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미국의 CNN과 디스커버리 채널을 합쳐 놓은 듯한 뉴스, 다큐멘터리 채널이 있다. Metro TV가 그것이다.
이들은 매우 생생한 화면을 자주 내보낸다. 아체에서의 군사작전 첫날 C-130수송기에서 뛰어내리는 인니의 최정예 특수부대 코파수스 대원들의 모습을 지상에서 찍어 즉시 내보내기도 했고, 매일 화면의 왼쪽 상단에 ‘아체 며칠째’이렇게 표시를 한다. 오늘(7월27일)은 아체의 작전 70일째이다.
세계의 이목을 받지 못한 채 오늘도 많은 아체의 주민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동티모르가 그랬던 것처럼 인도네시아의 정부에 협력하는 자와 독립을 원하는 자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칼을 들이대는 일을 하고 있다.
동족이 서로를 미워하고 또 때론 살해까지 하는 상황. 이들의 지금 상황을 보면 솔직하게 말해 남의 일 같지 않다. 과거 일제의 강점기 때 우리도 독립을 원하던 사람과 강자에게 빌붙어 살며 자신은 민족을 위한다고 스스로를 생각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그렇게 어쩔 줄 몰라 하던 또 다른 우리들이 있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지금, 아체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체의 독립을 지지하고 그들의 독립의 정당성에 동의한다. 그러나 세상이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이들이 독립하면 과연 금새 행복해 질까?
글쎄, 아체는 분명 스스로를 독립국으로 생각해야 하니 스스로의 정부를 가질 권리가 있다. 그런데 지금의 독립운동을 주도세력이 이슬람종교지도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세력으로, 이들의 의식은 과거 아프간의 탈레반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국민 중 무슬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정도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종교에 따른 관습법이 아닌 실정법을 따른다. 다른 많은 다수 이슬람의 나라와는 달리 신정 일치를 인정치 않는다. 인도네시아에서 종교지도자는 정치권에 진입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이 아체의 무장독립세력이 요구하는 협상조건 중 하나가 실정법이 아닌 종교성전에 따른 관습법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슬람성전에 따른 종교관습법에 따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종교관습법이 많은 면에서, 아프간의 무장독립세력이던 탈레반의 그것과 유사하다. 극단적으로 '여성은 무조건 집밖에 나가면 않된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기회의 제공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소수종교를 탄압하고, 모든 무슬림에게 종교에 따른 생활을 강요한다.
물론 이것은 종교와 자신들의 신념에 관한 문제이니 아체와는 아무 연관도 없는 외국인이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종교적 정권이 국민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는 아프간의 예에서 우리는 잘 보아왔다. 게다가 종교를 내세워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는 말뿐인 종교인의 예를 ‘부시의 정권’을 통해 통해 배웠다.
자유아체운동(GAM)은 하나의 독립된 지도체제에 의해 주도되는 세력이 아니다. 그들은 여러 군벌세력의 연합체적 성격을 띄는데 이 무장군벌세력들은 독립운동을 핑계로 무기와 생필품의 밀무역을 통해 그들의 이익을 챙겨왔다.
만일 국제사회가 대안 없이 아체에게 독립을 쥐어 준다면 이들 군벌은 인도네시아 중앙정부대신 아체의 천연가스유전을 장악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를 분명 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아체는 독립을 하고도 또다시 자신들끼리 죽고 죽이는 행위를 상당기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이때의 혼란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오래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천연가스를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무기를 사게 됨으로써, 보다 강력한 무장을 하게 된 그들이 쉽게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애꿎은 부녀자와 아이들만 고통을 당하게 된다.
아체의 주민들은 분명 지금의 상황을 하루빨리 종식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단기적인 지원에 끝나는 무책임한 행동은 오히려 아체를 혼란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만일 아체를 정말로 돕고 싶다면 아체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독립 이후의 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그들의 문제에 개입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동티모르는 독립했지만 여전히 가난하다. 그리고 과거 인도네시아의 귀속 당시 받았던 정책의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다. 그러나 우린 벌써 동티모르에 대해 잊어가고 있지 않나?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