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아이를 키우는 곳이다. 아이를 먹이고, 학교에 남을 수밖에 없는 아이를 돌보고, 여러 예술 활동과 다양한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 주며, 혹시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는지 살피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아이에게 도움 받을 수 있는 길을 챙기는 일 등등. 모두 학교의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손이 많이 가는 법이다.
학교에는 아이를 키우는 일에 힘써줄 여러 어른이 필요하다. 조리사, 영양사, 사서, 행정 및 교무 실무사, 과학 실무사, 특수교육 실무원, 전문상담사, 교육 복지사, 초등돌봄 전담사 등 학교에는 교사 외에도 아이를 만나는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시간제 근로로, 초단시간제 근로 등으로 고용돼 있다. 그래서 이들의 삶은 불안하다. 학교는 아이에게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가르칠 것이겠지만, 직업에 따라 자신이 떠안게 될 불안의 무게가 다르다는 걸, 아이는 배운다.
학교의 역할이 늘어난 만큼 학교에는 여러 공간이 생겨났다. 그만큼 시설도 커졌다. 학교가 제 활동을 이어가려면 누군가는 이것을 돌봐야 한다. 건물마다, 그리고 건물 매 층에 설치된 화장실을 청소해야 하고, 체육관 높은 천장에 달린 전등을 손봐야 하고, 그리고 누군가는 밤새 학교 건물을 지켜야 한다. 이들 일은 아이를 만나 이뤄지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들의 일을 가까이서 본다. 학교에서 아이는, 학교가 이들 노동에 매긴 가치 값을 직감한다.
입시가 학교 공부의 목적이고, 학교 활동의 최종 결과가 성적에 따른 서열이라면, 학교는 차별을 낳고, 그것이 지닌 논리를 아이 몸에 새기는 공간에 불과하다. 학교에서 일하는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놓인 차별의 형식 또한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의 몸에 세상의 구조를 새겨 넣는 장치가 된다. 아이는 학교에서 자라는데, 학교가 아이를 키우지 않는다면, 게다가 아이의 몸에 차별의 형식을 새겨 넣고 있다면, 사회가 학교라는 공적 공간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는 한 사회의 시민을 기르는 기관이다. 개인의 가치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치될 수 없다는 걸, 개개인이 지닌 차이가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걸, 생김새와 성향과 지향하는 것이 서로 다른 개인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아이는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하지만 학교가 이것을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학교에서 아이를 돌보는 여러 어른이 저마다 차별의 형식 속에 놓여 있는 것이 아이 눈에 보이는데, 어른의 말이 아이의 몸에 닿을 수 있을까.
청소 순서에도 서열이? "교장실부터 청소한다"
"제가 화장실 기사 난 걸 봤는데, 고속도로 휴게소는 화장실 100칸을 다섯 명이 나눠서 한대요. 그러면 한 사람이 20칸씩 하는 거죠. 제가 일하는 학교는 화장실이 50칸 정도예요. 남자 소변기는 따로고요. 이걸 혼자 다 하는 거예요."
▲ 화장실 청소 중인 노동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김미숙(가명) 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미화원이다. 아침 7시 반에 출근하면 교장실부터 청소한다. 이후 교무실과 행정실까지 마치면, 1층 복도와 현관을 치운다. 이때부터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다. 오전엔 체육관 건물의 화장실을, 오후엔 본관 화장실을 돈다. 층을 옮길 때마다 복도와 계단을 쓸고 닦는다.
"급여는 적고, 일은 많고. 그리고 완전히 소외돼 있어요. 저희 일에 누구 하나 관심도 없죠. 학교가 크든 작든 미화는 한 명밖에 없어요."
최연희(가명) 씨가 일하는 초등학교 화장실은 24개 실, 전체 70칸이 넘는다. 최연희 씨도 아침에 출근하면 교장실부터 치운다. 교무실과 행정실 청소가 끝나면, 매 층에 설치된 식수대를 살피고, 화장실을 돌며 화장지가 떨어졌는지 확인한다. 미화원의 주 업무는 화장실 청소다. 최연희 씨가 일하는 초등학교는 세 개의 건물이 있다. 오전에는 별관과 정보관에 있는 화장실을, 오후에는 본관 화장실을 치운다.
