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호각지세(互角之勢)'였다.
올 9월 전북자치도 익산시의회 제280회 정례회 회기를 놓고 하는 말이다. 의회의 공격은 매서웠고 집행부의 방어도 밀리지 않았다.
양쪽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백중지세였다는 촌평이 나왔고 치열한 외교전을 방불케 하듯 공수의 전환도 빨라 긴장감마저 감돌았다는 후평도 들렸다.
익산시의회(의장 김충영)는 16일 제280회 제1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비롯해 총 31건의 안건을 의결한 후 폐회했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상임위원회별 현장방문을 실시해 주요 사업의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시정질문을 통해 시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했다.
또한 2025 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및 예비비 지출을 승인하고 2조70억원 규모의 2026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날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는 미래대응기금 전입금을 지방교부세 산정대상 내국세에서 제외하는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미래대응기금 조성에 따른 지방교부세 축소 방지 및 지방재정 확충 촉구 건의안'(손문선 의원)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방의회 입장에서는 꼭 처리해야 할 건의안이었다.
용호상박의 기싸움은 지난 15일 열린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부터 시작됐다.
9대 의회의 문을 열자마자 박종대 의원을 비롯한 6명의 공격수가 촌철살인, 현안을 콕 찔렀다.
첫 질문에 나선 박 의원은 5대 시정현안에 관해 질문했다. 집행부 입장에서 보면 '아픈 대목'이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손문선 의원도 익산시의 예산편성, 청렴도, 기업유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집행부 공격에 가세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관리·감독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손진영 의원에 비쳤다.
그는 잘 정돈된 PPT자료까지 준비해 생활폐기물 대행사업의 현장점검 정례화, 소통창구 마련, 사후확인체계 구축 등을 주문했다.
'회심의 승부사'로 통하는 최정호 익산시장의 대응도 노련했다.
취임부터 '시민 주권주의'를 주창해온 그는 시민의 대표인 의회를 대하는 마음과 자세부터 달랐다.
어찌 보면 전략적 접근일 수 있었지만 의회의 최대한 의견을 존중하고 "적극 검토하겠다"는 회심의 카드로 날카로운 창을 가볍게 막았다.
버스노선 변경 시 주민의견 수렴 제도화와 읍·면 취약노선 공영제 검토를 요구한 조규대 의원의 지적과 관련해 최 시장은 "노선 조정 전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정비하고 공영제는 재정부담 등을 검토해 의회와 협의하겠다"는 응수로 정면 대결을 피했다.
칼을 갈고 나온 손진영 의원의 공격에 대해서도 최 시장은 "자체 감사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말로 받아내는 등 '공수호각'을 나타냈다.
흔히 공격수보다 수비수는 3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정호 익산시장은 행정의 달인이자 '의회 소통주의자'답게 첫 번째 맞대결에서 할 말을 하면서 뒤로 밀리는 듯 밀리지 않았다.
일부 사안에 대해선 최 시장의 능숙한 답변과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의회의 타격감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의회가 말렸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촌평도 나왔다.
김충영 익산시의회 의장은 9월 회기 폐회 직전에 "확정된 추경예산이 추석 전후로 지역경제의 숨통을 트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명절 연휴기간 시민 안전에 공백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집행기관에 당부했다.
민선 9기 익산시와 시의회의 첫 라운딩은 이렇게 서로 간을 보며 칼집의 칼을 빼 일합(一合)을 거루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선(線)으로 따지면 의회는 '직선'이고 집행부는 '곡선'이다. 의회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고 정면 공격에 나서야 타격감을 줄 수 있다.
두 점을 최단거리로 잇는 직선은 강하지만 자칫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집행부는 의회를 유(柔)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곡선으로 통하는 데 모든 도형을 완성할 수 있고 부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도형을 완성하려면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손을 잡고 협력해야 가능하다.
익산시와 시의회가 견제와 균형 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익산 대도약'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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