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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우리는 왜 남의 승패를 묻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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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우리는 왜 남의 승패를 묻고 있는가?

[원동욱의 외교광장] 9·24 미중 정상회담과 한국 외교의 선택

오는 9월 24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시 만난다. 언론은 벌써부터 묻는다. 이번에는 누가 더 많이 얻을 것인가. 미국은 얼마나 많은 농산물과 에너지를 팔 수 있을까. 중국은 관세와 반도체 규제를 얼마나 완화시킬 수 있을까. 희토류 힘겨루기는 누가 이길까. 대만 문제에서는 누가 양보할까.

그러나 한국이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이기는가가 아니라, 두 강대국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쟁의 질서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가. 나는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한국 외교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먼저 기대부터 낮출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으로 미중 전략경쟁이 끝날 가능성은 없다. 미국은 반도체·AI·금융·동맹망에서 우위를 지키려 하고, 중국은 희토류와 제조업, 거대한 시장을 지렛대로 압박을 견뎌내려 한다. 다만 양국 모두 안다. 경쟁에도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관세를 올리면 상대만 고통받는 것이 아니다. 희토류를 끊으면 미국 기업이 어려워지지만 중국 기업도 시장을 잃는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화해가 아니라 일종의 '관리된 전략경쟁'이다. 경쟁하되 파국으로 가지 않는다. 필요하면 관세를 낮추고 물건을 사고팔며, 필요하면 다시 수출통제 카드를 꺼낸다. 실제로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의 추가 협상이 예정돼 있고, 관세·희토류·AI가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그 배경에는 두 정상의 서로 다른 시간표가 있다. 트럼프에게 안정은 국내 정치에 내세울 수 있는 거래의 성과이고, 시진핑에게 안정은 미국의 압박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두고 기술자립의 시간을 버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과 협상하면서도 BRICS·SCO·일대일로를 통해 다극질서 속 자기 공간을 계속 넓힌다.

결국 이번 회담은 경쟁을 끝내는 자리가 아니라 경쟁을 계속하기 위한 규칙을 만드는 자리다. 목적은 다르지만 지금 당장은 서로 판을 깨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두 나라의 이해가 만난다.

더 위험한 문제는 '상호의존의 무기화'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경제적 상호의존이 갈등을 줄일 것이라 믿었다. 서로 많이 사고팔수록 등을 돌리기 어려워진다는 논리였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정반대다. 상호의존 그 자체가 무기가 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와 AI 기술을 무기로 쓰고, 중국은 희토류와 핵심광물을 지렛대로 삼는다. 미국이 중국산 로봇과 네트워크 장비를 안보 문제로 규제하면 중국은 미국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린다.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반도체이지만 내일은 배터리일 수 있고, 희토류 다음은 데이터와 AI, 클라우드일 수 있다.

이것이 한국에는 특히 위험하다. 우리는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지만 중국과는 여전히 거대한 경제관계를 갖고 있다.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중간재 어느 하나도 미중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편에 더 가까이 설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 아니다. 미중 어느 쪽도 한국의 취약성을 마음대로 지렛대로 쓸 수 없도록 선택지를 늘리는 일이다.

대만을 '거래의 칩'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 위험이 가장 날카롭게 드러나는 지점이 대만이다. 최근 워싱턴에서는 미국의 오래된 '전략적 모호성'을 둘러싼 논쟁이 심상치 않다. 절제주의자들은 대만 문제에서 명시적 불개입으로 전환하고 아시아의 군사적 전진배치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이런 신호가 오히려 중국의 오판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공식 대만정책이 실제로 바뀌었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논쟁에서 어느 쪽이 옳은가가 아니다. 대만 문제까지 정상 간 거래의 대상이 되는 순간 동아시아 안보의 예측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만해협의 평화는 한국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곧 유사시 한국의 자동적인 군사개입을 뜻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되, 유사시 대한민국의 국익과 헌법적 절차에 따라 우리가 결정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군사적 선택권까지 자동으로 위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질문 자체가 틀렸다

여기서 한국 외교의 오래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미국이냐, 중국이냐?" 그러나 이 질문 자체는 잘못되었다. 미국과 중국조차 서로 경쟁하면서 필요한 것은 거래한다. 그런데 왜 한국만 모든 사안을 하나의 진영논리로 묶어야 하는가. 안보는 미국과, 시장과 공급망은 중국과, 생산과 디지털경제는 아세안과, 에너지와 투자는 중동과, 기술표준과 기후규범은 유럽과 협력할 수 있다. 사안마다 우리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동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동맹은 국가전략의 목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한 수단이다. 수단이 목적을 압도하기 시작하면 외교는 사라진다. 미국의 대중전략이 바뀔 때마다 한국의 대중정책까지 따라 바뀌어야 한다면, 그것은 동맹외교가 아니라 외교적 종속이다.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관계 역시 미국 대중정책의 종속변수로 다뤄서는 안 된다. 한국에는 한국의 대중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미동맹을 파기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략적 자율성이란 미국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는 일이다.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중국과 독자적인 전략대화를 유지하고, 아세안·인도·유럽·중동·글로벌 사우스로 관계를 다변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 하나, 중국의 희토류 통제 하나에 산업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어느 한쪽의 AI 생태계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도록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모델, 반도체 설계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것을 '제3의 길'이라 부르고 싶지는 않다. 미국과 중국 사이 어디쯤에 서겠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제3의 위치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지를 스스로 만드는 능력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한반도 평화의 기회로

우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너무 오랫동안 남의 경기처럼 지켜봤다. 미국이 무엇을 얻었는지, 중국이 무엇을 양보했는지를 분석하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미중관계가 안정되는 시기는 한반도에도 외교적 공간이 열리는 시기다. 군사적 우발충돌 방지, 연락채널 복원, 인도적 협력부터 시작할 수 있다. 북핵 문제 역시 군사적 억지와 제재만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동북아 나아가 세계적 군축과 비핵지대 논의를 포함한 더 큰 평화체제 속에서 다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두만강도 다시 보아야 한다. 북한(조선)의 나선,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 연해주가 만나는 이 지역을 군사적 긴장의 최전선이나 낙후한 변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물류와 관광, 에너지와 초국경 협력이 만나는 동북아 평화경제의 공간으로 바꿀 상상력이 필요하다. 평화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과 물자가 오가고 이해관계가 얽히며, 전쟁의 비용이 커지고 평화의 이익이 커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구조가 된다.

남의 승패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지를 묻자

9월 24일 트럼프와 시진핑은 서로 만나 악수할 것이다. 무역휴전 연장과 관세 인하, 농산물 구매, 희토류 공급 같은 합의를 발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다음 날에도 두 나라는 반도체에서, AI에서 계속 경쟁할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물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미국이 이겼는가, 중국이 이겼는가가 아니다. 미중이 경쟁하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는가. 미국이 요구할 때 거절할 수 있는가. 중국이 압박할 때 견딜 수 있는가. 두 강대국이 충돌할 때 전쟁을 피할 공간을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두 강대국이 대화할 때 한반도 평화를 우리의 의제로 올려놓을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전략적 자율성이다. 미국을 버리는 것도, 중국에 기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에서 '스스로 선택지를 만드는 국가'로. 9·24 미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며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주석이 9월 24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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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욱

원동욱은 동아시아 국제정치와 중국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이자 공공 지식인으로, 현재 사단법인 외교광장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동아대학교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해왔다.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제23대 한국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중국 정치와 외교, 미중 전략경쟁, 동아시아 질서를 연구하며, 주요 매체 기고와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활동을 통해 공공 지식인으로서 사회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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