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내린 제주공항에는 아마 올레길을 걷다가 온 듯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미 발파가 시작되었다는 문자가 날라오자 같이 내려갔던 사람들이 탄식을 내뱉는다.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강정마을 앞으로 가는 도중 몇 번의 검문검색과 차량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데자뷰와도 같다. 2006년 평택에 미군기지가 세워지고 대추리 초등학교에서 무시무시한 폭력이 자행되던 그 시간과 공간에도 똑같이 생긴 차량과 분위기가 있었다. 마을 주변 일대가 경찰들로 통제되고 아주 가끔 차들이 지나다니고 곳곳에 사이렌이 돌아가고 있다.
강정천이 흐르는 해군기지 건설장 입구에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경찰들의 방패 앞에는 수 십번, 아니 수 백번쯤 길바닥에 주저앉아 평화를 기도해왔던 한 노사제가 여전히 담배를 뻐끔이며 노여운 표정으로 앉아있다. 100여 명의 마을주민들과 육지에서 달려온 녹색당, 환경단체, 진보정당의 당원과 회원들이 서성이기도 하고 간간히 경찰들의 방패를 붙잡고 하소연을 한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그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도지사가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청문회를 해서 10일만 공사를 연기하자고 했다는 내용이다. 안타깝게도 주민들은 이미 제주도의회를 별로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여기저기서 그 정도 가지고 뭘하냐고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 ▲구럼비 바위. ⓒ프레시안(최형락) |
관광상품은 바다가 찢겨지고 바위가 폭파되고 주민들이 쫒겨나는 와중에도 판매되어야 하는 것이고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럼비 바위'는 관광상품이 되지 못해서 폭파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정부는 제주해군기지가 군사적 목적만이 아니라 관광상품도 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일까? 2차 발파를 한다는 소식이 돌고 주민들은 올레길은 되고 왜 주민들이 들어가는 것은 안되냐며 항의를 시작한다. 강정천을 따라 올레길 탐방을 하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경찰들의 방패에 매달려 울부짖는 주민들의 풍경은 너무나도 슬픈 풍경이다. 저기 거대한 펜스너머에서 폭발하는 화약에 아파하고 있을 구럼비 바위가 이 슬픈 풍경을 보지 않아서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며 수도 없이 용서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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