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9년 3월 14일, 후쿠오카(福岡)지방재판소 고쿠라(小倉)지부에서 규슈(九州) '고교무상화' 재판의 판결이 선고된다. 일본 전국 다섯 지역에서 제기된 조선고급학교에 '고교무상화'제도의 적용을 요구하는 소송은 이로써 마지막 지방재판소 판결을 맞이하게 된다. 규슈조선중고급학교 고급부 학생과 졸업생 68명이 2013년 12월 19일에 제소한 이 국가배상청구재판은 제20회 변론이 행해진 2018년 9월 20일에 결심(結審)했다. 결심으로부터 6개월, 제소로부터 5년 3개월이 지나, 이제 재판의 결과가 밝혀질 때가 왔다.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재판의 현상
이미 지방재판소 판결이 선고된 네 군데 중에 역사적 승소를 쟁취한 오사카(大阪)지방재판소(2017년 7월 28일)를 제외하고, 히로시마(廣島, 2017년 7월 19일), 도쿄(東京, 2017년 9월 13일), 아이치(愛知, 2018년 4월 27일)에서는 전부 원고인 조선고교 학생·졸업생, 조선학원 측에 패소라는 부당 판결이 내려졌다. 유일하게 승소한 오사카의 재판도 2018년 9월 27일의 오사카고등재판소 판결에서 오사카조선학원 측이 역전 패소했고, 이어 10월 30일의 도쿄고등재판소 판결에서도 항소가 기각되어, 조선고교생들의 호소는 다시 거부당했다.
사법의 장에서 조선학교에서의 민족교육의 의의를 처음으로 정면에서 인정한 오사카지방재판소 판결은 항소심에서 부정되었고, 또 도쿄 고등재판소에서는 조선고교에 대한 두 개의 '무상화' 불지정 이유가 논리적으로 양립되지 않는 것임이 심리과정에서 명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판결은 견강부회 식으로 일본국가의 손을 들어 주었다.
▲ 2019년 2월 26일에 열린 히가시오사카조선중급학교 예술발표회에서 무용부가 멋진 군무를 선보였다. ⓒ후지나가 다케시
오사카지방재판소를 제외한 각 재판소는 조선고교의 교육 내용이 총련의 '부당한 지배'를 받고 있는 의혹이 있다는 일본국가 측의 주장에 가담해, 문부과학대신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하고 조선고교에 대한 '무상화' 제도 불지정 처분을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불지정 처분은 일본정부가 조선고교를 지정하기 위한 근거 규정을 삭제하는 비열한 수단에 근거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교육의 기회 균등'을 목표로 한 고교무상화법의 이념을 돌아보지 않고 사법부 스스로가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일본의 사회정의를 깨뜨리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부당한 판결 내용이다.
설상가상으로 오사카조선학원 측이 부당하게 정지된 보조금 부활을 요구해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제소한 행정소송에서도, 2018년 11월 28일 최고재판소가 상고 기각 및 상고 수리 신청 불가를 결정해 오사카조선학원 측의 패소가 확정했다.
또 일본정부의 정책에 앞서 2016년도부터 유아교육 무상화를 실시하고 있는 오사카시가 각종학교라는 이유로 조선학교 유치반을 실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2019년 10월부터 유아교육·보육의 무상화를 예정하고 있는데 오사카시와 같은 이유로 조선학교 유치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안을 2019년 2월 12일에 내각회의에서 결정했다. 일본정부 및 지방자치체가 조선학교를 경제적 조성제도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되풀이되는 유엔의 시정 권고
조선고교가 '무상화'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지 거의 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은 여전하다. 오사카부·오사카시 보조금 재판의 판결이 확정된 후, 오사카조선학원, 변호인단, 오사카부 어머니연락회 등은 2018년 12월 26일에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최고재판소의 결정으로부터 약 1개월이 경과한 시점임에도 거의 모든 주요 보도기관이 참석해 오사카조선학원의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 거듭 질문을 던졌다.
2019년 1월 12일에는 조선학교의 역사와 현상을 그린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아이들의 학교>(고찬유 감독)가 오사카에서 개봉되었다. 당초에는 1주일만 상영할 예정이었는데, 조선학교 관계자 이외의 일반관객들이 많이 찾아 주어서 상영 기간이 몇 번 연장되어 이례적으로 4주일간이나 장기 상영된 바 있다. 3월에는 교토(京都)에서 4주일간 상영이 시작되었고 일본 각지에서 자주상영의 움직임이 널리 퍼지고 있다.
