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시민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언급한 데 대해 여성단체들이 핸드폰 너머에서 이를 볼 성폭력 피해자들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철회와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10개 지역 민우회는 12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은 박 전 시장을 상찬하는 발언을 철회하고 피해자와 시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민우회는 "박 전 시장은 피해자의 용기 있는 증언과 고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관련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인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라며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던 그는 정작 자신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았고 책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정치인들은 성폭력을 부정하고 때로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며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게 했다"며 "응답과 책임이 부재한 성폭력은 또 다른 정치인들의 성폭력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짚었다.
민우회는 "이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개인적 추억 회고에 머물지 않는다. 박 전 시장을 소통의 가치를 알려준 인물로 추켜세우는 일은 성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책임, 피해자의 목소리를 다시 지우는 일"이라며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자신의 발언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고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권력형 성폭력 피해를 앞장서 무시하는 정부에서 성평등 정책이 제대로 실현될 리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이날 "대통령 핸드폰 너머에 여성폭력 피해자가 있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을 규탄했다.
단체들은 "대통령이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호명할 때 그것은 대한민국 권력이 무엇을 바라보고 중시하는지 신호로 읽힌다"며 "이 대통령의 박 전 시장 '샤라웃'은 성폭력으로 고소됐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법원 판단으로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 전 서울시장에 대한 공개추모로 읽혔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여성폭력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를 돌보는 '국정'에 매진해야 할 시간에 SNS가 중요하다는 자기 정당화를 위해 한국 사회를 관통한 성희롱 피해와 트라우마를 '끌올'하고 피해자를 도외시했다"고 질타했다.
단체들은 "SNS에서는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보이지 않게 된 자리에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있다. 대통령은 이들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책임지는 자리"라며 "필요한 것은 SNS가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또 "SNS가 대통령 소통에 정말로 중요하다면 성폭력 가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사망을 선택한 박 전 시장을 '소통의 달인'으로 호명하며 존경을 표한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었는지도 SNS에 적시하며 소통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성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는 것,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역시 제대로 소통하고 이행하라"고 덧붙였다.
전날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서 박 전 시장을 언급하며 "뛰어난 아이디어 맨이셨고 언제나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시며 즐기시던 분", "제게 소통과 그 수단인 SNS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신 분"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박 전 시장이 자신의 조언에 따라 악성 계정들을 차단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남의 집 마당에 들어와 폭언 욕설하는 무뢰배는 문밖으로 내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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