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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살아있다", "드럼통 가고 싶냐" 교실 수놓은 조롱과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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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살아있다", "드럼통 가고 싶냐" 교실 수놓은 조롱과 혐오

학교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교사·학생·학부모 "제도·문화 개선 시급"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A 사립고. 남학생들만 다니는 이 학교의 교실 뒤편에 "부정선거 OUT", "드럼통 가고 싶냐" 등 극우세력이 외쳐 온 구호들이 적혀 있었다.

중간고사 후 교실에서 수거된 쪽지에는 "멸공", "윤어게인", "트럼프 만세" 등 정치적 구호가 가득했다.

교실만이 아니다. A 학교 강당에는 "노무현은 살아있다", "응디(엉덩이의 동남방언)" 등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은 낙서와 함께 고인을 희화화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박범철 A 학교 교사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엔 교육 3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석해 학교 내 혐오 문화에 대해 증언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A 학교 교실에 적힌 낙서ⓒ박범철 A 학교 교사
▲A 학교 교실에서 수거된 쪽지ⓒ박범철 A 학교 교사
▲A 학교 강당에 적힌 낙서ⓒ박범철 A 학교 교사

토론회에 학생 대표로 참석한 공항고등학교 학생 신지혜 씨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 전반에 혐오표현이 녹아 있다고 증언했다.

신 씨는 "우리가 매일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도, 인터넷에서 보는 댓글 속에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는 말 속에도 혐오표현이 있다"며 "나 역시 학교생활을 하며 혐오표현을 접했고, 많은 학생이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따라 사용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혐오표현을 친밀감과 소속감의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래집단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대화에 어울릴 수 있고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지고 문제의식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채 일상적인 언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교실 안 혐오표현의 대상이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소수자를 향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홍승희 교사는 "교실 안에서 가장 부당한 대우를 받는 집단은 성소수자"라며 "학생들이 서로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놀이의 일부로 성소수자 혐오를 자주 표출하는데, 이런 혐오표현이 당사자에게 직접 피해를 입힌다는 인식은 굉장히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홍 교사는 또 "여성혐오의 경우 '코드화'돼 맥락을 알고 있지 않는 사람은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정치인과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모독 또한 인지 자체가 어려워 교사들이 지도를 어려워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혐오표현이 교사를 향해도 방어하기 어렵다는 증언도 나왔다. 박 교사는 "남자사립고인 우리 학교의 경우 교실에서 동료 여교사가 정상적인 가이드라인 안에서 수업해도 '선생님 꼴페미에요?'라는 발언을 듣는다"며 "이런 발언이 나와도 제지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국가인권위원회, 서울특별시교육청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를 열었다. ⓒ프레시안(박상혁)

토론회에 참석한 교사와 학부모는 교실을 지배한 혐오와 조롱의 기반이 '교실 밖 어른들'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사는 "동작구 국회의원(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사무실이 우리 학교 앞에 있다. 선거운동 당시 그 의원이 드럼통에 들어가서 촬영했던 사진을 학생들이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청소년들은 정치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비해 교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라고 했다.

학부모 대표로 나온 여미애 씨도 "혐오와 역사왜곡의 생산자는 청소년이 아니라 과잉 동원된 정치와 그 지지 세력"이라며 "청소년을 '극우화'라는 말로 낙인찍을 게 아니라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 온라인에서 혐오가 웃음거리가 되게끔 설계하는 기업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교육당국이 혐오표현 방지 교육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교사는 "모든 혐오를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개념과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교육이 할 일이 있다"며 "이런 교육이 정말 교실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인권교육에 더 많은 시간이 할당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씨도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혐오표현 예방교육은 실효성이 없다. 학생들은 영상교육이나 외부 강사의 교육을 잘 듣지 않는다"며 "토론 등 참여형 교육을 시행한 뒤 활동 결과를 제출하면 학생들에게 보상을 줘 최대한 많이 참여하게 하고, 교육청과 국회는 학교를 평가할 때 실제로 학생들의 문화가 바뀌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실 밖의 혐오 문화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 씨는 "혐오를 만드는 건 어른들이다. 청소년이 문제라는 지금의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우리(어른) 문화가 먼저 바뀐 뒤 학교로 옮겨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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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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