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포함된 여러 파장의 정보를 센서 하나로 정밀하게 구분해 내는 새로운 전산 분광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분광기가 프리즘 등 복잡한 광학장치와 다수의 센서를 필요로 했던 것과 달리, 반도체 내부의 전기적 특성을 정밀하게 제어해 단일 광검출기만으로 빛의 파장별 세기를 복원하는 기술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에너지공학과 이종수 교수 연구팀이 광주과학기술원(GIST)반도체공학과 윤훈한 교수, 경북대 전자공학부 나현수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이 같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센서 크기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여러 파장이 섞여 들어오는 빛을 하나의 센서가 받아들이면서도 각각의 파장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리하고 복원할 수 있느냐에 있다.
기존 분광기는 빛을 파장별로 분리하는 프리즘이나 회절격자 등 광학 부품을 사용하거나 여러 개의 센서를 배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기에,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장비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져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 소형 전자기기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전산 분광 기술이 등장했지만, 기존 방식은 센서에 가해지는 전압 제어가 제한적이어서 복합광의 파장 정보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신호가 서로 중첩되거나 잡음이 발생하면 복원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황화몰리브덴(MoS₂)과 이셀렌화텅스텐(WSe₂)을 활용한 3층 반도체 구조 구현과, 여기에 두 종류의 전압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플로팅 베이스 양방향 접합' 구조를 적용했다.
두 전압의 조합에 따라 반도체 계면에 형성되는 에너지 장벽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이를 통해 동일한 빛이 들어오더라도 센서의 전기적 반응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확보한 복수의 반응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빛에 포함된 개별 파장 정보를 역산한다.
연구팀이 제시한 성능 개선 수치는 주목할 만하다.
기존 기술과 비교해 분광 응답 간 중복 현상을 약 32% 이상 줄였으며, 복합 스펙트럼 복원 오차율은 95.6% 감소했다. 영상 복원 품질을 나타내는 최대 신호 대 잡음비(PSNR)도 기존 14.1dB에서 27.7dB로 향상됐다.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조건에서도 스펙트럼과 색 분포 영상을 복원했다는 점도 연구진이 강조하는 성과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기존의 크고 무거운 분광기를 대체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휴대용 분광기, 초소형 저전력 웨어러블 기기, 지능형 광센서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수 DGIST 교수는 "단일 센서만으로 스펙트럼과 영상의 복원 품질을 동시에 높인 기술"이라며 향후 다양한 모바일·광센서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윤훈한 GIST 교수도 "반도체 계면의 전기적 제어와 다차원 AI 학습을 결합해 센서 성능을 높였다는 점에서 AI·반도체·센서 융합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DGIST·GIST 전략연구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재료 및 응용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10월 온라인 게재됐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단일 센서 기반 분광 기술의 성능을 끌어올렸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다만 연구실에서 입증한 복원 정확도가 실제 산업 현장의 다양한 환경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지가 기술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또한 이번 연구성과를 곧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초소형 분광기의 등장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실험실에서 확인한 성능이 실제 모바일 기기나 산업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구현되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온도와 주변 조명 변화, 센서 제작 공정에 따른 편차, 장기간 사용에 따른 성능 변화 등이 복원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해야 한다.
다양한 광원과 물질을 대상으로 한 측정 신뢰성, AI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정확한 결과를 내는지도 중요한 검증 과제며, 기존 분광 장비와 비교해 실제 제조 비용과 전력 소비, 측정 속도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상용화의 관건이다.
이는 단일 센서 구조가 장비 소형화에 유리하다는 점과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정밀도와 내구성을 충족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며, 결국 이번 성과의 평가는 논문에 제시된 성능 개선 수치를 넘어, 얼마나 작고 저렴하며 안정적인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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