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에서 2035년으로 15년 앞당긴 새만금 개발계획, 현대차 9조 원 투자와 함께 이를 알리는 '새만금사무소' 개소가 '35년 희망고문'을 끝낼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만금의 미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2008년 2월에 작성한 국정과제에서 새만금지역을 '동북아 경제중심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하고 이른바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새만금은 여전히 '공사중'이다.
2012년 12월 27일 전주를 찾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당선인은 직전에 '새만금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전북 도민의 숙원을 풀어드릴 수 있어 무척 기뻤다"고 말하면서 "새만금사업을 저와 새누리당이 확실하게 책임지고 새만금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2018년 10월 30일, '새만금재생에너지비전 선포식'에서 "27년 간 긴 어려움을 딛고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단지와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가 건설되며 새만금의 태양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새만금의 바람이 미래를 여는 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새만금을 찾아 "30년 이상 걸려서 지루한 새만금을 이제는 완결지을 때가 왔다"고 강조하고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하면 임기 내에 새만금 개발이 완료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직속위원회를 두고 관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는 이제 새만금을 인공지능(AI)과 로봇, 수소산업이 융합된 미래 첨단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28일 정부가 발표한 새만금 기본계획(MP) 변경안은 개발 완료 목표를 기존 2050년에서 2035년으로 15년 앞당기고, 민간투자에 의존해 온 개발방식을 공공주도로 전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어 30일 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 현지 사무소를 개소하면서 9조 원 규모 투자계획의 실행을 위한 첫 현장 거점을 마련했다.
새만금의 미래를 둘러싼 또 하나의 역사적 전환점이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지난 35년 동안 새만금 개발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새로운 비전의 발표만으로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정권마다 등장했던 장밋빛 청사진은 상당 부분 실현되지 못했거나 당초 계획보다 크게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정부는 지난 28일 제35차 새만금위원회에서 개발 완료 목표를 2050년에서 2035년으로 15년 단축하고, 공공주도 개발과 첨단산업 육성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산업용지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0GW로 늘리는 한편 AI·로봇·수소산업을 새만금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날 새만금 개발과 관련해 "땅을 만들어내는 개발에서 산업을 키우는 개발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목표를 15년 앞당기는 것은 계획의 숫자만 바꾸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개발방식과 산업구조의 실질적인 전환을 주문했다.
이는 과거 새만금 개발이 매립과 용지 조성 자체에 상당한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기업 투자와 산업 생태계 구축을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2035년 완공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기본계획의 총사업비 산정에 사용된 2011년 불변가격과 실제 향후 투입해야 할 예산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개발기간을 15년 단축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연도별 재정투입 규모와 공공기관의 자금 조달 방안, 기반시설 확충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30일 군산 자동차융합기술원 미래모빌리티테크센터에 새만금사무소를 개소했다.
지난 2월 27일 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 현대차그룹이 체결한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시티 조성 투자협약에 따른 후속 조치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 일대에 약 9조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시설, AI 수소시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에 5조8000억 원, 태양광 발전에 1조3000억 원, 수전해 사업에 1조 원 등이 계획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데이터센터 건축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착공하고, 태양광 발전과 수소 생산시설은 2027년 말, 로봇 클러스터는 2028년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시설의 완공 목표는 2029년이다.
이번 사무소 개소는 과거 새만금에 투자하겠다는 기업들의 협약 발표와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장에 상주 인력을 배치하고 인허가, 투자계획, 기반시설, 정주여건 등을 관계기관과 직접 협의하는 실행 거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무소 개소 자체가 9조 원의 투자 집행이나 공장 착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업이 현장 조직을 갖추고 후속 행정절차에 착수했다는 점은 투자계획의 구체화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첫 번째 지표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이날 현대차그룹 새만금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만금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지사는 "지도 위의 새만금은 완성되었고, 미래를 향한 항해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현대차그룹의 현장 사무소 개소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 개소식에 대해 지난 2월 체결한 투자협약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2026년부터 9조 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AI 수소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의 합류는 새만금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라고 기대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새만금 개발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는 전북도의 기대를 보여준다.
새만금은 지난 35년 동안 수많은 개발계획과 국가적 비전이 제시됐던 공간이다.
역대 정부의 정책이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새만금개발청 설치와 재생에너지 기반 구축,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등은 다음 단계의 산업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성장산업이 강조되는 동안 새만금 개발의 핵심 과제였던 재정 확보와 기반시설 확충, 기업 투자의 실질적인 이행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2035년 완공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고, 현대차그룹은 9조 원 투자계획의 첫 현장 조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번 변화가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정부의 개발계획과 기업의 투자계획이 실제 공사와 생산, 고용으로 연결돼야 한다.
정권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렸던 새만금의 미래.
이번에도 또 하나의 '장밋빛 청사진'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35년 간 반복된 약속을 현실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 인가에 대한 대답은 '대통령의 선언'이나 '투자협약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예산 집행과 공사 현장, 그리고 기업의 실제 투자 실적에서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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