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부산시의회와 부산지역 시민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17일 부산시의회와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부산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부산항만공사(BPA)와 인천항만공사(I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통합 공사가 정책·기획 기능을 담당하고 기존 4개 항만공사는 지역지사로 전환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날 부산시의회와 시민사회는 통합이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개편을 넘어 부산항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투자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은 "지금의 통합은 항만공사의 설립 취지를 훼손하고 현장과 지역의 전문성을 약화시키며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의회는 항만별 기능과 산업구조의 차이를 통합 반대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송상조 부산시의회 부의장은 "부산항과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은 각기 다른 역할과 전문성, 배후산업을 가지고 있다"며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것이 왜 대한민국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인지 정부는 보다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 항만의 자율성과 전문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투자 우선순위는 누가 결정할 것인지, 항만에서 발생한 수익은 어디에 재투자할 것인지, 지역의 목소리는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이어 시민사회도 항만공사의 통합보다는 지역별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항만공사를 하나로 합치는 것보다 지역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항만공사 통합이 오히려 항만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의회와 시민사회는 공동 기자회견문에서도 "부산항은 환적항, 울산항은 액체화물,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 및 복합물류, 인천항은 수도권 배후권역 등 항만별 기능과 여건이 다른 만큼 항만 통합이 경쟁력 강화로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의사결정이 늦어지거나 투자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 책임경영 약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부산항의 경우 신항 개발과 북항 재개발, 글로벌 선사·물류기업 유치, 북극항로 개척 등 대규모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BPA의 독립적인 투자·의사결정 기능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한민국 항만정책이 어떤 변화로 나아가야하는 지 분명한 뜻을 밝혀야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시의회의 시민단체는 항만공사 통합 대신 항만공사의 조직·인사·예산·투자 자율성을 확대하고 부산시와 BPA, 항만업계, 노동계,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상설 항만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항만 수익의 지역 환원과 연관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안전·친환경 전환 등 지역 책임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부산시의회와 시민사회는 "정부가 통합 추진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부산을 비롯해 울산과 여수·광양, 인천 등 항만지역과 연대해 범시민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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