▲ 2019년 1월 16,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일본 심사가 실시되어, 조선학교 어머니들과 조선고급학교 졸업생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위원들에게 로비활동을 벌였다. ⓒ홍정숙(오사카조선고급학교 어머니회장)
지난 1월 16, 17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의한 제4차 일본심사가 실시되어, 조선학교 어머니들과 조선고교 졸업생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현지를 방문해 위원들에게 로비활동을 벌었다. 위원회의 총괄 소견은 2월 7일에 공표되었는데, 일본정부에 대해 "'수업료무상화 제도'의 조선학교 적용을 촉진하기 위해 기준을 재검토할"것을 권고했다. 유엔의 사회권규약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은 일찍이 일본정부에 대해 조선고교에 '무상화'제도를 적용하도록 권고해 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법령으로 정해진 심사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조선고교가 '무상화'의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을 뿐 민족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권고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뻔뻔하게 나왔다. 이번의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는 계속 콧방귀를 뀌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일본정부에 대해, 그렇다면 조선고교에 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 자체를 재검토하라는 보다 본질적인 메시지로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높아지는 한국사회의 관심
한편, 최근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움직임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어 주목된다. 아동권리위원회에서의 로비활동에는 한국의 '아이들과 우리학교를 지키는 시민모임' 회원 등이 조선학교 어머니 대표들과 행동을 함께하고, 그 후 독일 각지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집회를 개최하는 등 '위안부'문제에 이어 일본정부의 인권정책을 비판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강력한 원군으로 나서 주신 분들이 다름 아닌 바로 전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었다.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는 일찍이 조선학교 학생들과 깊이 교류하며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쳐 오셨으며, 2018년 9월 27일의 오사카 '무상화'재판 항소심 보고집회에는 한국에서 일부러 달려와 역전 패소로 힘을 잃은 조선학교 관계자들을 격려해 주셨다. 김복동 할머니는 안타깝게도 2019년 1월 28일 영면하셨으나, 일본정부의 차별정책을 받고 있는 조선학교의 아이들의 모습에서 일제 식민통치 아래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자신들의 처지를 보신 듯, 유산을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이는 조선학교의 권리투쟁의 본질이 바로 일제 식민주의의 청산이라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더욱이 3·1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2019년) 들어 조선학교를 취재한 보도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잇따라 방영되었다. 지난 1월 25일 KBS의 <열린채널>에서는 최아람 감독의 작품 <끝나지 않는 식민의 역사, 그리고 일본의 조선학교의 이야기 - 부당, 쓰러지지 않는(不當, 不倒)>이 방영되었으며, 이어 JTBC에서는 2월 11일에서 13일까지 손희석 사장이 앵커를 맡고 있는 간판 프로그램 <뉴스룸>에서 조선학교와 헤이트 스피치에 관한 특집을 3일 연속으로 방영했다. 그리고 3월 5일에는 KBS <시사기획 창>에서 3·1운동 100주년 특집으로 <조선학교: 재일동포 민족교육 70년>이라는 54분짜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한국의 공영방송이 직접 조선학교의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은 획기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밖에도 2월 하순에는 민변 소속의 변호사 등 약 20명이 오사카조선고급학교를 방문하고 오사카 시내의 한 조선초급학교의 학예회에도 참석했다. 또 '무상화'·보조금 재판에 관해 오사카 재판 변호인단과 의견을 나누었다.
▲2019년 2월 23일에 민변의 방문단이 오사카조선고급학교를 견학하고 교사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후지나가 다케시
기타큐슈(北九州) '함께 해요' 콘서트의 성공
오사카와 도쿄의 '무상화'재판은 조선학교 측이 상고해 심리는 최고재판소로 옮겨졌다. 또 히로시마와 아이치에서는 항소심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조선학교의 재판투쟁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정부의 의향을 알아서 반영한 듯한 비정한 판결이 어어져, 일본 사법부에 정의는 존재하지 않느냐며 관계자들의 분노와 실망이 이제 정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체념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는 것도 다들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바이다.
규슈 '무상화'재판의 판결을 앞두고 지난 2월 9일에는 부산의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과 후쿠오카·야마구치(山口)의 일본인 지원단체들이 공동 주최으로 ‘부산동포넷 <함께해요> 콘사트 in 기타큐슈(北九州)'가 열렸다. 규슈의 조선학교는 특히 부산의 시민단체와 오랫동안 독자적인 교류를 계속해 왔다고 한다. 콘서트에서는 후쿠오카·야마구치의 조선학교 학생들과 후꾸오까조선가무단, 일본인 연주가, 그리고 특별히 편성된 부산의 공연단 등에 의해 다채로운 공연이 준비되어 대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고교무상화' 불적용을 비롯한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정부의 차별정책이 국제적인 관심을모으고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간 조선학교 관계자를 중심으로 재일조선인들이 끈질기고 진지하게 권리투쟁에 나선 성과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주위의 일본인 지원자들,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지원자들과 형성된 신뢰 관계의 축적이 있다. 부산의 시민단체와 규슈의 조선학교와의 관계로 대표되는 교류는 그 한 예라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길고도 어려운 재판투쟁을 넘어서야 민족교육의 장래를 전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지방재판소 판결인 규슈 '무상화'재판에서 이번에야말로 사법이 자부심을 되찾고 정당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9년 2월 9일에는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일본과 한국의 시민단체의 공동 주최로 ‘부산동포넷 <함께해요> 콘사트 in 기타큐슈(北九州)'가 개최되어 약 600 명이 참가했다. ⓒ김지운(영화 <항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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