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사고를 당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보험금을 주는 '시민안전보험'에서 폭염 피해에 대한 지급은 최근 3년간 24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개 물림 지급은 4904건으로 200배가 넘었다. 지자체 4곳 중 3곳이 온열질환을 보장 항목에 넣었지만 대부분 진단비 10만 원 수준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대덕구)이 전국 213개 지자체에서 받은 시민안전보험 운영 현황과 2023~2025년 보장 항목별 지급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시민안전보험은 지자체가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료를 내, 주민등록을 둔 주민이면 누구나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보장받는 제도다. 개인이 든 다른 보험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다. 다만 보장 항목과 금액은 지자체마다 다르고 주민이 직접 청구해야 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로 지급 건수가 많은 상위 5개 항목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3년간 가장 많이 지급된 항목은 상해의료비·상해진단위로금으로 7만 7038건이었다. 화상(6241건), 자전거 사고(6171건), 개 물림(4904건), 사망(3911건), 후유장해(3710건), 교통사고(2299건)가 뒤를 이었다. 온열질환은 24건, 약 5200만 원이었다.
일상 사고 지급은 빠르게 늘었다. 상해의료비·상해진단위로금은 2023년 1만 624건에서 2025년 3만 7263건으로 3.5배가 됐다. 화상은 856건에서 3888건으로 개 물림은 1012건에서 2095건으로 늘었다. 개 물림이 지급 건수 1위인 지자체만 해마다 41~55곳이었다.
반면 온열질환 지급은 2023년 6건, 2024년 10건, 2025년 8건이었다. 온열질환이 지급 상위 5개 항목에 오른 지자체는 서울 노원구, 경기 양평군 등 13곳이었고 이 가운데 11곳은 건당 10만 원의 진단비였다. 사망 보상은 경기 가평군의 열사병 사망 1건(2000만 원)과 전북 장수군의 자연재해(일사병·열사병 포함) 사망 1건(3000만 원)이 전부였다.
다만 이 집계는 지자체별 상위 5개 항목만 모은 것이어서 순위 밖에서 이뤄진 온열질환 지급은 빠져 있다. 실제 지급은 이보다 많을 수 있다.
폭염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4460명, 추정 사망자는 29명이었다. 사망자의 62.1%(18명)가 60세 이상이었다. 올해는 환자가 4066명으로 줄었지만 추정 사망자는 36명으로 늘었다. 온열질환 표본감시를 시작한 이후 2018년(4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같은 해 폭염 사망자가 수십 명인데 시민안전보험 사망 지급이 3년간 2건에 그친 것은 보장이 없는 지역이 있거나 보장이 있어도 유족이 청구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다.
온열질환을 보장하는 지자체는 213곳 중 160곳(75.1%)이다. 이 가운데 64곳은 2024년 10월 이후 보장을 새로 넣었다. 광역 단위 보장을 빼면 32곳은 여전히 보장이 없다.
광역 지자체가 기본 보장을 깔아둔 곳도 있다. 서울·대전·대구시는 열사병·일사병에 따른 사망과 후유장해를 부산시는 사망을 시 차원에서 보장한다. 자치구가 따로 보장하지 않아도 시민이면 기본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대전은 광역 단위 보장을 갖춘 4곳 가운데 하나다. 대전시가 시민안전보험으로 열사병·일사병에 따른 사망과 후유장해를 보장하고 있어 대전에 주민등록을 둔 시민이면 사는 자치구와 관계없이 이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보장 범위는 사망과 후유장해에 한정된다. 서울 노원구나 경기 양평군처럼 온열질환 진단만으로 위로금을 주는 기초 지자체와 달리, 폭염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더라도 사망이나 장해가 남지 않으면 시 보험으로는 받을 수 있는 돈이 없다. 자치구가 별도로 진단비를 보장하지 않는 한 그렇다.
대전 자치구들의 실제 지급 현황은 이번 분석에서 일부만 확인된다. 대전 동구는 항목별 지급 자료가 수합되지 않아 집계에서 빠졌고 나머지 자치구는 온열질환이 지급 상위 5개 항목에 오르지 않았다.
박 의원은 "시민안전보험이 일상 사고에는 폭넓게 지급되는 반면 폭염 지급은 거의 없었다는 것은 폭염 대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폭염은 어디에나 오는 만큼 지자체가 공통 재난 보장을 점검하고 광역과 기초가 역할을 나눠 공백 없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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