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삼성그룹이 말하는 '한국의 위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삼성그룹이 말하는 '한국의 위기'

<데스크 칼럼> "이공계인력 절대부족, 이대로 가면 중국에게 곧 추월당해"

삼성그룹의 한 임원이 전하는 지난해초 일이다.

삼성전자의 고위임원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지를 것 같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가, 이 기사를 접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한다.

"무슨 소리냐. 아직 턱없이 멀었다. 교만하면 망한다. 앞으로 무얼 먹고 살 것인지를 고민하라."

이 사건이 있은 후, 삼성그룹 사람들은 일본에 관한 한 극도로 말조심을 한다.

요즘 들어 미국 언론들이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질렀다"는 요지의 기사를 쓰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삼성전자의 대약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를 위시한 삼성그룹이 올해 13조원대에 달하는 사상최대 수익을 올릴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직 아니다"라고 말한다. 단순한 겸양지덕이 아니다. 눈앞의 사상최대 실적에 만족할 때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그룹 내에 존재하고 있다.

***"이래도 가다간 곧 중국에게 추월당한다"**

27일 제주도에서 같은 맥락의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서머포럼에 참석한 삼성전자의 진대제 사장은 '디지털 컨버전스혁명과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일본 추월론'을 강력부인했다.

진 사장은 "최근 전자산업 분야에서 일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일본을 앞지른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이것은 오판"이라며 "일본은 첨단제품에 대한 특허 등 기반기술과 부품분야에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진 사장은 일본의 경쟁력 약화 현상을 일부 거론하긴 했다. 그러나 우리도 같은 위기구조에 노출돼 있기란 마찬가지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돼 엔지니어의 평균 연령이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높아졌고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엔지니어 양성을 소홀히 할 경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진 사장은 우리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중국의 경우와 비교해 설명했다.

"중국은 이공계 진학률이 90%인 반면 우리나라는 30%에 불과하고 연구개발비 투자도 중국이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향후 5년간 소프트웨어, 통신기기 등 IT(정보기술) 분야의 인력이 10만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국가 지도자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공계 인력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어 조만간 우리나라를 추격할 것이다. 반도체는 6~8년, LCD는 3~4년, 이동통신은 2~3년, 디지털가전은 2년후면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진 사장은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2010년에 무엇으로 먹고 살지가 걱정"이라며 "삼성전자가 최근 사상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에 대한 칭찬보다는 5-10년뒤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질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당면한 최대위기는 인재난"**

삼성그룹은 최근 이건희 회장 등이 5천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현재 재단운영을 맡을 이사회를 구성중이어서, 금명간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재단의 목적은 하나다. 이공계 우수인력을 키우는 것이다. 해마다 1백명의 이공계 젊은이들을 뽑아 해외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물적 지원을 한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앞의 진대제사장이 말했듯, 한국의 이공계 전문인력 부족에 심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그룹 차원에서라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삼성이 '인재난'의 심각성을 느낀 것은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IMF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97년 상반기 삼성전자의 기흥 공장을 취재차 간 일이 있다. 당시 부총리였던 한승수 부총리의 동행취재 형식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으로 적잖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이때 만난 기흥연구소의 최고책임자가 이런 말을 했었다.

"이공계의 엘리트들이 삼성전자로 오려 하지 않아 걱정이다. 예전에는 서울대의 A급 인재들이 삼성전자로 왔으나 요즘 들어서는 이들이 정보통신쪽으로만 몰려가고 있다.

전자의 경우 거액의 시설자금이 투입돼야만 하는 장치산업의 성격이 짙어 이들의 전직이 어려운 반면, 정보통신쪽은 나중에 스스로 자신의 회사를 차릴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게다가 이공계 지망생들도 급속히 줄어들어 앞으로 심각한 인재 확보난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직면한 최대위기는 눈앞의 반도체 사이클 불황이 아니라, 인재난이다."

국내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삼성그룹이 고민을 하고 있다. 이 고민은 삼성그룹 혼자서 할 성격의 고민이 아니다. 국가적 차원의 집단적 고민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