오한성 씨는 서울에서 초등학교 야간당직기사(야간경비원)로 일한다. 오후 4시 반에 출근해서 아침 8시 반에 퇴근한다. 학교에 있는 시간만 16시간이다. 공휴일이면 24시간 학교를 지킨다. 설이나 추석 연휴가 길어져 일주일이 연휴라면, 7박 8일을 학교에 머문 적도 있다. 오한성 씨는 2016년까지 혼자서 매일 밤 학교를 지켰다. 지난해부터 서울 교육청은 2인 근무제를 시행했다.
"16시간 일하는 중에 4.5시간만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주고 있어요. 이건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데 어떤 데는 5시간, 어떤 데는 6시간까지 인정해 주는 데도 있고."
1인 근무 당시 야간당직기사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월평균 566시간이었다. 하지만 근무로 인정하는 시간은 월평균 167시간 정도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근로기준법 63조 3항 때문이다. 감시 또는 단속적으로 진행되는 근로의 경우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16시간 직장에 머물러도 근로시간을 4.5시간만 인정하고 그 외의 시간을 휴식 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물론 별도의 승인 요건이 마련돼 있다. 심사 등 행정 절차는 까다롭다. 심사는 반드시 현장 실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시간 규정 제외 적용 승인율은 무려 98.5%에 달했다.
"저녁 6시 반이면 학교가 비는데, 학교 돌면서 불 안 꺼진 데 다 끄고, 에어컨이나 히터 안 끈 데 확인하고, 그리고 반드시 순찰을 돌아야 하는 데가 있어요. 거기에 꼭 체크를 하게 돼 있어요. 그 뒤에 운동장을 돌아야 해요 학교문은 8시에 닫게 돼 있어요. 그런데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동네에서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는 데가 학교밖에 없어요. 8시가 돼서 나가라고 하면 싸움이 생겨요. 요령이 필요해요. 문제가 생겨서 민원이 들어오면 교장 선생한테 불려가요."
오한성 씨는 일하는 중간 7시에서 8시 사이에 저녁 식사를 한다. 급식실에서 아이들 주고 남은 밥을 보온 용기에 싸두는데, 그걸 당직실로 가져와 먹는다. 8시에 교문을 닫는다고 편히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늦은 시간에 학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학교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숙제해야 하는데, 교과서를 놓고 왔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어보면,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던 애들을 억지로 내보내잖아요, 그러면 이놈들이 요놈의 영감 혼나봐라, 그러고 몰래 학교 담을 넘어서 창문을 흔들고 도망가요. 그럼 세콤이 삑삑삑 울려요. 그리고 새벽에 중요한 사항이 일어나요. 5시부터 학교에 급식 차량이 들어오니까 문 다 열어줘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다 휴게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거든. 겨울에는 화장실이나 식당에 수도가 터질 수도 있으니까 그거 살피는 것도 해야 하고."
이호운 씨는 서울교육청 시설기동보수반 소속이다. 서울 내 1300여개 학교의 시설을 보수한다. 4명을 1개 반으로 구성해 11개 반을 운영한다. 1300여 개 학교를 11개 지역으로 나눠 1개 반이 나눠 맡는 식이다. 방수, 창호, 건축 마감, 전등 보수, 화장실 보수, 위험도가 높아 긴급한 작업이 필요한 수목 가지치기 등이 작업 대상이다.
"예전에는 방수, 설비, 조경, 전기 이렇게 네 분야에서 사람을 뽑았어요. 분야별로 기능사 자격증 이상에, 10년 이상 경력 가진 사람을요. 분야 별로 한 명씩 해서 한 팀을 구성하거든요.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이 큰 작업은 학교가 외부 업체에 의뢰하는데, 맡겠다는 업체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저희가 나가기도 해요."
