 국가 산단에도 총 수요량 80만 톤 중 20만 톤만 팔당댐 상류의 물 등을 끌어와 공급할 수 있지만, 나머지 60만 톤은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분석됐다. 정부는 수력발전용 댐인 화천댐의 용도를 변경해 물을 확보한다고 밝혔으나, 북한강의 하류에 위치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다고 연구원은 우려했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팔당댐과 상류의 물을 다 모아도 마련할 수 있는 공업용수는 약 77만 톤이다. 이보다 많은 용수가 요구되는 2030년 중반부터 물 공급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134만 톤에 비춰봐도, 57만 톤 물의 공급 방안이 흔들린다.

동시에 댐의 물 여유량을 대거 반도체 산단에 배분하는 건 유역 주민에겐 위험요소다. 팔당댐은 수도권 27개 지자체 생공용수의 98%를 공급하는 핵심 공급처다. 한강 유역에 10년 이상 빈도의 가뭄이 발생한다면, 당장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2024년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산단 조성 계획의 공업용수 수요량 및 부족량 예측. 경기연구원은 2030년대 초반까지 77만여 톤 공급은 가능하나, 그 이후 수요량인 90여만 톤은 공급 방안이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출처 : 경기연구원

정부·기관 따라 바뀌는 수자원 정책

이런 막대한 물 공급계획이 정확한 계산에 따라 나왔는지는 불명확하다. 정부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근거를 공개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하루 44만여 톤과 22만여 톤을 취수한다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5)에 보고했다. 이를 기준삼으면, 용인과 서남권 반도체 산단의 물 수요는 정부 공식 발표보다 훨씬 줄어든다.

감시받지 않는 국가 물관리 체계 탓에 불투명하고 일관성 없는 용수 계획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2018년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됐지만 물관리 계획과 조직은 여전히 일원화되지 못했다"며 "물 수급 전망이 정권에 따라 바뀌고, 과학적 검토나 체계적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조차 부재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이어 "기본적인 물 이용량과 공급량조차 상시 측정·공개되지 않는 구조"라며 "전력거래소 수준의 '물통합관리센터'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필 사무처장은 "2022년 극한 가뭄 후에도 광주는 물 인프라 개선이 전혀 안 됐는데, 대통령과 환경부 장관이 즉흥적으로 말을 툭툭 던지며 여론 추이를 보는 식의 정책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며 "막대한 용수나 전력을 생태 수용력 내에서 자체 조달할 능력이 없다면, 맹목적 공급 확대가 아닌 프로젝트 규모 조정을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밝혔다.

※ 위 기사는 △'물-에너지 라운드 테이블 : AI·반도체 시대, 국가 수요 예측을 다시 묻다' 토론회(7월 16일) △'3대 메가 프로젝트,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7월 29일)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경기연구원 '한강에 이용가능한 물이 없다'(제2024-09호) 보고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 및 유역물관리종합계획 등을 종합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손가영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