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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기고 부드러운 한지처럼…'29번째 개인전' 연 이유라 교수의 예술인생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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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기고 부드러운 한지처럼…'29번째 개인전' 연 이유라 교수의 예술인생 30년

한지를 삶의 기록이자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확장…새로운 작품세계 향한 제2막 열어

30년 동안 이유라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교수의 손을 떠나지 않은 것은 한지였다. 삶의 모습을 빚는 재료이자 지나온 시간과 기억을 새기는 바탕이었다. 그에게 한지는 단순한 작품 재료를 넘어 자신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적 언어인 셈이다.

이 교수가 29번째 개인전의 제목을 ‘내 삶의 마시멜로는 한지였다’로 정한 것도 한지의 성질이 자신의 삶과 닮았기 때문. 마시멜로처럼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닥섬유의 질긴 생명력은 겉으로는 연약해 보여도 오랜 시간을 견뎌온 삶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이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한지의 물성에 자신의 삶과 기억을 겹겹이 쌓아왔다. 기쁨과 상처, 사랑과 욕망, 관계와 고독 등 삶에서 마주한 감정을 한지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왔다.

그의 작업은 한지를 전통적인 종이나 공예 재료로 활용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한지를 구기고 겹치고 엮어 빚어내면서 평면의 재료를 생명력 있는 입체 조형물로 바꾼다. 닥섬유의 질김과 부드러움, 섬유의 결, 빛에 따라 달라지는 표면의 깊이를 활용해 한지가 지닌 조형적 가능성을 넓혀왔다.

이번 개인전은 이러한 예술 여정을 ‘피어나다’, ‘탐하다’, ‘홀로 웃다’라는 세 가지 주제로 풀어낸다. 한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고, 욕망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다 결국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삶의 과정이 작품에 담겼다.

▲29번째 개인전을 연 이유라 전주대 교수가 전시 개막식에서 한지조형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피어나다’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에서 출발해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거치며 성숙한 존재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다. 꽃과 인물 등의 형상에는 생명의 탄생과 성장, 시련을 견딘 끝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인간의 시간이 담겨 있다.

‘탐하다’는 인간이 끊임없이 좇는 욕망과 행복을 들여다본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과는 사랑과 행복, 삶의 환희를 상징하는 동시에 인간 내면의 욕망을 드러낸다. 색과 크기, 형태가 서로 다른 사과는 저마다 다른 행복의 기준을 보여준다. 사랑이나 성공, 명예, 평온한 일상처럼 사람마다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홀로 웃다’에서는 인간의 고독을 한국적인 해학으로 표현한다. 사람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결국 자기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이 교수는 삶의 외로움과 고민을 무겁거나 비극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낯설고 유쾌한 형태로 비틀어 보여주며, 고독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여유를 담아낸다. 고단한 현실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한국인의 정서도 작품에 스며 있다.

한지 작업과 함께 연구와 후학 양성에도 힘써온 이 교수에게 지난 30년은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키면서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탐구해온 시간이었다. 한지의 고유한 성질을 살리면서도 현대 조형예술의 재료로 확장해온 그의 작업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지난 30년을 정리하는 종착점이 아니다. 한지와 함께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다.

이 교수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이 지나온 삶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자신만의 고유한 미소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지의 부드러움 속에서 질긴 생명력을 발견하고, 그 위에 삶의 흔적을 새겨온 이유라 교수. 그의 29번째 개인전 ‘내 삶의 마시멜로는 한지였다’는 오는 18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 1층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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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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