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승인을 받고도 첫 삽조차 뜨지 못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이 전국적으로 20만호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며 향후 5년간 LH 직접시행을 통해 5만 3천3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미 승인된 사업마저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공급 계획의 실효성을 놓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업 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LH 주택은 전국 111개 지구, 20만 9천270호에 달했다.
이들 사업의 대지 면적만 865만 8천505㎡로,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에 이른다. 미착공 물량 가운데 분양주택은 10만 1천634호, 임대주택은 10만 7천636호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착공 물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해마다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승인 연도별로 보면 2022년 이전에 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주택이 2만 3천802호였다. 이어 2023년 3만 1천720호, 2024년 7만 5천847호, 2025년 7만 2천574호가 미착공 상태로 남아 있다. 올해 승인된 사업 가운데서도 5천327호가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미착공 사업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전체 111개 미착공 지구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63곳으로 56.8%를 차지했고, 비수도권은 48곳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41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8곳, 충남과 전북이 각각 7곳, 경남 5곳, 인천 4곳 순이었다.
미착공의 가장 큰 이유는 토지 확보와 기반시설 등 사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LH가 밝힌 미착공 사유를 보면 전체 20만 9천270호 가운데 16만 7천283호, 79.9%가 ‘토지여건 미성숙’에 해당했다. 토지여건 미성숙은 사업 승인을 받은 부지에 기존 건축물이나 지장물이 남아 있어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도로·관로 등 기반시설 조성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등을 포함한다.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아 착공하지 못한 물량도 4만 1천987호로 전체의 20.1%에 달했다. 지자체의 사업비 분담 문제나 지역 민원 등이 대표적인 사유다.
결국 사업 승인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실제 주택 공급까지 순조롭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9월 7일 ‘새정부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LH 직접시행으로 5만 3천3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어 최근 발표한 8·13 대책에서는 사업 승인 이후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현재 56개월에서 33개월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미 승인된 사업 가운데 20만호 이상이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공급 목표를 추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정희용 의원은 “최근 정부가 8·13 대책을 통해 승인 이후 착공까지 소요 기간을 56개월에서 33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별 단축 계획은 여전히 구체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계획에는 ‘최대한’,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선언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LH가 향후 5년간 직접시행을 통해 5만 3천300호를 실제 착공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은 “새로운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이미 승인을 받은 사업의 지연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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