이호운 씨는 7시 반 정도에 출근한다. 하루 작업 내용에 맞춰 공구와 자재를 차에 실은 후 8시가 되면 팀장으로부터 전달사항을 전해 받는다. 큰 작업일 경우 하루에 한 학교를 나가고, 많은 경우 3, 4개 학교를 방문해 작업한다. 오후 4시까지 작업하고, 본부로 돌아와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한다. 이호운 씨가 다루는 공구만 20여 가지다.
▲ 학교 지붕을 수리 중인 노동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남녀가 한 공간을 탈의실로 사용하는 학교
"4, 5년 전까지 나무 작업을 많이 했어요. 스카이차 타고 올라가서. 75미터 이상 올라가는 데 6, 7년 전까진 우리나라에 세 대 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걸 타고 올라가서 나뭇가지를 자르는 거예요. 한 번은 변전소 위로 나무가 뻗어서 그걸 잘라야 했는데, 스카이 타고 올라가니까 산을 올라가는 거 같더라고요. 밑에서 얘기하는 소리가 안 들려서 무전기 들고 말하고. 70미터 넘게 올라가면 흔들리는 게 심해요. 올라가서 나무 자르고 거기서 버릴 수 없으니까 스카이에 달고 내려와야 하는데, 스카이가 무게를 많이 견디지 못하니까 하나씩 달고 내려오는 거예요."
높게 뻗은 나무의 가지를 치는 작업은 위험도가 커서, 이제는 개별 학교가 직접 외부 업체에 맡긴다. 하지만 맡을 업체를 찾지 못하거나, 업체가 높은 비용을 요구하게 되면 일은 시설기동보수반으로 넘어온다.
"저희가 체육관 천장에 달린 전등도 손보는데, 체육관 천장이 보통 10미터 이상 돼요. 그냥은 못하고 '아시바'라고 틀 비계가 있어요. 그걸 4단, 5단 쌓아서 작업을 해요. 법으로는 4단 이상 쌓지 말라고 하는데, 학교도 위험하다고 하고요. 그런데 중·고등학교 체육관은 엄청나게 높은 데도 있어서 7단, 8단까지 쌓을 때도 있어요. 틀 비계 하나가 1.7~1.8미터 정도 높이 밖에 안 나오니까."
학교에서 가장 많이 고장 나는 건 현관 출입문이다. 문이 열리고 닫히게 하는 축에 '힌지'라는 부속이 있다. 유압이 있어 문이 천천히 닫히도록 한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의 거친 손길이 수도 없이 닿는 만큼 이 부속이 자주 망가진다. 유압이 고장 난 출입문은 쉽게 열리고 닫힌다. 이런 문에 손가락을 찍히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외부 업체에 의뢰하면 한 사람 인건비가 10~20만 원이다. 교체에 익숙하지 않으면 유리문이 깨져버리는 일도 있다. 이호운 씨는 출입문 보수 작업을 하는 날엔 '힌지' 20~30개를 교체한다.
"학교에서 미화원을 따로 두기 시작한 게 2010년부터일 거예요. 처음엔 남자 미화, 여자 미화 이렇게 있었어요.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을 각자 맡았어요. 이때는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죠. 근데 이 남자분들이 영선(시설 수리)으로 바뀌었어요. 영선 및 미화로. 어떻게 이렇게 바뀌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되면서 남자들이라고 영선일에 치중하고 청소는 여자 미화만 맡게 됐어요. 남자분들이 화장실 청소를 되게 싫어해요. 안 하려고 해요. 다만 어떤 학교에선 좋은 영선 기사님을 만나게 되면 이 분들이 계단과 복도 청소를 같이 해주긴 하세요."
김미숙 씨의 휴게 장소는 목공실을 개조한 곳이다. 예전엔 학교 창문을 갈아 끼는 일 정도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이런 작업을 하던 곳이 목공실이었다. 지금은 이곳을 자재를 보관하는 창고 공간과 작은 책상을 둔 사무 공간으로 나누고, 한편엔 작은 방을 두었다. 김미숙 씨는 이곳을 남자 '기사님'과 함께 휴게 공간으로 사용한다. 출퇴근 시 옷을 갈아입는 곳도 이곳 작은 방이다.
