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 세월을 허비(?)하였다. 사실은 허비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검토하면서 실의에 빠져 있었다. 단어 하나의 어원을 알아보기 위하여 어원 사전을 찾고, 식당에 가서 묻기도 하고, 음식과 관련된 문헌도 많이 찾아보았으나, 한 번도 제대로 된 어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 준비한 것은 1년 정도 지났는데, 이제야 ‘도가니’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화두는 간단하다. “왜 무릎뼈를 도가니라고 하며, 그것을 끓인 것을 도가니탕이라고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그간 정리한 도가니에 관한 내용과 도가니가 어떻게 무릎뼈를 의미하게 되었는가 살펴볼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도가니탕은 부자들만 먹는 것인 줄 알았다. 실제로 보통 해장국보다는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으로 도가니탕을 먹어 본 것은 서른 살이 훨씬 넘어서였다. 식감도 좋았지만 도가니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도가니를 인터넷 사전에서 찾아보면
무릎 관절 주변의 부위, 무릎뼈를 속되게 이르는 말
소의 무릎뼈를 속되게 이르는 말
뒷다리의 무릎 관절(사람의 슬개골에 해당함), 앞다리에는 도가니가 없음
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스지’라는 것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은 전문적인 영역이라 언급하지 않겠다.
우리가 도가니를 말할 때는 주로
쇠붙이를 녹이는데 쓰는 오목한 그릇
을 생각한다. 일반적인 도가니는 이러한 그릇(종지)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요즘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지만 원래는 그릇을 의미하였다. 여기서 확장하여 ‘강한 감격과 흥분으로 여러 사람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많이 쓰이고 있다. 예문으로는
“복숭아 축제로 세종시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와 같이 쓴다.
그러면 무릎뼈가 어째서 도가니가 되었을까 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참으로 우연한 기회에 눈에 들어왔다. 음식 관련 문서도 아니고 지나갈 뻔한 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뼈도가니 = 소의 종지뼈에 붙어 있는 질긴 고기’라는 것이 우선 눈에 들어왔고, 다시 찾아보니 ‘무릎도가니’라는 단어가 있는데, ‘소 무릎의 종지뼈와 거기에 붙은 고깃덩어리, 종지뼈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도가니뼈’와 ‘종지뼈’가 같은 부위를 나타내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종지’를 찾아보았다. ‘간장, 고추장 따위를 담아서 상에 놓는 작은 그릇’이라고 나타나 있다. 유레카!
결국 도가니는 소완(小盌 : 김치나 깍두기를 담는 작은 사발, 간장, 고추장 따위를 담아서 상에 놓는 작은 그릇)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에서 유래했고, 그 뼈의 모양이 종지와 같은 형상에서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즉 무릎뼈가 도가니처럼 생겨서 ‘종지뼈’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종지라는 말보다는 도가니라는 말에 익숙해서 그냥 도가니라고 부르던 것이 도가니탕의 유래가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흔히 개다리소반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한자로 구족반(狗足盤 : 상다리의 모양이 개의 뒷다리처럼 구부러진 밥상이라고 해서 한자로 이렇게 표기한 것임)이라고 표기한 것과 같이 ‘도가니뼈’도 종지와 비슷하게 생겨서 ‘종지뼈’라고 했던 것이다.
이제는 도가니탕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찾아 헤매 끝에 얻는 결론이 조금은 허무하다.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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