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는 6·10 항쟁 26주년을 맞아 '민주화 운동의 성찰과 복지 국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민주화 운동의 반성과 과제(1부), 복지 국가와 경제 민주주의(2부)로 나뉘어 열리는 이날 토론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프레시안>이 후원하는 행사입니다. 주최 측의 동의를 얻어 이날 토론회 발제문 두 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한줌도 안 되는 진보로 전락한 현실>
2012년 대선 당시 여의도를 중심으로 민주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한나라당, 안철수 세력 등의 정당 관계자, 국회 보좌진, 지자체 보좌진, 기타 정치예비군 등에 몰린 과거 학생 노동 운동 경력자의 수가 3,000명 이상을 상회한 반면에 현재 노동, 시민사회 등 각종 운동의 전국적 상근자 수는 1,000여 명에 불과하다. 근로대중조직의 실력 없이 기성 제도 정당의 무능과 배신적 행위들을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여러 논객들이 주장하는 유럽식 사회복지 국가이든, 미국식 민주당 빅텐트 정치 이론이든, 최장집교수 등의 서민중심 정당론이든, 직접민주주의 운동이든 이를 실현할 정치의 조직적 기초가 취약한 현실 상황에서 제도 정치 중심 담론은 현장 역량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현장 노동 조직의 붕괴
2010년 현재 한국은 총노동자 1,700만 명 중 930만이 비정규직으로 56%에 이른다. 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조합가입률은 9.8%로 164만 명밖에 안 되고, 전국 4,420개 등록 노조 중 '교원조직'이 18.9%와 '공무원'이 58%로 합 77%이다. 조직 노동자 중 삶의 형편이 조금 나은 대기업 노조와 공기업 노조를 제외하면 '고단한 삶을 개혁할 필요를 느끼는 노동자들'의 조직율은 전체 근로자의 '2%'도 안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민주노총은 이름의 진보성과 달리 정규직 중산층 노조 중심의 운동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의 주 조직원은 교사조직인 전교조, 공무원노조, 대기업 고액 연봉자 중심의 금속노련 등 소득상위 30%(월 454만원-3인 가구 세전기준)이상이 절대 다수이다. 이러니 최근 언론에 보도된 5월 양재동에서 벌어진 금속노련 정규직 시위 현장에서 비정규직이 투쟁 중 끌려 나가도 모른 채 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IMF 이전에 직장을 구한 정규직은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나 소득의 큰 차이가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활 조건을 공고히 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등장을 막지 않은 원죄가 있으며,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수준을 넘어 용인하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기아자동차 등 정규직 세습 노조가 합의). 이와 같은 조직 기초의 약체화는 민노총 조직의 대량 분열(대선시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7개 후보 및 정파활동) 및 지도부 장기 부재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한계와 오류- 행세적 이벤트 및 기자회견 전문 조직!
지난 20여 년간 합법적 자금과 운동 인력이 민중 운동권으로부터 대거 이전 집중되어 시민운동 시대를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갈수록 협소해지는 중산층 정서(제도 언론으로 공고화되는)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노정하고 사회 변혁의 신념과 대중 실천 조직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 한마디로 시민 없는 시민 조직이 되었다. 활동가들은 작지만 안정적인 월급을 받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변화만 모색 하고 향후 '소수 지도부'의 정계진출이 모델이 되어 왔다. 지속적인 신념 가치 체계의 학습 부재로 20~30대 과로한 활동 이후에는 생계 문제 등으로 운동 포기. 대중 투쟁의 경우 대중 동력의 자발적 형성 이후 동참하기도 한다. 광우병 촛불 시위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쁘띠부르주아 조직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대안을 내오기보다는 현실에서 고칠 점들을 아기자기하게 수리하는데 자기만족적 행태를 노정하고 있다. 예) 성미산 마을 공동체, 공동육아, 생활협동조합 형태를 만들어 중산층 유기농 식품 전달 창구로만 사용
* 자발적 시민행동 - 노사모, 촛불, 국민의 명령 경험
노사모, 광우병-FTA-언론 촛불, 야권통합 국민의 명령 등은 매번 각 각 20만 이상의 자발적 시민들의 참여와 대규모의 자금을 모아왔다. 고 노무현대통령의 "원칙과 상식"에 기반을 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 이상의 관(觀)을 재생산 하지 못한 채 '노무현은 무조건 옳다, 여론은 무조건 옳다'등 의 한계를 보여 왔다. 80년대 지도부 중심 하향식 운동에 대한 반발로 자발적 참여를 중요시하나 10만이 모였다가도 그 다음날 흩어지면 그만이고 조직적 성과로 남지 않았다. 유시민, 명계남, 문성근 씨 등의 정치활동 과정은 사실상 조직적 토론 결정 없이 개인과 친한 소그룹 판단에 의존해 진행되었고 결과적으로 어마어마했던 조직도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조직을 유지 발전시킬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토론 학습 조직의 부재도 주요 실패 요인이다.
* 학교 내 학생운동 조직은 사실상 붕괴됐다
일부 대학 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 PD써클 정도가 겨우 생존하고 있다.
