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이틀 만에 공습을 재개했다. 이란이 미 공습이 결혼식을 강타해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힌 데다 양쪽 모두 보복 강도를 높여 무력 충돌 악순환 우려가 대두됐다. 미국이 "영원한 전쟁"에 돌입했다는 전문가들의 회의론도 커졌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 동부시간 1일(이하 현지시간) 정오부터 이란 내 혁명수비대(IRGC) 방공기지, 레이더 체계, 해상 자산 및 시설, 기뢰 부설 능력, 통신 기지 등을 겨냥해 공습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 공격이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에 더해 역내 배치된 미군에 대한 공격에도 대응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틀 전 미군이 한 달만에 이란 공습을 단행하자 이란은 곧바로 요르단 미군기지를 겨냥해 보복했는데, 이에 대한 재보복성 공격임을 시사한 것이다. 미군은 지난달 30일 이란 발사대 공격 땐 이란 기뢰 부설 시도를 차단하는 "제한적" 목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공습은 대규모에 강력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추가하려던 이란의 실패한 시도에 대한 보복"이고 "실패한 국가인 이란이 이 매우 정당한 공격에 대해 보복한다면 훨씬 더 강력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번 공격은 대기 중인 가장 큰 공격이 아니며 그 공격이 끝나면 이란은 거의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게시글에서 "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오려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의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이란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고 있는 지금 입장이 훨씬 마음에 든다. 그들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이란인들은 언제쯤 일어나 싸울 것인가?"라고도 했다.
미 '눈에는 눈, 유조선엔 유조선'?
미국의 이란 해상봉쇄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압박 수위도 강화됐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1일 공습에 이란 정부 유조선 두 척에 대한 공격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유조선들은 미 해군 봉쇄선 북쪽 이란 연안에 정박해 있었고 미군은 무인기(드론)와 미사일로 이들 선박의 기관실을 타격했다고 한다.
미 당국자는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눈에는 눈' 식의 새 정책, "유조선엔 유조선" 작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 피격에 대한 보복 작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이란이 한 달 만에 공습을 주고 받은 직후인 지난달 3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한국 장금상선 소유 유조선 '세네갈 프로스페리티', 사우디아라비아 소유 유조선 '시드르'가 피격됐다고 해양 안보 분석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유사한 내용을 보도했다.
미군은 지금까지 이란의 해협 봉쇄를 뚫기 위해 오만 쪽 남부 항로로 유조선을 은밀히 유도해 왔다. 해상봉쇄 일환으로 이란 쪽으로 향하는 상선들을 막아 왔지만 대체로 회항시켰고 공격까지 이른 경우는 드물었다. 중부사령부는 1일까지 이러한 상선 84척을 회항시키고 3척을 항해 불능으로 만들었으며 2척에 승선했다고 밝혔다. 미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약 100개 목표물을 대상으로 한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해협 내 상선 공격 수위가 "최소 한 달간"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란 "미 결혼식 공습으로 4명 사망"…역내 무더기 보복
이란은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규탄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연안 호르모즈간주 시리크 지역 쿠헤스타크의 민가가 미군 공습 피해를 입어 결혼식 축하를 위해 모인 가족 5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이런 야만적 범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해당 결혼식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4명이 죽고 5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호르모즈간주에 대한 추가 공격으로 1명이 더 숨졌고 남부 후제스탄주 아흐바즈, 아가자리 인근에서도 미군 공습으로 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를 보면 관련해 팀 호킨스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란 국영 매체의 해당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와는 달리 미군은 절대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란은 요르단,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미군기지를 겨냥해 역내 전반에 걸쳐 보복 공격을 벌였다. 이틀 전 요르단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데 비해 규모가 훨씬 커졌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관영 <IRNA> 통신을 보면 2일 혁명수비대는 요르단 프린스 하산 공군기지 미군 무인기 격납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아카바만에 위치한 미 해병대 기지 캠프 티틴 또한 공습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의 미군 사령관 숙소와 지휘소, 이라크 에르빌에 위치한 미군기지의 감시 비행체 제어체계 및 정비소, 기술장비 창고 또한 공격했다고 했다. 이란군은 아랍에미리트 알다프라 및 알민하드 기지의 레이더 체계와 미군 집결지, 바레인의 셰이크 이사 공군기지의 레이더 설비와 집결지 또한 공격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이날 이라크 쿠르드 대테러기구는 에르빌 상공에서 폭발물 탑재 무인기 10대를 격추했고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당국은 무인기와 미사일 여러 대를 요격했고 주거용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사상자는 없었다고 했다. 이날 수차례 대피 경보를 발령한 바레인은 이란 공격을 비난하며 발사체 여러 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요르단은 영공에 진입한 미사일 13발 중 10발은 요격했지만 3발은 인구 밀집지에서 먼 외진 곳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날 보복 공격으로 미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요르단 프린스 하산 기지 공격으로 조종사와 승무원이 숨졌고 캠프 티틴 공격으로도 미군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라크 에르빌 기지 공격에선 연료 저장고에 불이 붙어 미 인력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다만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요르단, 바레인, 쿠웨이트, 이라크 등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 및 무인기 대부분이 요격됐다며 이란 보복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트럼프, 문제 해결 포기하고 영원한 전쟁·당분간 보복 국면 지속"
미국과 이란의 발언과 공격 수위가 동시에 높아지며 무력 충돌 복귀 우려가 고조됐다. 전문가들의 종전 관련 회의적 시각도 커졌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마이클 프로먼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상당 기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군의 주기적 폭력, 선박 피격,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각종 봉쇄 조치가 "새로운 일상이 될 것"이라며 "완전한 종전이나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과 같은 흑백이 명확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미 퀸시연구소 부소 트리타 파르시는 알자지라에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영원한 전쟁을 통해 문제를 관리하려는 걸로 보인다"며 "미국이 초반에 전쟁이 나흘 안에 끝날 걸로 예상한 걸 감안하면 완전한 패배"라고 분석했다.
다만 <타스님>을 보면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1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종전 양해각서(MOU)로 복귀한다면 이란 또한 상응할 것"이라며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미 재무 "호르무즈, 2년 안에 가치 없어져"
한편 이란에 대한 경제적 고립 작전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일 미 폭스비즈니스 진행자 래리 커들로와의 대담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2년 안에 가치 없는 수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유가 "송유관을 통해 육상 수송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해와 페르시아만 모두에 접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송유관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 중이지만 페르시아만 연안 다수 국가들은 육상 수송을 위해선 타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가 대부분 아시아로 향한 가운데 베선트 장관은 해협이 미국에겐 "병목 지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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