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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찍은 영정 사진 [장기요양 돌봄사례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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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찍은 영정 사진 [장기요양 돌봄사례 공모전]

[장기요양 돌봄사례 공모전] 좋은돌봄상 수상자 이경진

서울시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는 장기요양 현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요원과 장기요양서비스를 경험한 서울시민의 이야기를 통해 돌봄 현장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일상 속 ‘좋은돌봄’의 가치와 의미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한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을 통해 올해 수상작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

"어르신들, 오늘 사진 찍으러 사진관에 가실 거예요. 그러니까 예쁘게 머리 다듬어 드릴게요."

우리 주간보호센터로 미용 봉사하러 매번 수고해 주시는 박미용실 원장님은 이 말을 듣고 평소보다 더 정성껏 가위를 움직이셨다. 드라이기로 머리도 풍성하게 손질까지 해주셨다.

"아고~ 오늘 나 선보러 가는갑네!"

"오늘 장가 다시 보내는 거 아니여?"

오랜만에 단장을 마친 어르신들은 거울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시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몇 달 전 구청 게시판에서 '65세 이상 어르신 장수 사진 촬영 및 액자 제작 지원'이라는 홍보 글을 보게 되었다. '65세 이상'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직업병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자세히 읽어보게 됐다.

'아, 영정사진을 아직 준비하지 못하신 우리 센터 어르신들도 계실 수 있겠네…'

곧바로 보호자 분들께 안내를 드렸고,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들이 신청 의사를 전해오셨다. 촬영권은 하나둘 센터로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어르신들께 말씀드리자, 손사래를 치시는 분들도 계셨다.

"아이고~ 그거 찍으면 빨리 죽는다는 사람도 있더만…"

"어르신, 영정사진이 아니라 장수 사진이에요. 오래오래 건강히 지내시라고 찍는 거예요."

"오래 살면 뭐 혀? 자식들 고생 안 시키게 빨리 죽어야지."

사진 찍으면 빨리 죽는다고 걱정했다가 장수 사진이라고 하니, 빨리 죽어야 한다고 하시는 귀여우신 거짓말에 우리는 모두 웃었다.

사실 영정사진은 마음처럼 쉽게 준비하게 되는 사진이 아니다. 가족들은 늘 지금처럼 곁에 오래 계실 것만 같고, 아직은 그런 사진을 남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 또한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 같아 괜히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다가올 이별을 너무 일찍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어르신들이 가장 환한 모습으로 그 시간을 남길 수 있도록 직접 사진관으로 모시고 가기로 했다.

누군가는 적합한 사진관을 꽤 오랜 시간 알아보았고, 누군가는 어르신들의 단장을 도왔고, 누군가는 휠체어를 열심히 밀기도, 넘어지실까 조심스럽게 부축도 해 드렸다. 사진 한 장 찍는 일이었지만, 우리는 꽤 많은 준비를 했다.

드디어 예약한 사진관에 들어섰다.

"아이고~ 어서들 오세요. 어머님, 아버님들."

사진관 사장님은 마치 돌사진 찍는 아기들을 달래듯 밝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우셨다.

"아, 우리 아버님 신성일이 따로 없네~"

"어머님~ 엄앵란이 울고 가겠어요~"

"아따, 사진사 양반 사람 기분 좋게 하네~"

그날 사진관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자리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을 가장 환하게 남기는 순간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사진들이 그렇게 오래 마음에 남게 될 줄은 몰랐다.

몇 개월이 지난 후, 한 어르신이 너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놀란 가슴으로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얼마 전 함께 찍었던 장수 사진이었다.

검은 리본이 둘러 진 사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슬픔보다 따뜻함이 먼저 느껴졌다. 사진 속 어르신 얼굴이 너무 편안하고 곱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르신 따님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때 사진 찍어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사람들이 사진이 너무 좋다고, 꼭 편안하게 쉬고 계신 얼굴 같다고 해요.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울음 섞인 그 말을 듣는 데 마음 한쪽이 오래 먹먹해졌다. 우리가 준비했던 그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이다.

또 다른 어르신 부부도 생각난다. 자식 왕래도 없이 두 분이 의지하며 사시는데, 애처가 남편 어르신은 치매가 점점 심해져 가는 아내 어르신을 끝내 감당하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얼마 전 요양원으로 모시게 됐다.

이후 남편 어르신은 "우리 할마씨가 눈에 선하네~"는 말을 자주 하셨고, 사진 속 아내 어르신 얼굴을 한참 바라보곤 하셨다.

"사진 참 잘 찍어줬어. 우리 할마씨 참 곱게 나왔어."

낡은 지갑 속에는 그날 함께 찍은 작은 사진 한 장이 늘 들어 있었다.

"상태 더 나빠지기 전에 사진 남겨둬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하시며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영정사진이 단순히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오래 기억하고, 오래 사랑하기 위해 남겨두는 사진. 누군가의 어머니로, 누군가의 남편으로, 누군가의 아내로 평생을 살아낸 시간이 그 얼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깊게 패인 주름도, 희끗한 머리카락도, 굽은 어깨도 모두 그 세월의 일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 속에는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은 결국 잊혀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진은 단순히 얼굴을 남기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를 기억하는 일이 되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영정사진을 보면 더 이상 죽음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다. 그 사진은 '당신은 참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라는 말을 오래도록 대신 전해주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돌봄의 현장에서 느낀다. 돌봄은 누군가의 남은 시간을 함께 살아주는 일이며, 그 삶을 오래 기억해 주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르신들의 삶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래 따뜻하게 남기를 바라며 곁을 지킨다.

▲어버이날인 5월 8일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열린 어버이날 잔치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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