결혼도 할 수 없고 취직도 할 수 없는 비정규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학점, 스펙 관리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학생들의 현실이다. 혹여 진보적 아젠다에 관심이 있더라도 시민운동의 자원봉사로 머물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뉴라이트의 집요한 노력으로 역사와 현대사에 대한 인식 매우 부족하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지 않거나 왜곡된 역사를 교과서에 넣고자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왜곡된 인터넷(일베) 등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있다. 학생운동을 고쳐서 쓸 생각을 포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학내 협동조합, 정당 조직의 학생 견인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진보의 대안 - 새로운 대중운동 공간으로 하방하자! 가치 학습조직을 재건하자!>
* 운동 구 지도력의 혁신 - 노동, 농민, 빈민 등 기본 계급 운동을 중심으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직업(변호사, 노무사, 조합 경영 컨설턴트 등 등)을 매개로 우선 그들의 생활 지역과 공간으로 내려가는 것이 기본이다.
* 환경, 교육, 문화 조직-기본적인 생활의 틀이 준비 된 정규직에겐 생활환경, 교육 등이 주요 의제로 부각 되고 있다. 각자의 실정에 맞추어 조직화가 절실하다. 환경과 생태를 매개체로 조직화를 시도해야 한다. 종국에는 근본적 구조 변화 없인 생태계를 살릴 수 없다는 결의를 내오겠다는 전망을 가져야 한다.
* 사회적 협동 경제- 협동조합형 인간으로의 가치형성이 중요
국가와 지배층과 정규직이 비정규직 양산에 동의하는 체제 밑에서 비정규직으로 편입해 그 중 몇몇이 정규직화 되는 구조에 들어가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협동조합법의 개정 등으로 '지역 노동대중 조직화'의 법적 토대 마련되었다.
협동조합, 지역 자활 조직들은 초기 조직 구성원들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학습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근대 협동조합의 효시 영국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사례와 스페인 몬드라곤 노동자 협동조합 등의 성공사례에서 보이듯 초기 그룹의 사전 합의 및 사상적 틀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기술 실무적 교육과 접근이 중심이 되고 있어 앞날이 매우 우려되고 있다. 이는 협동 조합형 인간으로의 가치 의식 전환 구조가 부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이기적 경제조직에 머무르고 말게 된다. 가치 형성교육에 세밀하며 전력투구하는 교육 체험 체계가 없는 조합 활동은 진보, 사회변화와 무관하며 운동역량의 소모만 가져와 기존 시민운동과 마찬가지로 진보에 역행하는 결과 초래가 예상된다.
* 생활 현장의 서민들에 대한 홍보, 교육, 상담의 새로운 물적, 기술적 토대마련 필요하다.
최근 대선 결과 등으로 회자된 '서민의 계급 배반 투표'는 서민 의식의 변화로 초래된 측면도 있겠지만 과거 수많은 '운동권'이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 유인물과 구전홍보로 누비던 시대가 사라진 후 언론 자본의 무차별한 일방적공세가 가득 찬 데에도 기인한다. 실생활에서 인터넷 소셜미디어 접근이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자본언론의 대안인 서민 설득 구조의 붕괴 및 부재가 초래 되었고 소셜미디어 공간의 여론과는 동 떨어진 행동이 펼쳐지고 있다. (뱅뱅 이론). 이를 극복하기위한 지역 단위 민중들의 민원, 복지 상담, 직업 교육, 조직센터 절실하다. 지자체 등과 협력하여 합법적 커뮤니티 공간을 형성,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 386 운동권의 기득권화- 빅텐트론, 복지정책론 등의 허구를 벗어나야 한다.
특히 386 정치인들은 25년 전 민중운동에 헌신했던 초심을 돌아볼 때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후 국회에서 다수가 되어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당론으로 호소했으나 지금은 누구도 사상의 자유를 말하지 않고 있다(통진당 의원 국회 윤리위제소). 본인들은 당, 정부 등에서 정규직 형태를 유지하면서 후진 양성도 외면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90학번 이하로는 386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는 후진이 없다. 통합진보당은 90학번 이후 학생운동권이 집중하고 있으나 국민 일반 정서와는 동떨어진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탄압당하는 상을 연출하려고 하나 실제로는 국민들로부터 그냥 외면을 받고 있을 뿐이다. 유럽의 복지 국가는 오래고 강력한 '계급 계층조직'에 기초하고 있고, 미국 민주당 빅텐트론 구조도 역시 수많은 '풀뿌리 이익단체들'에 기초하고 있다. 조직기초 없는 복지국가, 빅텐트론은 허구이다. 기층민중조직의 강화와 정당 구조로의 연결에 힘써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정당 조직 안에 노동위원회, 농민위원회, 정규직위원회, 빈민자활조직위원회, 자영업자위원회, 철거민위원회, 해고자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 접경군사지역 주민위원회, 남북경협사업자위원회, 협동조합위원회 등 다양한 삶의 요구를 담는 조직을 중심으로 세워야 한다.
진보 안의 낡은 것과 허구와 결별해야 한다. 과거의 훌륭했던 원칙과 방법론을 새롭게 돌아보며, 새로운 환경에 맞는 운동방법을 개발하는 법고창신의 정신을 실천하자. 나는 민주인사들이 여의도로 가려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이 갈 수 있는 삶의 현장으로 우선 내려가고 그곳에서 조직된 힘으로 정당구조와 연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미 민중들의 현장 조직이 무력화되어 있고, 민중들은 정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는데 여의도에서의 조직 활동이 얼마만한 효과가 있겠는가?
민주주의자들은 지역과 부문으로 즉시 하방하자! 자신과 만나는 구체적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지속적으로 귀 기울이며, 함께 학습하고, 함께 체험하며 공동체를 만들어가자. 이것이 진보혁신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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