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련 협상을 지속해 온 이란과 오만이 공동성명을 통해 임시 항로 설치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협 개방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이란이 미국의 경제 봉쇄 해제를 선행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실제 재개방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해협 개방과 경제 봉쇄를 두고 미·이란 양쪽에 낀 걸프국의 고민이 깊어진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이란과 오만은 공동성명에서 이란을 방문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 재개 관련 "건설적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최근 전쟁과 그 비극적 여파"로 초래된 호르무즈 해협 상황 진전을 위한 "단계적 틀"을 논의했고 "제안된 틀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공동 임시 항로 개설과 해협 기뢰 제거를 위한 공동 작업 시행 합의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향후 기술 협상에서 영구적 항행 통로, 해협 관리, 정보 공유, 교통 관리, 항행 및 보안 서비스 제공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상황에서 양국 협상이 재개방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해협 북부에 접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해협 남쪽에 접한 오만 쪽으로 통항하는 상선 피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해운분석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보면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량은 총 121건에 그쳤다. 하루 130척 이상의 배가 드나들던 전쟁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미국의 '경제적 디데이(D-Day)' 조치 발표를 하루 앞둔 23일엔 통항량이 5건에 불과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임시 항로 개방 일자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알부사이디 장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임시 항로 관련 조치가 "곧 발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향후 해협 영구 관리 해법은 "적절한 시기"에 마련 될 거라고 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보면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26일 오만과의 합의 내용에 대한 설명에서 오만에 접한 호르무즈 해협 남쪽 항로가 폐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만이 폐쇄에 동의했고 국제해사기구(IMO)에 이를 통보할 거라고 덧붙였다. 그는 임시 항로 합의에 따라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선박은 이란 영해를 이용하고 페르시아만을 떠나는 선박은 이란과 오만 영해를 지날 거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국제해사기구는 오만과 협력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원 철수를 위한 남부 항로를 열었다. 미군도 남부 항로를 통해 은밀히 유조선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가리바바디 차관에 따르면 "영구 항로" 수립에 대한 양쪽 추가 협상이 향후 30~60일간 이어질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교관들이 이란과 오만 합의가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재 노력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25일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전날 이란을 방문한 중재국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에 이란 쪽이 "미국이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로 복귀하고 호르무즈 해협 관련 이란 조치를 담은 제5항을 포함해 조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이란 협상단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이 오만과의 협정과 해협 재개방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해 임시 항로 개장까진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오만과의 합의가 곧바로 해협 재개방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란 경제 봉쇄 완전 해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항구적 전투 중단, 예멘 봉쇄 관련 상황의 명확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해협 개방은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군사작전에서 경제 압박으로 돌아선 가운데 이 같은 조건이 즉시 이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4일 미국은 기존 미군 해상봉쇄에 더해 가상화폐, 기술, 금, 항공, 해운 분야에서 이란 경제를 돕는 나라들에 대한 2차 제재 경고를 발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 수출 차단으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절실한 걸프국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들 나라는 이란과 미국 양쪽에서 위협 섞인 동참 촉구를 받고 있다.
24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 경제 고립 작전을 발표하며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이란 무역 금수 조치를 발표한 뒤 다른 나라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했다.
앞서 이란은 걸프국들에 미국 작전 동참 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이 원천 차단될 거라고 위협함과 동시에 25일 오만과의 성명에선 "페르시아만에 접한 역내 국가들과의 공동 논의 개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손짓했다.
다만 역내 다른 나라들이 아랍에미리트의 뒤를 따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미국이 경제 압박으로 전향한 것이 이란의 인접국에 대한 군사 보복을 내려놓는 것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걸프국들은 이란이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결국 역내 미군 자산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군사 보복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미 퀸시연구소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목도한 경향은 이란이 항복 혹은 긴장 고조 상황에 처하면 긴장 고조를 택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 압박을 통한 승리 전략은 단기간에 달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연료 수출에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걸프국의 이해와 충돌하기도 한다.
알자지라는 카타르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대체로를 찾기 어렵고 세계 최대 규모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이란과 공유하고 있어 이란에 등을 돌리기 어렵다고 짚었다.
오만의 경우는 이미 이란과 협상을 진행 중이고 중재국으로서 미국과 이란을 외교 국면으로 되돌리려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 초 파키스탄, 튀르키예(터키)와 공동방위조약을 체결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지를 보였고 이란 지원 예멘 후티 반군과 이미 충돌 중에 있어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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