"저희도 기계를 쓸 때가 있어요. 돌돌이라고, 바닥 광택 낼 때 쓰는 거. 요즘 화장실 바닥에 깔린 타일이 건식 타일이라고 해서, 애들 미끄러지지 말라고 그런 걸 써요. 근데 이게 때가 많이 타서 학기 중에도 더럽다 싶으면 한 번씩 돌려요. 재량 휴업일에 우리는 출근하니까 그런 때에."
김미숙 씨가 청소에 쓰는 용품은 락스 외에도 '고게터', '퐁퐁' 등이 있다. 락스는 살균을 위한 용도로, 고게터는 물감이랑 먹물 등 찌든 때를 제거할 용도로, 퐁퐁은 세면대 등에 달라붙은 기름때를 닦아낼 용도로 사용한다. 이 중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이 락스다. 그래서 김미숙 씨는 락스 냄새를 맡질 못한다. 락스 냄새를 맡는 것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마스크를 쓸 생각은 없다. 지급되는 것도 없고, 겨울에도 50개 실이 넘는 화장실을 닦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기 때문이다.
"이 일이 생긴 게 2000년대 초반이에요. 예전엔 야간 당직을 교사가 했어요. 그땐 남자 교사도 많았고. 그러다가 처음 생겼을 때 인건비가 가장 싼 사람을 데려다 시킨 거죠. 일자리 없는 늙은이들. 16시간 학교에 있는데, 그중에 10시간 이상을 휴게 시간으로 본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근로 시간과 휴게 시간을 이렇게 적용하려면 노동부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3년 전에 내가 알아보니까, 승인받은 학교가 없었어요. 15년 동안 힘없는 늙은이들이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일한 거예요. 불법이었는데, 노인네들이 이거 고쳐주세요, 말 한마디를 못했어요. 왜냐면 우리가 용역회사를 통해서 들어왔잖아요."
소속된 용역 회사에 근무 조건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면 일을 관두라는 말이 돌아왔다. 학교장에게 문제를 말하면 소속된 회사에 가서 얘기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한성 씨는 3년 전 노조에 가입했다. 교육청의 문을 수십 번 두드리고, 국민권익위원회, 노동청, 국회 등 여러 국가 기관을 오가며 학교 야간당직기사의 처우를 살펴주길 호소했다. 결국 오한성 씨는 소송을 냈다. 회사와 학교가 감시 또는 단속적 근로에 관한 승인 없이 일을 시켰으니, 학교 야간당직기사를 일반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루에 8시간씩 근무한 거로 해서, 휴일 수당하고 근로기준법대로 계산해 달라. 그런데 소송을 끝까지 안 가고 우리가 받아냈어요. 1년 치 중에 1000만 원은 받은 거로 치고 나머지 천오백만 원을 내놔라. 합의 형식으로 받아냈어요. 그런데 이 말이 용역 회사에 다 퍼진 거예요. 감시, 단속적 근로자 승인 안 받으면 큰일 난다는 거지. 그래서 용역 회사들이 신청했는데, 노동부가 이걸 다 찍어줬어요. 2016년도에 서울에서만 4백 개 넘는 학교에 승인을 다 내줬어요."
"엄마 맘으로 배설물 치운다"...집보다 깨끗한 학교
이호운 씨는 올해부터 무기계약직이 됐다. 지난해까지는 매해 계약을 갱신해야 했고, 2, 3년이 지나면 해고를 당했다. 이호운 씨는 2년 전 동료들과 함께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노조를 결성했다. 핵심 노조원 6명이 해고를 당했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10여 명의 동료가 돌아가며 매일 1인 시위를 이어갔다. 45일간 천막을 치고 농성 시위도 벌였다.
▲ 학교 외벽에 페인트칠 작업을 하는 노동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지난해 12월 서울교육청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에서 시설기동보수분과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결정됐다. 세부적인 고용 조건을 조정하게 되면서 기존에 받았던 위험수당, 운전수당을 못 받게 됐다. 특수노임단가를 기준으로 했던 임금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노조 내부에서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2년간 힘겹게 애쓴 노력을 돌아봐 주지 않는 일부 동료의 마음 씀씀이가, 이호운 씨는 아쉽다.
