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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동후진국, 대한민국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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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동후진국, 대한민국을 규탄한다

최병욱/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

▲최병욱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
대한민국의 공무원 노동운동이 외면 받고 있다. ‘공무원도 노동자’라며 공무원 노동자를 구슬리던 청와대와 정치권의 말은 그저 ‘희망 고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실정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이해찬 당대표가 참여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노총 출신인 당시 제1야당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의원도 공감을 표했지만, 여야 모두 끝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총 세 번의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당시 여야 대표를 비롯해 20명 넘는 국회의원이 참석해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개정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 달라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은 불발됐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 힘써온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의 수고는 모두 헛된 일이 됐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모든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폐기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구하는 바이다.

이는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와 국회가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고충을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공무원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사실 공노총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 노사관계가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에 앞서 공노총을 한 차례 방문하고, 출범식에도 참석해 “공무원노조법 개정은 당연한 일이다. 공무원도 노동자”라고 언급하며 공무원 노동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할 것임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변화는 없었고, 그만큼 실망도 커졌다.

‘보여주기식’ 행보만 일삼는 정부의 행태도 분통터진다. 10년 만에 타결된 대정부교섭도 본질은 빠진 껍데기에 불과하다. 공무원노동운동을 둘러싼 내면의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공무원 노동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노총 내부에서 높아지는 이유다.

지금까지 공무원 노동운동은 민간노조와는 다른 특수성을 감안해 투쟁보다는 공공성 강화를 위한 목소리를 펼쳐왔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 역시 이 점을 교묘하게 악용했다는 생각만 든다.
공무원 노동권을 둘러싼 활발한 토론이 있었지만, 반응은 그 때 뿐이다. 아직 변화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신분과 지위의 특수함으로 인해 자신의 기득권을 놓칠까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5년 1월 제정된 공무원노조법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다. 권리는 없고, 제약만 둔 악법이다. 공노총은 그동안 참을 만큼 참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가 문제를 회피하고 있어 정면돌파하기로 정했다.

공노총은 100주년 맞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공무원 노동 후진국’의 본 모습을 생생하게 공개하고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할 것이다. 가장 먼저 국제노동기구(ILO) 설립 100주년인 올해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 등의 비준을 받지 않는 한국 공무원 노동운동의 현 상황을 알리기 위해 행동으로 옮길 것을 의결했다. 서한 발송 및 항의 방문 등이 그것이다.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는 노동자가 차별이나 사전 인가없이 단체를 설립하도록 하고, 가입할 자유,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나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법은 ▲노동 기본권 보장 ▲공무원 노조 가입범위 ▲단체교섭의 대상 및 방식 등을 제한하고 있다. ILO 협약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 스스로 노동 후진국임을 인정할 뿐 아니라 개선의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꼴이다. 그 증거가 바로 한국의 노동지수다. 내전국가인 남수단, 아프카니스탄, 시리아와 같은 수준이다. 더 많은 제약이 존재하는 공무원노동운동은 그보다 못할 것은 당연하다.

또한 대통령 면담을 정식으로 요청하고, 동시에 국회를 규탄하며 대정부 투쟁도 본격 준비하기로 했다. 정부와 국회는 ILO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특별법인 공무원노조법도 폐기하고, 일반 ‘노조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의 단결권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며, 나아가 단체행동권에 대한 제한이 없도록 규정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노총은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강력하게 움직일 것이다. 허울뿐인 노조 설립증을 주저함 없이 반납하고, 법외노조의 길도 당당하게 걸을 것이다. 법내노조라는 달콤함에 속아 노조의 본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법외노조로 지위가 바뀌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다. 오히려 그동안 정부 공익적 아젠다에 동참하기 위해 발맞춰 오던 과거가 부끄러울 뿐이다.

공노총은 결코 정부와 정치권이 외면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120개 조직(국가직, 광역자치단체, 시군구단체, 교육청노조, 국회노조), 17만 명이 가입한 최대 공무원노조 단체다. 공무원노조 가입 대상의 절반에 육박한 규모다. 국민 공공성 강화와 공무원 노동 여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지지할 잠재적 동반자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그동안 철도 민영화 반대 등 국민을 위한 사회적 공익 활동을 펼쳐 온 점을 적극 국민에게 알리는 일도 병행하려 한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공무원노조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현 실태를 꼬집어 더 이상 정부의 예산낭비나 정책 실패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토로하며, 국민들이 먼저 나서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하라는 목소리를 내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공무원 노동권을 지켜내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힘쓸 것임을 약속한다.

이는 공무원 노동운동을 외면한 점에 대한 경고다. 공노총은 더 이상 정부와 국회만 바라보지 않고, 행동하는 집단으로 거듭날 준비에 나섰다. 거리로 나가 강력하게 투쟁하고, 단호하게 우리의 주장을 당당하게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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