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스마트폰, AI… '첨단' 산업 밑바닥 광산, 노동하고 다치는 아이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스마트폰, AI… '첨단' 산업 밑바닥 광산, 노동하고 다치는 아이들

[기고] 기후위기는 어떻게 광산을 구원했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2026년 8월 말 확진자는 6천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3천 명에 육박했다. 그동안 콩고에서 발생한 에볼라 유행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유행이 시작된 북동부에 위치한 이투리(Ituri)주는 오랫동안 무장분쟁이 이어져 온 지역이자 대표적인 광업지역이다. 이번 에볼라 대응을 특히 어렵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광산노동자들의 높은 이동성이 꼽힌다. 영세광부들은 일감을 찾아 여러 광산을 전전하는데, 실제로 방역당국이 접촉자로 확인했던 광부들이 다른 광산으로 이동해 추적이 끊기는 일도 발생했다. 분쟁과 빈곤, 다른 생계수단의 부족은 사람들이 감염병의 위험 속에서도 광산을 떠날 수 없게 만든다.

이들을 끊임없이 광산으로 향하게 하는 배경에는 빈곤뿐 아니라 광물의 전략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정학적 현실도 있다. 오늘날 광물은 국가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자원으로 부상했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콩고가 이 경쟁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 구리, 코발트, 콜탄 등 현대 산업과 첨단기술, 에너지 시스템을 떠받치는 광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코발트의 경우, 2025년 기준 세계 광산 생산량의 약 73%가 콩고에서 나왔다. 같은 해 세계 코발트 수요는 27만 6000톤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했고, 전기차와 휴대용 전자기기 등 배터리 수요가 증가를 주도했다. 군사 및 항공우주 분야의 수요 역시 늘었다.

광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거대한 중장비가 바쁘게 움직이며 흙과 돌을 파헤치는 현대적인 노천광산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콩고에는 이런 산업형 광산과 함께 사람들이 맨몸으로 삽과 곡괭이를 들고 직접 땅을 파는 영세·소규모 광업(artisanal and small-scale mining)이 존재한다. 20년 넘게 현대 노예제와 강제노동을 연구한 싯다르트 카라(Siddharth Kara)는 처음 콩고의 코발트 광산에 방문했을 때의 충격을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가 목격한 광부들은 별다른 지지대나 환기시설 없이 30~50미터 깊이까지 갱도를 손으로 파고 내려갔다.

그가 방문한 대부분의 광산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일부 남자아이들은 좁은 갱도 안으로 들어가 광석을 캤고, 여성과 여자아이들은 맨손으로 오염된 물에서 광석을 씻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1~2달러에 불과했다.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깊게 파 내려간 갱도는 수시로 무너졌고, 그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그대로 매몰되기도 했다. 카라는 이곳을 "수조 달러 규모 공급망의 밑바닥"이라고 불렀다. 매끈한 스마트폰과 노트북, 배터리와 자동차로 이어지는 긴 공급망을 끝까지 거슬러 내려간 가장 밑바닥에는 참혹한 노동의 광경이 펼쳐졌다.

그런데 최근 십여 년 사이 광업 확대에 새로운 명분이 더해졌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기후위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은행 등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과 풍력, 전력망 등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광물이 필요하다고 전망해 왔다. 광산기업들도 발 빠르게 시류에 편승했다. 세계적인 광산기업 리오틴토(Rio Tinto)는 인구증가, 경제발전, 에너지전환이 광물 수요를 끌어 올리고 있다며 "세계는 광업을 필요로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리오틴토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8%, 순이익은 47% 증가했다.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들의 사업은 확실히 호황을 맞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 풍경 자료사진. (출처 : The International Institute for Environment and Development - Flickr, CC BY 2.5,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47025174)

인도네시아의 니켈산업에서도 비슷한 서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북말루쿠 할마헤라에서 대규모 노천 니켈 광산을 운영하는 웨다베이니켈(Weda Bay Nickel)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Powering the Energy Transition"이란 문구를 내걸고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니켈을 생산한다고 소개한다. 중부 술라웨시 모로왈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니켈 제련 산업단지인 IMIP 역시 전기차 배터리 원료 생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이를 정부의 청정·재생에너지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인도네시아 니켈산업은 여전히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훨씬 강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 4월 국제 에너지·환경 연구 기관인 CREA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량의 약 83%가 스테인리스강 부문에 사용됐고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으로 향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제련 인프라 역시 역사적으로 스테인리스강의 원료인 NPI(니켈선철)를 생산하는 RKEF 제련소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배터리용 원료 생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의 생산구조만 놓고 보면 인도네시아 니켈 붐의 중심은 여전히 스테인리스강이다.

그렇다면 현재 전망되는 광물수요 가운데 실제 에너지전환과 연결되는 몫은 얼마나 될까. 지난 7월 미국 소재 독립 연구기관 Oakland Institute는 IEA 데이터를 이용해 구리, 코발트, 리튬, 니켈, 흑연, 희토류 등 6개 주요 광물의 수요를 최종 용도(end use)별로 다시 분류했다. 2024년 수요를 중량 기준으로 합산한 결과, 태양광, 풍력, 재생에너지용 전력망, 배터리 저장장치가 약 21%, 전기차가 5%를 차지한 반면, 나머지 74%는 건설, 제조업, 산업기계 등 기타 산업에서 발생했다.

2050년 전망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IEA의 탄소중립 시나리오(NZE)에서 이들 6개 광물의 총수요는 약 6800만 톤까지 증가하지만, 전기차와 비청정에너지 용도를 합친 비중은 광물별로 66~100%에 달한다. 반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직접 필요한 광물은 향후 예상되는 전체 광물수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보고서는 특히 현재의 자가용 중심 교통체계를 전기차로 그대로 대체하는 시나리오가 막대한 광물수요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차량과 배터리를 소형화하고 대중교통 확대와 재활용을 병행할 경우, 미국의 2050년 리튬 수요를 가장 광물 집약적인 시나리오보다 최대 92%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인용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광물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현재 예상되는 주요 광물수요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IEA의 자료에서도 2024년 니켈 수요의 약 83%, 구리의 약 71%는 청정에너지 기술 외 용도에서 발생했다. 미래의 광물수요 역시 고정된 상수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선택과 행동의 영역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광물수요가 팽창하는 동안, 채굴국에서는 훨씬 참혹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코발트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콩고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2024년 기준 약 22.5%에 불과했다. 같은 해 콩고 인구의 약 73.5%가 하루 2.1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곤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가 전기차, AI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을 위해 더 많은 광물을 요구하는 동안, 광물을 캐는 나라의 대다수 주민에게는 집의 전등을 켤 전기조차 없다.

카라가 만난 인터뷰이 가운데는 광산에서 일하다 부상당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광산에 들어갔다가 터널 붕괴로 하반신이 마비된 소년이 있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소년의 아버지는 카라에게 물었다. "이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아시겠소?" 카라가 끔찍한 노동환경을 이해한다고 답하려 하자 아버지는 그의 말을 끊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오. 우리는 우리 무덤에서 일하고 있소."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