"저는 진짜 우리 집 안방보다 제가 학교에서 청소하는 화장실이 더 깨끗하다고 자부합니다. 걸레도 20개씩 준비해서 화장실 하나에 걸레 하나를 써요. 락스로 다 닦은 다음에 걸레로 닦아내고, 다른 걸레로 물기까지 다 훔쳐내요."
김미숙 씨는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에 마음이 위축되는 일이 없다.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아닌 다른 곳이었으면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내 아이'도 다니는 곳이다.
"흔하진 않지만, 벽에 자기가 싸놓은 걸 칠해 놓는 애도 있어요. 바닥에 묻혀 놓는 일은 정말 많고. 근데 아이가 그런 거니까 우리 아이 생각하면서 씻어내는 거죠. 집에서 엄마들이 이런 일 다 하잖아요. 그런 생각으로 일하죠."
김미숙 씨는 학교에서 일하지만, 김미숙 씨가 고용된 방식은 조금 복잡하다. 서울시교육청에 소속된 학교 시설물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시설관리본부가 맡는다. 시설관리본부는 학교 미화 업무를 용역 회사에 하청 준다. 김미숙 씨는 '서울시교육청-서울시교육청시설관리본부-용역회사'로 이어지는 업무 위탁 구조 속에서 놓여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바라지만, 무기직 전환 땐 많은 미화원이 해고될 수 있어 머릿속이 복잡하다. 미화원과 당직기사 평균 연령이 72세인데, 무기직 정년은 65세이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큰 용역회사를 조사해봤는데, 전체 고용된 213명 중에 65세 미만은 13명이야. 이걸 비율로 따지면 6.1프로예요. 정책 대상을 6.1%로 삼는다는 게 맞느냐. 야간당직은 친고령 직종인데, 이걸 65세 정년에 맞춰 나이 든 사람 정리하는 건, 이건 아니잖아요. 고령자고용촉진법이란 법도 있고, 고령친화산업 진흥법이란 것도 있어요. 이런 법도 고려해야죠."
오한성 씨는 1인 근무 시절 월급으로 90만 원 정도를 받았다. 2인 근무제로 바뀐 뒤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던 임금을 시중노임단가 기준으로 계산해 75만 원 정도를 받게 됐다. 오한성 씨는 학교 기관이 자신들을 직접 고용한다면 상당한 금액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용역 회사가 챙기는 이익금과 관리비 등 수수료와, 학교 기관과 용역 회사 간에 노동력을 거래하며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등을 아껴 직접 고용에 들어가는 비용에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초기에 일과 삶의 균형을 얘기했다. 월차, 연가 등 휴가일 모두를 찾아 쓸 수 있는 삶에 스스로 모범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안정적인 고용 조건이 필요하다며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국정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학교는 요지부동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조리사, 영양사, 사서, 행정 및 교무 실무사 등이 시간제 근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건 이들 자신이 노조를 결성해 오랜 시간 투쟁한 성과다. 학교 기관이 앞서서 이들 노동자의 고용 조건을 고민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학교는 아이가 자라는 곳이다. 아이는 자신을 돌보는 어른의 불안을 직감한다. 학교에서 일하는 여러 직종, 수많은 사람이 갖는 불안을 아이가 모를 수는 없다. 임용 시험과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건,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그리고 공무를 돌볼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다. 시험이 안정적 일자리와 그렇지 못한 일자리를 얻는 기준이 된다는 것은 아주 이상한 논리다. 안정적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을 묻는 시험은 세상에 없다.
노동의 종류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발생하는 건 합리적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화장실을 치우든, 시설물을 고치든, 밤새 학교 건물을 지키든, 그런 일들을 생활의 바탕으로 삼는 사람들의 삶은 보호 받고 존중 받아야 한다. 이런 세상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그것을 가르치는 게 학교의 역할이고, 그런 사회를 구성해 가는 공적 기관의 활동을 우리는 공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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