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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미식관광 산업 읽기] ⑤ 요즘 맛집은 앱이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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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미식관광 산업 읽기] ⑤ 요즘 맛집은 앱이 정한다

방송 한 번에 검색 74배…예약 앱에 따라 손님이 몰리고 빠진다

▲ 전북 군산의 한 곱창 골목. 저녁이면 이름난 가게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선다. 요즘은 앱과 SNS에서 많이 보이는 식당일수록 손님이 더 몰린다. ⓒ프레시안(문상윤)

2024년 9월 넷플릭스 요리경연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가 공개되자 첫 일주일 동안 출연 셰프들의 식당 검색은 그 전주보다 74배 늘었다. 예약앱에서 이 식당들을 '찜'한 사람은 1884% 늘었고 예약은 평균 148% 증가했다. 예약앱 캐치테이블이 집계한 수치다. 그 일주일 사이 식당의 메뉴나 맛이 바뀐 것은 아니다. 바뀐 것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그 식당을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것 하나뿐이다.

이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두 번째 시즌이 나온 뒤에는 특급호텔 식당으로 손님이 몰렸다. 한 호텔 한식당은 예약앱을 통해 들어온 손님이 1400% 늘었다고 했고 다른 호텔 식당들은 매달 1일 다음 달 예약을 열면 그날 바로 자리가 다 찬다 고 했다. 해외 언론이 출연 셰프들을 소개하면서 이 식당들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생겼다.

식당은 맛이 기본이라는 말은 지금도 맞다. 하지만 그 맛이 손님에게 알려지는 길은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입소문이나 신문 기사, 여행 안내 책을 보고 식당을 골랐다면 이제는 예약앱을 열어 위쪽에 뜨는 식당부터 살펴본다. 관광객도 다르지 않다.

캐치테이블은 지난 9월 가입자가 1500만명, 등록된 식당이 3만곳을 넘었다고 밝혔다. 회사 매출은 2023년 75억원에서 2024년 177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지만 아직 적자다. 지금은 돈을 버는 것보다 이용자와 식당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뜻이다.

공공기관도 예약앱과 손을 잡았다. 서울시는 2024년 3월 캐치테이블과 협약을 맺어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없는 외국인도 이메일로 가입해 식당을 예약할 수 있게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6월 같은 회사와 협약을 맺고 정부가 고른 'K-로컬 미식여행 33선' 식당 정보를 외국인용 앱에 올려 예약과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쓰는 여행 앱 크리에이트립에 입점한 2000여곳 가운데 네 곳 중 한 곳은 식당과 먹거리 관련 업체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에게 예약앱에 있는 식당은 갈 수 있는 곳이고 앱에 없는 식당은 사실상 없는 곳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지방 식당이 외국인에게 멀게 느껴지는 이유로 교통과 언어, 예약을 꼽았는데 이제는 '앱에 올라 있느냐'가 그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예약앱은 대개 예약과 후기가 많은 식당을 먼저 보여준다. 먼저 보이는 식당은 예약이 더 늘고 예약이 늘면 다시 앞쪽에 보인다. 방송이나 SNS에서 화제가 되면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진다. 그러다 보니 어떤 식당은 한 달 치 예약이 하루 만에 끝나고 몇 걸음 떨어진 식당은 빈 자리로 손님을 기다린다. 잘되는 집만 더 잘되는 셈이다.

앱에 기대는 정도가 커질수록 식당이 떠안는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배달앱에서 이미 겪은 일이다. 배달 주문 대부분이 앱을 거치게 되자 수수료와 배달비, 광고비를 둘러싼 다툼이 커졌다. 결국 2024년 11월 정부가 나서 배달앱과 가게들이 머리를 맞댔고 9.8%이던 수수료를 매출에 따라 2.0~7.8%로 낮추는 대신 매출이 많은 가게가 내는 배달비를 최대 500원 올리기로 했다. 이마저도 일부 업계 단체가 반발하며 자리를 떠난 가운데 나온 결론이었다. 예약앱도 식당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면 비슷한 다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예약앱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예약앱은 식당 주인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노쇼, 곧 예약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을 줄이는 데 큰몫을 했다. 예약금을 미리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식당은 재료를 준비하고 자리를 비워두는 부담을 덜었다. 정부도 지난해 말 관련 기준을 고쳐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처럼 예약에 맞춰 재료를 준비하는 식당은 음식값의 40%까지 일반 식당은 20%까지 위약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예전 기준은 10%였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예약앱은 반가운 도구다. 자기 나라에서 만든 카드로 결제할 수 있고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돈이 많지 않은 젊은 셰프가 작은 식당을 알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결국 문제는 앱 자체가 아니라 관광객이 어디서 먹을지를 한두 개 회사의 앱이 사실상 정하게 되고 그 앱이 어떤 순서로 식당을 보여주는지 밖에서는 잘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정부와 지자체가 고르고 확인한 맛집 정보부터 달리 다뤄야 한다. 'K-로컬 미식여행 33선'이나 지자체가 인증한 식당 목록은 세금으로 만든 정보다. 이를 한 회사의 앱에만 올리기보다 식당 이름과 위치, 메뉴와 외국어 설명, 예약 가능 여부를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게 공개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여러 예약앱과 지도앱이 같은 정보를 함께 쓸 수 있다. 한 회사와 손잡으면 일은 빠르지만 그 회사에 기대는 정도도 그만큼 커진다.

지방 식당을 돕는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특정 앱에 가입하도록 돕는 데서 그치지 말고, 외국어 메뉴와 음식 사진, 예약 가능한 시간 같은 기본 정보를 갖추도록 돕는 일이 먼저다. 기본 정보만 잘 정리돼 있으면 어느 앱에든 올릴 수 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지역관광추진조직이나 지역의 미식 사업자가 이 일을 맡을 만하다.

예약앱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도 지금 정해두는 것이 좋다. 광고비를 내고 위쪽에 뜨는 식당에는 광고라고 분명히 적고 어떤 기준으로 식당 순서를 정하는지 손님과 식당에 알리는 정도만으로도 믿음은 커진다. 배달앱처럼 다툼이 커진 뒤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

앱 순위와 다른 길로 맛집을 알리는 방법도 필요하다. 지역 해설사나 지역 미식 사업자가 직접 다녀보고 고른 식당 목록은 화제성만 좇는 순위가 놓치는 좋은 식당을 관광객에게 소개할 수 있고 한식당에만 몰리는 손님을 주변으로 나누는 효과도 있다.

앱 순위와 함께 사람들이 어디서 먹을지를 정하는 또 하나가 '별'을 매기는 맛집 안내서다. 다음 글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돈을 들여 미쉐린 가이드를 들여오는 일이 과연 남는 장사인지 따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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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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